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투자 증대로 중소기업 등 일자리 창출 효과 크다

한미 FTA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한미 FTA가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중소기업과 농업 등 경쟁력이 부족한 분야가 몰락해 대규모의 실업사태가 발생하고 비정규직이 늘어, 그 결과 양극화의 골이 깊어진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이런 주장은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근거가 없다. 또 과장되었거나 한쪽 측면만을 부각한 것이다. 산업연구원의 실증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개방과 양극화와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방이 반드시 양극화 심화시킨다는 주장은 근거 없어
우리나라는 1980년대 이후 대외지향적인 전략을 추진하고 관세율을 인하하는 등 지속적으로 개방의 폭을 넓혀왔다. 그러나 소득 불평등 추세는 오히려 감소했다. 소득 불평등이 심화된 것은 개방 이후가 아니라 우리 경제의 구조적 모순 때문에 발생한 IMF 외환위기 이후였다.



멕시코 사례를 보면 개방과 양극화는 관계가 없다는 점을 잘 알 수 있다. 멕시코와 미국, 캐나다 사이의 NAFTA는 1994년 1월에 발효됐다. 멕시코의 소득양극화는 1995년 가장 심한 모습을 보였는데, 이는 멕시코의 금융위기 때문이었다. 개방이 양극화와 관련이 있다면 NAFTA 발효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양극화가 심해졌다는 수치가 나와야 한다. 하지만 멕시코의 불평등은 NAFTA 발효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절대적 빈곤도 1996년을 기점으로 점점 감소하고 있으며 실질임금 역시 1996년 이후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미 FTA를 반대하는 이들은 오비이락격인 멕시코 외환위기의 부작용을 NAFTA 탓으로 떠넘기며 FTA 때문에 양극화가 심화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양극화는 외환위기 따른 일자리 감소·정보화 심화 때문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1996년부터 양극화가 진행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우선 중국이 생산기지로 각광을 받으면서 국내 공장이 이전하고 외환위기로 급격히 일자리가 줄어든 탓이 크다.

당시 직장을 잃은 사람들은 대체로 개인 자영업이나 택시·화물차 운전 등 서비스업으로 몰렸다. 그러나 대부분 영세한 규모였고 수도 갈수록 늘어 경쟁이 치열해면서 소득 개선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급격한 사회변화도 양극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양극화 추세는 외환위기를 벗어난 2000년 이후에도 여전한데, 이는 우리 사회가 지식 기반 사회로 넘어가면서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이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신기술이나 첨단기술 습득이 용이한 고학력자의 몸값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첨단산업이 많은 대기업과 노동집약적 산업 중심인 중소기업의 급여차가 커진 점도 소득 양극화를 부추킨 측면이 있다.

결국, 우리나라의 양극화는 개방 그 자체보다도 외환위기 이후의 자영업·서비스업의 경쟁 심화와 정보화·세계화에 따른 대기업·고학력 노동자와 저학력·중소기업 노동자의 소득격차 확대 등이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또 이렇게 시작된 양극화는 기업들의 투자부진 등과 겹쳐 외환위기 이후 경제가 회복되어도 경제성장과 함께 늘어야 할 일자리를 충분히 만들어내지 않는 이른바 ‘고용없는 성장’의 악순환을 불러와 경제성장의 과실이 국민 전체로 확대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양극화 해소하려면 중소기업·서비스업 등 전 산업에서 고용 늘려야
양극화 문제의 해답은 중소기업과 서비스업 등 전 산업분야에 걸친 일자리 확충에 있다. 양질의 일자리야말로 최고의 성장전략이자 복지전략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고용창출의 기회인 한미 FTA는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양극화를 해소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한미FTA를 어떻게 잘 활용할 것인지, 새로운 도전에 어떻게 잘 대응할 것인지의 문제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미 FTA는 개도국과의 FTA와 달리 우리의 산업구조 개선에도 도움을 줘 중소기업과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서비스산업 등의 고용을 늘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KOTRA가 지난해 2월 조사한 결과를 보면, 미국 바이어의 60%가 “한미 FTA가 체결되면 한국 제품 수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고, 36%는 “수입선을 중국에서 한국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일단 수출이 늘어나면 일자리도 늘어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한미 FTA가 체결되면 중장기적으로 최대 55만개의 일자리를 늘리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관세철폐로 수출이 늘어나고, 전체적인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얘기다.

한미FTA는 중소기업 활력 강화·국내 투자 증가로 일자리 늘릴 것
특히 한미 FTA는 그동안 부진을 면치 못했던 중소기업이 활력을 되찾는 데에도 긍정적이다. 한미 FTA로 수혜를 입을 것으로 분석되는 상품에는 자동차나 프리미엄 가전 뿐 아니라 의류, 잡화 등 중소기업의 주력상품도 다수 포함돼 있다. 특히 섬유와 의류, 가죽제품 등 생활용품은 미국이 고율의 관세를 매기고 있는 품목이라 관세가 철폐되면 효과는 더욱 크다.

또한 중국에 이전됐던 공장이 무관세 혜택을 누리기 위해 국내로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 이는 비숙련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다는 이야기다. 이런 점에서 한미 FTA는 동반성장을 통한 양극화 해소의 계기가 될 수 있다.

한미 FTA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직접투자도 고용창출 효과를 가지고 있다. 2000년부터 5년 동안 만들어진 국내 일자리 53만개(전체의 20%)는 외국인 투자기업에서 창출된 것이다. 흔히 현지에 공장 등을 세우는 기업설립형 투자만 긍정적으로 바라보지만, 일자리 확충 측면에서 인수합병 투자가 가진 효과도 무시할 수는 없다.

