지금은 그런 아이들이 없지만 겨울철이 되면 손이나 볼이 트는 아이들이 많았다. 필자도 그 중 한명으로 겨울이 되어 손이 터서 피까지 나올 정도가 되면, 어머니가 허연 연고 비슷한 화장품을 발라 주셨다. 입술에도 발라 주셨는데 맛이 별로라 도망 다녔던 기억이 있다. 유튜브에서는 의사가 이야기 하는 한달동안 바른 후의 효과, 주름 없애는 방법 등의 많은 영상이 올라와 있다. 등산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이 연고가 발에 물집 잡히는 것을 예방하는 약으로 알려져 있다. 발에 듬뿍 바르고 두꺼운 양말을 신으면 물집이 안 생긴다. 800킬로가 넘
이 물건 때문에 몇 번을 긁혀 피를 냈는지 모른다. 손톱을 부러뜨린 적도 한두번이 아니고, 이 물건을 안 써보겠다고, 몇 번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내 주장을 이야기할 때나 정리를 할 때 늘 이 '친구'가 필요했다. 그런데 뭐 하나 잘못된 게 있거나, 비밀이 담겨있으면 이 녀석부터 뽑아내고 흔적을 없애야 했다. 그러던 중에 손톱 사이를 찌르거나 부러뜨리는 것은 다반사고, 긁히거나 심지어 손에 박히기까지 했다. 약간의 말썽이 있긴 하지만 꼭 필요한 녀석이었다. 긴 직장 생활 중 가장 가까이한 물건, 호치키스 스테이플러 이야기다.부서원들
구한말 우리나라에는 빈대가 많았다. 당시 외국 선교사들의 글을 보면 빈대 때문에 고생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해충 전문가에 따르면 그렇게 많은 빈대가 없어진 것은 1960년대라고 한다.빈대가 없어진 이유는 역시 ‘새마을 운동’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예를 들면 ‘위생이 개선 됐기 때문’, ‘넉넉해진 삶’ 등 그런 이유 때문은 아니다.그렇게 퇴치하기 힘들다는 빈대가 없어진 결정적인 이유는 연탄 때문이었다. 구들의 틈 사이로 올라오는 사람도 죽어가는 연탄가스에 빈대도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과거 따뜻한
‘일상 명품의 주제가 복권이라고? 그 많은 사람에게 헛된 꿈을 주는 복권이라고?’이런 소리를 할지 모르겠다.복권하면 노벨문학상 수상작 마르께스의 1967년 소설 이 생각난다. 소설속 주인공 아우렐리아노와 코테스라는 여자 이야기 때문이다. 코테스는 동네에서 복권 장사로 소소하게 돈을 벌고 있었다. 군인이었던 아우렐리아노에 빠져 정부가 된다. 그녀의 정부 덕에 복권 사업은 지인대상 구멍가게 사업에서 마을 사업으로 확장된다.그리고 아우렐리아노와 코테스가 함께 살던 시절, 집안의 모든 가축이 이유 없이 다산을 해서 큰 부자가
스위스의 융프라우에 오르면 체르마트에서 컵라면을 무료로 준다. 그냥 무료는 아니고 사전에 쿠폰을 받아야 한다. 남극으로 가는 칠레의 항구 푼타아레나스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신라면 집이 있다. 20여년 전 카프카즈 산맥 북쪽 북오세티아 공화국의 모즈독이라는 생소한 도시를 여행했을 때, 그 도시의 작은 가게에 '팔도 도시락'이 진열되어 있었다.세상의 가장 극한지역, 그리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세계의 구석구석에서도 라면을 만날 수 있다. 여행 중에 라면을 만나면 2023년의 라면은 식품이라기 보다 먼 곳에서 즐기는 고향의 문화 같다. 필
지금 사라진 버튼식 휴대폰들, 전화기들… 혹시 기억하는지 그 전화기에는 최소 12개의 버튼이 있었다. 1, 2, 3, 4, 5, 6, 7, 8, 9, 0, *, #. (지금 스마트폰에서 사용하고 있는 천지인 자판도 그 순서에서 왔다. 그 버튼의 정가운데는 5자 버튼이다.)혹 집에 그런 물건들이 남아 있다면 5자 버튼이나 그 주변을 만져보라. 작은 점 하나를 발견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점은 플라스틱 사출을 할 때 찌꺼기 같은 것으로 느껴지기도 한다.여기서 플라스틱 사출물 찌꺼기를 잘 모르겠다면 생수병 바닥을 만져보라. 공장에서 병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망했다’라는 제호를 쓴 것을 상표권을 가지고 계신 분께 사과드린다. 최고의 약은 더 이상 치료할 환자가 없는 약, 그렇게 필요로 하지 않는 약이라는 생각이 있어 ‘망한 명품’이란 표현을 과감히 써 봤다. (요즘 젊은 사람들 표현인 ‘어그로’… 그거 맞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충정로역에서 종근당빌딩 쪽으로 나오면 오래된 동네가 나온다. 오래됐으나 예전에 좀 살았던 사람들이 모여 있을 것 같은 동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이태리식당이자 미술관인 ‘충정각’이다.100여 년도 넘은 오래된 포르투갈 스타일의 근사한
