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의 ´제4의 저주´ 를 받은 손학규의 미래는



탈당 하루만에 노무현 대통령의 ´저주´를 받은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범여권의 유력한 대선주자였던 고건 전 총리를 ´후회한다´는 말 한마디로 정치은퇴를 시킨 노무현 대통령이 이번에는 전날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 전 지사를 정조준했다.

노 대통령은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손 전 지사의 한나라당 탈당을 겨냥, "자기가 후보가 되기 위해서 당을 쪼개고 만들고 탈당하고 입당하고 이런 일을 한다고 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을 근본에서 흔드는 것"이라며 이같이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손 전 지사와 그의 탈당을 ´보따리 장수´로 폄하하는 최악의 평가를 내렸다.

이같이 노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유력한 여권 대선후보들이 꼼짝을 하지 못하자 이제 노 대통령의 대권주자 관련 발언은 거의 저주에 가까운 영험을 발휘하고 있다.

노 대통령의 저주에 가까운 비난설 발언에 희생된 첫 주자는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다.

2002 당시 민주당 후보경선 때 갈라선 이후 노 대통령은 공.사석에서 공공연히 김 전 의장을 비난해온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지난 연말에도 김 전 의장은 ´대권도전´ 가능성에 대해 "욕심 많고 타협할 줄 모르는 고집불통"이라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당시 김 전 의장은 ´뉴 빅딜´ 제안 등으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의중´이 알려지면서 김 전 의장은 당내 친노세력으로부터 끊임없이 ´사퇴´를 종용받아왔고 상승세였던 지지율도 꺽여 결국 여권내 유력주자로 발돋음하는 데 실패했다.

다음은 고건 전 총리였다. 지난해 말 고 전 총리에 대해 "고건 전 총리 기용은 실패했다"며 고건 불가론을 공식화한 뒤 고 전 총리는 한달도 채 되지 않아 스스로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여권내 한 관계자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고 전 총리의 은퇴 이후 한 사석에서 "내가 안된다면 안됩니다"라고 한마디 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다음은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이 되었다. 노 대통령은 "경제공부를 했 1월 25일 신년특별연설에서 노 대통령은 "실물 경제 좀 안다고, 경제 공부 좀 했다고 경제 잘하는 게 아니다"며 정 전 총장을 직접 겨냥했다.

정 전 총장은 정치입문, 대권도전을 공식화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노 대통령의 ´말폭탄´에 쓰러질 이유는 없지만 여권에서는 ´정운찬 불가론´이 심심치 않게 거론되고 있다.

노 대통령은 ´도덕성과 민주화투쟁´이 트레이드 마크인 김 전 의장에게는 ´욕심과 고집´을, ´안정적인 관료 경력´이 장점인 고 전 총리에게는 ´실패한 인사´로, ´경제전문가´인 정 전 총장은 ´책상머리 경제학자´로 낙인 찍은 것처럼, 손 전 지사가 내세우는 ´합리적 민주주의´를 ´합법적 경쟁원칙과 민주주의 근본을 훼손한 자´로 낙인찍었다.

이같은 비난은 각 예비주자들에게는 치명적인 상처가 되고 결정적인 일격이 될 수 있는 수위다.

노 대통령이 범여권 후보로 꼽히는 예비후보들을 차례로 치명적인 필살기를 날리는 것으로 볼때 노 대통령이 의중에 둔 후보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마저 나돌고 있다.

따라서 손 전 지사에 대한 ´노 대통령 저주´가 또다시 영험을 발휘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노 대통령 20일 국무회의에서 손 전 지사관련 주요 발언>

"민주주의 정치에서 진보다, 보수다, 중도다 하는 노선도 매우 중요한 가치지만 그 가치의 상위에 원칙이란 가치가 있다"

"게임의 규칙을 지킬 수 있는 원칙을 존중할 때 비로소 민주주의 정치가 성립되는 것"

"원칙을 파괴하고 반칙하는 사람은 진보든 보수든 관계없이 정치인 자격이 없는 것"

"자기가 후보가 되기 위해서 당을 쪼개고 만들고 탈당하고 입당하고 이런 일을 한다고 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을 근본에서 흔드는 것"

"선거를 위해서, 후보를 위해서 그렇게 하게 됐을 때 우리 정치는 한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

"너도 나도 진보를 얘기하고 개혁을 얘기하고 새로운 정치를 얘기하지만 원칙을 지킬 줄 모르면 그 정치는 한발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

"탈당을 하든 입당을 하든 평상시의 소신을 갖고 해야지 선거를 앞두고 경선에서 불리하다고 탈당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민주주의 원칙에 맞지 않는 것"


"보따리 장수같이 정치를 해서야 나라가 제대로 되겠느냐"

"우리 정치는 그동안 그렇게 해왔다 하더라도 이제는 하지 않아야 하고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은 정치를 새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를 과거로 돌리는 것"

"혹시 여러분이 정치적 판단을 하거나 정치적 지도자로서 하는 경우 정치의 원칙을 반드시 준수해달라"


"정치는 가치를 지향하는 일이기 때문에 정책, 노선, 이념 등이 매우 중요하고, 현실에 있어 정당이라는 조직을 통해 정치를 하고, 정당을 통해 이 같은 가치와 이념이 구현되는 것"

"가치를 함께 하면 정당을 함께하는 것이고 가치가 다르면 정당을 다르게 해야 한다"

"양당 또는 많아야 4, 5개 정당 수준으로 가치를 나누어서 정당을 함께 하고 그래서 국정을 운영해 가야 한다"

"어느 정당에 입당하고 어느 정당에서 탈당하고 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민주주의에는 규칙이라는 것이 있다"

"정당 정치에서는 정당이 정권을 잡기 때문에 적어도 국무위원급 행정지도자는 정치와 무관할 수 없다"

"그래서 여러분이 정치 지도자로서의 안목을 갖고 있고 대통령의 정치적 지향에 대해 원칙적으로 이해하고 방향을 같이 해야 한다".

"꼭 여러분이 정치 지도자로서 자각을 갖춰주길 바라며, 정치 지도자가 아니라도 민주사회에서 주권자로서의 행사를 올바로 하기 위해 모든 정치 현상에 대해 가치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분이 항상 정치 현상에 대해 가치 판단을 가지고 있길 바란다"

easypol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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