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만나는 사람 아무에게나 악수를 청한다.
새벽 산행 길에서는 사람이 눈에 띄면 오르던 길도 다시 내려와 악수를 청한다.
행사장에서도 귀빈석에 오르는 것보다 객석에 앉은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비좁은 의자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악수하는 일에 더 관심이 많다.



식당에서는 밥 먹다가도 손님이 들어오면 주인보다 먼저 가서 악수를 청한다.
반응은 여러 가지다. 일어나서 정중히 악수하는 사람, 처음에 이상하게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
정치인을 보기만 하면 나무라는 사람, 내미는 손을 탁 치며 외면하는 사람 등등.

그래도 악수는 나의 일이다.
악수를 하면서 나를 광고할 수도 있지만 여론수렴도 된다.
사람들은 인사를 하면서 국가와 공공기관에 하고 싶은 말을 한다.

이런저런 민원도 있고 “싸우지 마세요.” 하는 사람도 있다.
여론조사비용을 따로 들일 필요가 없다.

며칠전엔 마누라와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동네 숯불갈비집에 갔다.
마누라는 화장도 안한 자기 모습이 노출되는 것이 싫었는지 나보고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그래도 나는 직업정신을 참지 못하고 돌아다니며 악수를 청했다.
다시 자리에 앉아 열심히 밥을 먹는 나를 보고 마누라가 혀를 차며 말했다.

“얼굴도 두껍다.”
나는 씩하고 웃었다. 저녁에 내 홈피에 반가운 글이 올라왔다.
나랑 같은 범박동 사는 분인데 의원님이 수수하게 숯불갈비 먹으러 와서 좋았고
일일이 인사하는 모습도 좋았단다.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으니 나는 행복하다.
악수에 얽힌 비밀 하나. 국회의원이 아니었다면 예쁜 여자한테 스스럼없이 악수를
청할 수 있었을까?

이것은 마누라도 모르는 나만의 행복포인트 !

차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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