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 사회적 책임부터 다해야
2007. 3. 13(화)

우리 경제에 대한 대기업 총수들의 우려 섞인 메시지가 연이어 나오고 있어 관심을 집중 시키고 있다. 올 초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이 “일본은 앞서가고 중국은 쫓아오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샌드위치 신세”라고 한국 경제의 절박성을 표시하더니, 최근에는 “우리나라 전체가 정신 차리지 않으면 4~6년 뒤에는 아주 혼란스러워질 것”이라고 더욱 강한 경고를 던지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최근 SK그룹의 최태원 회장과 현대자동차그룹의 정몽구 회장 역시 비슷한 발언을 한 것으로 보아 경제 현장에서 느끼고 있는 우리 경제의 체감온도가 거의 위험 수위에 다다르고 있음을 나타내 주고 있어 불안감마저 들게 하고 있다.
사실 ‘인간은 경제적 동물’이라는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경제활동은 인간으로 하여금 다른 동물과 차별성을 지닐 수 있도록 하고 있는가 하면, 인간 상호간의 우열을 가늠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처럼 경제가 인간의 삶에서 필수적인 까닭에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가는 사회적 존경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그들이 누리는 물질적 호사 또한 당연한 것으로 인정되고 있다. 대기업 총수들의 발언이 유력 정치인들 못지않게 사회적 영향력을 지니고 있고 그들의 말 한마디가 사회적으로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고 하겠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현실에서 대기업 총수들이 정부와 국민들을 향하여 그와 같은 경제적 위기의식을 불러일으키는 메시지를 던질 자격이 있는가에 대하여도 한번쯤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왜냐하면 우리 경제가 오늘날처럼 어려워지게 된 데에는 기업 또한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선 그동안 우리 기업들이 칭찬 받아 마땅할 많은 노력과 성과에도 불구하고 그 ‘투명경영’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 했다고 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예컨대 대기업 총수들이 경영권 승계를 위하여 자녀들에게 재산을 상속 및 증여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불법과 탈법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이며, 노조와의 협상과정에서 보여준 불투명성을 어떻게 이야기 할 것인가. 어디 그 뿐인가. 업종에 따른 우월적이고 독점적 지위를 이용하여 가격담합을 마다하지 않음으로서 공정거래를 위반한 사례마저 없지 않아 결과적으로 그들의 성장이 국민의 고통 위에서 이루어진 것임을 부인치 못하게 한 것 또한 사실이 아닌가.
또 국가와 사회적 협력 위에 엄청난 재산을 축적한 그들이 사회 발전에 충분한 공헌을 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세계 최고의 갑부 빌 게이츠가 ‘이제는 돈을 벌기 보다는 어떻게 쓸 것인가’에 관심을 표명하면서 장학 및 자선사업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나, 홍콩의 리카싱이 여러 대학들에 연이어 거액의 기부를 계속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우리 기업들은 아직도 재산의 사회 기부는 절세(節稅)의 수단이거나 사법적 심판을 앞둔 상황에서의 흥정으로 나타나고 있다.
선진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가들이 존경 받는 것은 단 두 가지 이유에서이다. 첫째는 돈을 버는 과정에서의 투명성이고, 둘째는 어렵게 번 돈을 아름답게 쓰기 때문이다. 이제 세계의 억만장자에 한국 기업인이 10명이나 포함되는 영예를 누리게 된 상황에서 더 이상 국민들이 희생 위에 기업이 성장하는 일이 계속 되어서는 안될 것이며,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 또한 중요한 ‘사회적 어젠더’로 되어야 하겠다.

오수열 기자
저작권자 © 뉴스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