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기업 최대 애로사항 풀었다

미국으로 제품을 수출하는 우리 기업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뭘까?

지난해 5월 한국무역협회가 수출기업 255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대비 대미 비즈니스 애로사항’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10곳 중 3곳(28.4%)이 ‘통관’ 분야를 꼽아 최대 애로사항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난 8차 한미FTA 협상에서 이 통관 분과의 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대미 수출 최대 걸림돌의 돌파구가 마련된 것이다.


부산항 화물 선적 모습. 한미FTA 통관 분과는 대미 수출 통관 절차를 크게 간소화하도록 협상을 타결했다.

우선 까다로운 원산지 증명서 요구가 간소화된다. 과거 관세청이나 상공회의소 등 기관을 통해야만 발급받을 수 있었던 원산지 증명서를 수출자나 생산자, 수입자가 자율적으로 작성, 발급할 수 있게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수입화물이 공항이나 항만에 도착된 후 48시간 이내에 반출토록 하고, 화물 도착 전에 수입신고서류를 제출하는 ‘수입 전 사전신고제도’를 도입했다. 현재 우리 화물이 미국 공항ㆍ항만에 머무르는 시간은 최장 5일에 이르렀으나 협정문에 48시간 규정을 명시함으로써 미국 현지 통관절차가 한결 신속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시간 단축이 생명인 특급 화물의 경우 통관 서류를 최소화하고 절차를 대폭 간소화해 원칙적으로 통관 서류 제출 후 4시간 이내에 국내 반출을 허용키로 합의했다.

무역업계는 통관 지연으로 입는 금전적 손실 등이 크다며 과다한 서류, 부당한 통관 지연이나 시비가 발생하지 않도록 간소화, 신속화, 표준화 등을 요구해 왔다.

당초 한미 간 쟁점이 됐던 컨테이너안전협정(CSI) 완화와 관련해서는 한미FTA 발효 이후 상품무역위원회 산하에 설치될 통관분과위에서 협의하기로 했다.

미국 세관은 9.11테러 이후 안보검색 강화를 위해 주요 교역대상국과 컨테이너안전협정을 체결, 대미 수출품에 대해 수출 전 보안 검색을 실시하고 있다. 우리 측은 수출 전 세관검사를 받은 물품에 대해 미국 현지 세관의 통관검사 생략 등을 요구했으나 미국 측은 제도 운영 상 특정국가에만 차등을 둘 수는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통상 분과장인 재정경제부 전준홍 다자관세협력과장은 “CSI 부분은 안전에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미국 측이 처음부터 난색을 표했다”며 “논의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으려 했으나 막판 협상 과정에서 통관분과위를 마련해 추후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놨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CSI 완화의 결론을 내지는 못했지만 결국 통관 간소화가 목적이기 때문에 48시간 규정 등 타결된 협상 내용으로도 많은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관분과위에서는 물품 반출, 세관 협력 및 신속 반출절차, 위험관리 관련 사항을 논의하게 된다.

제3국 물품의 우회 수입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는 수입국 세관당국이 직접 수출국의 수출자 또는 생산자를 대상으로 원산지의 적정 여부 여부를 검증할 수 있는 ‘원산지 현장검증제도’를 도입했다.

이는 자유무역을 악용한 불법ㆍ부정무역을 차단하고 국내의 취약산업을 보호하는 장치로 마련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이 아닌 북미 지역의 축산물이 우회 수입되는 등 예상되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

또 특혜관세 적용에 필요한 품목분류와 과세 가격, 원산지 등 의문 사항에 대해 세관당국이 미리 심사해 알려주는 ‘사전판정제도’도 도입한다. 특혜 여부를 미리 파악해 예측가능한 무역활동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한국무역협회 정재화 통상연구실장은 “CSI 완화가 이뤄지지 않아 아쉬운 부분이지만 추후 통관분과위에서 다시 논의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은 다행”이라며 “전체적으로 통관 분야 절차가 크게 간소화될 것으로 보여 무역업계의 실익이 클 것이다. 한미FTA 협상을 하지 않았으면 기대할 수 없던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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