기술이전에 따른 경제 ‘업그레이드’도 고용창출에 큰 도움
무관세 혜택을 노리고 한국에 진출하기를 바라는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의 직접투자도 이끌어 낼 수 있다. 최근 중국 정부는 합작법인을 통해 전남 무안군 한중국제사업단지에 총 7500여 억원을 투자할 계획을 밝혔는데 한미 FTA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일자리 확충 뿐 아니라 직접투자 확대로 예상되는 기술이전도 커다란 잠재력을 갖고 있다. FTA가 발효되면 미국기업은 우리나라에 대한 직접투자를 늘릴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이뤄지는 기술이전은 우리 경제의 ‘넛크래커론’ 혹은 ‘샌드위치론’의 우려를 잠재우고 한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것이다.

이는 또 중소기업 중심의 국내 노동집약적 산업이 허물을 벗고 기술 중심 산업으로 거듭 날 수 있음을 뜻한다. 특히 해외 의존도가 높은 부품소재 산업에 이와 같은 업그레이드가 이뤄질 경우 해외에 의존하던 수입을 대체하고 수출의 혜택이 아랫목에서 윗목으로 전달되지 않았던 구조적인 문제도 해결할 수 있게 된다. 경제성장에 걸맞는 고용창출이 활발히 이뤄진다는 이야기다.

타격 입을 제조업·농업 경쟁력회복엔 정부 지원·보완 대책 준비
물론 정부는 한미FTA에 따른 그늘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한미FTA 과정에서 적응에 실패해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과 산업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경쟁에서 뒤처진 산업과 기업, 인적자원이 경쟁력을 회복하거나 다른 산업에 신속하게 흡수되지 못하면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될 수 있음을 간과하지 않는다. 그래서 정부는 이에 따른 여러 대책을 준비해왔고 이미 마련 중에 있다.

예컨대 제조업의 경우, 정부는 ‘제조업 등 무역조정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FTA 체결로 경쟁상품의 수입이 늘어나 피해를 입은 기업에 도움을 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기업에겐 정보 제공, 경영·기술 컨설팅, 단기 경영자금 융자, 경쟁력확보 자금 융자 등 구조조정을 지원하고, 근로자에게는 전직이나 재취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한미 FTA로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분야는 농업이다. 하지만 농업 분야에서 간과하면 안 될 점은, 농업인구가 매년 7만명씩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한미 FTA와 같은 충격이 없더라도 15년쯤 뒤에는 농업인구의 67% 가량이 줄어들게 된다. 2005년 기준으로 농업인구는 174만7천명으로 전체 취업자 2285만6천명의 7%에 해당된다. 그나마 55세 이상이 전체의 68%이고, 40세 미만은 6%다. 어떤 정부든, 이를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으며 방치할 경우 농업이 몰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사실이다.

정부는 한미 FTA를 통해 농업분야의 경쟁력을 키우되, 기존 119조 규모의 농업·농촌 종합대책을 보완하고, 늘어나는 농산물 수입으로 발생하는 소득감소를 보전해준다는 계획이다.

한미FTA는 ‘기회’…당장 고통에 기회 놓치면 양극화 더 심화될 것
한미 FTA는 우리 경제가 성장과 양극화 극복에서 한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그러나 기회를 버리고 현실에 안주하면 우리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 양극화의 악순환 구조를 깨고 동반성장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이루지 못하면 양극화는 오히려 더욱 깊어진다. 미래를 위해 당장의 고통을 감내할 것인가, 당장의 편안함을 위해 미래의 버릴 것인가.

외환위기 탓에 영세 자영업 급증…경쟁 격화로 소득 줄어

개방보단 IT·정보화로 소득 격차 커진 것도 양극화 요인

서비스업에서는 대표 업종인 음식점 등 영세 자영업에 외환위기 이후 영세자영업이 몰려들면서 경쟁이 격화되고 이들의 소득이 줄어들었다. 우리나라의 음식점 당 인구를 보면, 지난 2004년 현재 인구 79명당 식당이 하나로 일본의 식당 1곳당 인구 140명, 미국의 419명보다 2배 이상 적다. 인구에 비해 음식점이 너무 많다는 얘기다.



외환위기 이후 실직자들이 택시나 화물트럭 영업에도 대거 몰려들었다. 자가용이나 대리운전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택시는 3만대가 늘었고 화물트럭도 15만대가 증가했다.

이런 탓에 우리나라의 영세 자영업자 수는 외국과 비교해도 매우 많으며 이는 경쟁격화->소득감소로 이어져 양극화 심화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전체 취업자 가운데 자영업 취업자의 비중을 외국과 비교해 보면, 한국이 2005년 현재 27%인데 비해 미국은 7.4%, 일본 10.4%, 영국 12.7% 등으로, 우리가 주요 선진국들의 2~4배에 달하고 있다.

고학력자-저학력자의 소득 격차도 갈수록 커져 양극화의 골을 깊게 했다. 이는 우리 사회의 정보화 수준이 빠르게 높아지면서 높은 소득을 보장받는 정보화 관련 산업에 고학력자가 쉽게 적응하고 취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도시근로자가구 중 대졸 학력 가구주의 근로소득은 월평균 319만21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04만5440원에 비해 4.8% 늘었다. 반면 초졸 학력가구 근로소득은 107만6753원에서 109만3088원으로 1.5%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들의 임금격차는 1998년 2.3배, 2000~2004년에는 2.6배 수준이었으나 2005년 이후 더욱 크게 벌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수준 격차와도 관련이 깊다. 첨단 산업이 많은 대기업과 노동집약적 산업이 중심인 중소기업의 월급 차이는 2000년 61만6750원에서 2006년 120만9420원으로 2배 가량 늘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대기업을 중심으로 올해 임금인상을 자제해야 한다”고 나설 정도다.

이지폴뉴스 -특별기획팀 기자
저작권자 © 뉴스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