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바로서야 나라가 산다.
2007. 3. 5(월)

지구 온난화에서 비롯된 이상 기후 때문인지 겨울 내내 제대로 된 눈 한번 구경하지 못한 가운데 벌써 봄기운이 물씬 풍기고 있다. 오랜만에 들른 캠퍼스에서는 선배들의 지도 아래 오리엔테이션을 받는 ‘새내기(新入生)들의 모습이 대학사회의 역동성을 느낄 수 있게 한다.
그런가 하면 어려운 경제 속에서 천정부지로 치솟는 대학 등록금 문제가 연일 매스컴의 주요 기사로 다루어지는 데에서, 이제 대학의 문제가 결코 대학사회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 오늘의 시대상을 읽을 수 있게 된다. 하기야 수도권 어느 의과대학의 한 학기 등록금이 드디어 1천 만원을 넘어 섰다고 하니 이쯤 되면 대학은 이제 지난날의 우골탑(牛骨塔)은 아무것도 아니고 부모골탑(父母骨塔)이 되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학생들이 이처럼 비싼 등록금을 내고도 대학을 다니는 까닭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이 대학에서의 수학(修學)이 일생을 살아가는데 거의 필수적이라고 할 만큼 보편화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학은 마땅히 학생들에게 높은 수준의 인격과 삶에 필요한 지적 능력을 함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오늘날 대학사회의 현실은 심히 부끄러운 모습들이 없지 않다. 교수들은 학문 연찬 보다는 총장선거에서의 패거리와 짝짓기에 빠져 있는가 하면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한 중상모략마저 마다하지 않는다. 강의와 연구에 열심인 교수는 무능한 사람으로 치부되는가 하면 보직(補職)을 맡는 것이 최대의 목표가 되기도 한다. 심지어는 대학을 자기의 정치적 출세를 위한 ‘디딤돌’ 정도로 인식하는 교수도 없지 않으며 이를 위해 학생들을 이용하는 파렴치한 사람마저 없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역사를 통하여 국가와 사회가 어렵고 혼란스러울 때마다 대학인들이 정의(正義)를 바로 세우기 위해 분연히 일어났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일제치하에서의 광주학생독립운동과 4․19학생혁명 그리고 5․18광주민주항쟁이 그 좋은 예이며, 중국에서의 5․4운동 또한 대학인들의 정의감과 애국심의 발로에서 시작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현실은 어떠한가. 대학이 학문의 탐구 보다는 직업교육의 장(場)으로 변모하면서 더 이상 지성(知性)과 정의가 숨쉬기 보다는 생존과 처세의 기술을 배우는 곳으로 변해가고 있다. 대학이 이처럼 변해가고 있는 데에는 무엇보다 교수들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교수는 대학사회의 가장 중요한 주체로서 대학사회의 지성을 유지하고 발전시킬 책무를 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강한 보수성(保守性)을 특징으로 지녀온 대학이 쉽게 개혁되기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이는 대학의 역사성(歷史性)과 관련되어온 있는 것으로 중세 이래 대학은 이른바 ‘상아탑’으로서 현실 세계와는 격리된 체 진리의 탐구에만 몰두하는 것을 당연시하여 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통으로부터 대학의 구성원들은 보다 높은 도덕률을 지닐 것이 요구되어져 왔으며, 동시에 존경의 대상이 되어왔던 것이다. 따라서 대학이 자기의 이해관계와 배치된다고 하여 중상모략이나 음해와 투서가 난무하는 곳으로 변질되거나 사회의 선거를 비웃을 만큼 타락한 정치의 장으로 변모한다면 이는 곧 우리사회의 빛과 소금 역할을 해야 할 대학 본연의 임무를 포기하는 것이 될 것이다. 여기에서 필요한 것이 대학의 부패와 타락을 방지하기 위한 스스로의 자정(自淨) 노력이라고 하겠으며, 이를 통하여서만이 ‘대학을 대학답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모름지기 나날이 혼탁해져가는 사회 속에서 대학만이라도 지성의 전당으로서 국가와 사회의 중심역할을 다함으로서 그 본(本)이 되어야 하겠다.

오수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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