10여년 전, 편하게 흡연을 했던 시절의 이야기다. 그때는 스타벅스에서 만나자고 하면 슬쩍 짜증이 났다. 이유는 담배 피우는 공간이 없어서였다.경쟁사인 A사나 B사에는 별도의 공간이 있었다. 스타벅스 자료를 찾다 보니 일본 스타벅스에서는 담배를 피울 수 있었다고 한다. 지금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필자에겐 2013년이나 되어서야 생애 처음으로 일본 방문의 기회가 생겼다. 첫 방문지는 나고야였다. 볼 것이 많지 않은 도시라 시간이 남았을 때 나고야의 유명 커피집을 찾았다.별세계였다. 커피와 케이크를 앞에 두고 담배를 피울 수 있
2000년 이전까지 세계 속에서 우리나라가 먼저 개발을 한 제품은 거의 없었다. 냉장고, 에어컨, 텔레비젼 하다못해 전기포트까지 모두 외국에서 발명된 제품을 좀 더 잘 만들려고 했을 뿐이다.물론 ‘김치 냉장고’, ‘녹즙기’ 같은 제품이 20세기 한국에서 개발되긴 했지만 우리만의 특성에서 개발된 제품이었기에 세계인의 주목을 받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그 제품에 한국식 이름을 붙여주지 못했다.반대로 생각해 보면 우리는 늘 새로운 ‘발명품’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몰라 일본인이 부르던 방식이나 아니면 상표명을
옛날, 한 30여년도 더 지난 이야기다. 회사 책상 위에 재떨이가 있었고 회의하면서 담배도 필수 있었던, 신입사원 때 사무실서 담배피던 시절의 이야기다. "가서 제록스 3부 해 놓고 회의 준비하게."당시 과장님이나 부장님은 신입사원을 불러 종이 몇장을 건네주며 이런 지시를 내렸다. ‘김군, 가서 제록스 3부 해오게!’, 복사를 해 오라는 지시인데 지금으로 따지면 ‘가서 신도리코 3부 해와!’와 같은 소리다.‘전화줘’ 라는 표현을 ‘아이폰 할께' , '갤럭시 줄께’ 이렇게 말하는 정도의 이야기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이면을 보면 ‘제
옛날이야기다. 옛날에 의대(?)안 등사(복사)가게에서 등사를 해주던 소년 급사가 있었다. 소년이 자주 등사하던 문서는 의대 교재였다. 등사를 하도 많이 해서 그랬는지 소년은 그 문서를 외웠고 시험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그래서 17살 때 조선총독부가 주관하는 의사시험에 합격했다. 등사가게 사장과 그 학교의 도움으로 19살에 전 과목에 합격을 하고 소아과 의사가 됐다. 그때가 1937년이다. 이후 그는 명동에서 의사생활을 하던 중 백일도 안된 아이들이 우유를 먹지도 못하고 녹색 변만 나오다 사망하는 것을 보았다. 뼈만 앙상하고 배만
제품 디자인을 전공 중이던 대학생 시절의 이야기다. 그 시절 친구들의 상당수는 담배를 피웠다. 지하철역에서도 담배를 피울 수 있었고, 카페나 식당에서도 교수님 앞에서도 담배를 피울 수 있던 때였다.다들 담배와 라이터를 가지고 있었는데 담배는 정부에서 허가된 것만 파니 모두 비슷비슷했고, 담배와 관련된 소품으로 차별점을 가질 수 있던 품목은 라이터였다.비교가 버릇인 애들이 그렇듯 당시 '어떤 라이터가 최고인가?'라는 논쟁이 붙었다. 그 시절 토치처럼 강력한 화력의 터보라이터가 나온 지 얼마 안 되어서 관심을 끄는 품목이었다.약간 일회
호치키스, 포크레인, 제록스 등과 같이 상품명이 보통명사가 되는 경우도 많지만 특정 보통명사 즉, 볼펜은 모나미, 색종이는 종이나라, 라면은 신라면 등과 같이 브랜드를 떠올리기도 한다.볼펜이야기다. 볼펜이 보급화 되기 이전의 시기엔 만년필과 연필을 많이 사용했다. 볼펜의 등장은 노트북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뀐 것과 같은 사건이었다. 잉크를 넣지 않아도 찍어 쓰는 잉크가 없어도 되는 펜. 볼펜의 대명사 '모나미153' 기록에 따르면 이 볼펜은 1963년 5월 1일, 시장에 처음 선보였다.많이 나갈 때는 연간 12억 개, 누적 판매량 44
친했던 여자 선배는 남편이 백화점에서 물건을 고를 때 10분이 넘지 않는다는 자랑인지 핀잔인지 넋두리를 늘어 놓는다. ‘폴로랄프로렌’과 ‘빈폴’이라는 취향이 확실한 브랜드가 있고, 옷을 고르는 방식은 ‘눈에 띄는 거 짚는다’, ‘묻는다 (사이즈 등)’, ‘산다’ 딱 세 단계라고. 그리고 선배의 남편은 쇼핑하는 시간을 아주 아까워한다며 할인매장을 가면 '50% 세일'에도 살 수 있는 옷을 따지지도 않고 막산다고 푸념을 했다. 반면 그 형님은 이런 이야기를 한다. 어느 날 냉동실을 열어보니 ‘얼린 게장’이 한가득 있고, 김치냉장고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