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껍데기 분양가상한제와 원가공개로는 집값 잡을 수 없다. -

지난 12일 이용섭 건교부장관은 ‘주택시장안정․민간 주택건설 활성화를 위한 정책추진방향’이란 주제로 진행된 주택업계와 간담회에서, 분양가 상한제 실시로 인한 민간주택 공급감소 대책으로 전 산업평균이익률을 고려한 약 7%의 건설업계 이윤을 보장하겠다고 하였다. 또한 주민편의를 위해 추가로 설치하는 시설의 가산비로 인정, 지방은 원가공개 대상에서 제외되고 분양원가 공개로 인한 입주민들의 허위공개에 대한 법적 소송은 금하게 된다는 입장을 공식 발표하였다.

경실련은 이 장관의 발언이 지난 몇 년간 국민들이 분양가 상한제와 아파트 분양원가공개를 왜 요구했고, 국회에서 이를 왜 입법화 했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도 없고, 부동산 정책 집행책임자로의 자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월 11대책발표 이후에도 호가만 하락하여 집값이 안정세를 유지하는 것처럼 나타나는 상황에서 주택정책의 책임자가 건설업계의 민원을 수용하여 하위법령을 만들겠다는 것은, 제도 도입의 취지를 벗어나 이미 껍데기가 돼버린 분양가상한제나 원가공개제도를 사문화 시키는 것임은 물론 정부가 소비자를 위한 주택정책을 추진할 의사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이장관이 발표한 건설업계 이윤보장과 가산비 인정, 원가공개의 대상의 지방제외, 원가공개에 대한 법적 소송 금지 추진은 즉각 철회해야한다. 이 장관의 발언으로 하위법령이 제정된다면 집값안정을 물론 분양가 인하효과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대변인 자처한 이용섭장관의 발언은 집값하락을 막기위한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주기적으로 주택건설업계 등 이해관계자와의 간담회를 빌어 업계의 민원을 해소하고, 불만을 달래주면서 그들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자처하였다. 이번 간담회에서도 이장관은 주택법 통과로 인한 업계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최선을 다하겠다며, 건설업계 약 7% 이익률 보장, 가산비 책정범위 확대, 분양원가 공개에 대한 법적 소송제한을 발표했다. 이것은 건설업계의 애로를 해소시켜줄 지는 몰라도 분양가상한제나 원가공개를 요구했던 국민들의 요구나, 제한적이지만 주택법 개정으로 집값안정을 기대하는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이다.

노무현대통령도 지난 1월말 지역언론사 편집보도국장과의 오찬간담회에서 ‘다음 정권 5년동안에 건설경기활성화를 위해 약110조원 정도의 재원을 투자하겠다’는 선심성 개발계획을 발표하며 비난을 자초한 바 있었다. 이 장관의 발언은 그동안 참여정부가 국민들의 주거안정보다는 건설업계를 위한 편향적 정책을 추진해온 연장선에 있다. 이런 정부 정책 흐름으로 인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1월 11 대책이후에도 집값 오름세가 지속도고 있으며, 수도권 시가총액만 1월대책 발표이후 4월초까지 17조9300억원이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아직까지도 집값이 소폭 상승하는 상황에서 건교부장관이 해야 할 일은 업계를 달래며 집값하락을 막기 위한 발판을 만들 것이 아니라, 껍데기가 돼버린 분양가 상한제와 원가공개의 실효성을 강구하기위한 후속대책 마련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건교부 장관이 주거안정과 집값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들이 시행되기도 전에 소비자나 전문가들의 충분한 논의도 없이, 업계대표들을 모셔다가 그들의 민원을 듣고 달래기를 하고 있는 것은, 정부정책에 대한 실효성도 담보하지 못하고, 국민들의 불신만 키울 뿐 이다.

업체폭리 보장해주는 ‘분양가상한제’로는 집값안정 없다.

이장관이 발표한 내용 중에는 분양가상한제 적용 시 기업의 적정이윤보장과 가산비 인정범위 확대가 포함되어 있다. 분양상한제는 실제 투입된 주택건설비와 연동하여 분양가를 책정하도록 제한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주택건설비의 판단기준이 되는 기본 건축비를 실제에 가깝게 정확하게 책정해야 제도의 실효성이 담보된다.

그러나 경실련이 원가연동제가 적용된 판교신도시 민간아파트의 건축비를 분석해 본 결과, 평균 건축비가 평당 약500만원(간접비 및 건설업계의 이윤까지 포함)으로 정부가 고시한 표준건축비(평당288만원)보다 2배정도 높았고, 경실련이 적정하다고 추정한 건축비와 비교해보면 약 472억원(업체당 약79억원)의 폭리를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현재의 정부가 고시한 건축비에서도 건설업계가 막대한 이윤을 남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그런데 여기에 원가연동제 시행을 핑계로 합법적으로 이윤을 보장함은 물론 기본형건축비까지 부풀려 주고, 그동안 공사비 부풀리기에 악용되어 왔던 주택공사에 직접적 관계된 부분이 아닌 주민편의시설 설치비용까지 가산비용으로 인정해 준다는 것은 분양가 인하를 막고 건설업체 폭리만 유지시켜주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또한, 건설업자들의 원가 부풀리기를 통한 고분양가 책정관행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이를 바로잡기는 커녕 오히려 불법을 합법적으로 인정해주겠다는 것이다.

분양가 인하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주택공사와 민간건설업체가 공급하고 있는 아파트의 실적공사비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하며, 이를 토대로 원가연동제 아파트에 맞는 표준설계도와 표준시방서를 만들고 그에 맞게 기본형건축비가 책정되어야 한다. 기본형건축비가 실적공사비에 맞게 제대로 책정되야지만 이장관이 말하는 업체의 적정이윤 보장도 가능해지는 것이지, 지금처럼 건축비를 잔뜩 부풀려 이미 업체가 폭리를 취하는 상황에서 또 다른 적정이윤을 보장해준다는 것은 과거의 폭리를 그대로 인정해주면서 고분양가를 막겠다는 것으로 어불성설이다.

따라서,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통한 실질적인 집값안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잔뜩 부풀려진 기본형건축비의 전면재검토가 필요하며, 지금까지 건축비를 부풀리면서 폭리를 취해 온 업계와 이를 묵인한 개발관료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

무늬만 원가공개는 국민사기극이다.

이 장관은 원가공개에 대해서도 개별원가가 아닌 평균개념의 원가이며, 법적효력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조치는 선분양제라는 소비자에게 불리한 주택공급시장에서 소비자의 알권리 충족과 최소한의 권익보호, 분양가 책정과정의 투명성 확보 등 국민들이 원가공개를 요구한 이유를 전면 부정하는 것이다. 또한 ‘대통령의 원가공개 약속이 국민사기극’임을 보여주는 처사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기극은 이미 건교부가 원가공개를 7개로 제한하는 것에서부터 예견된 일이다. 이미 감리자지정단계에서 58개 항목의 원가가 공개되고 있는 데, 법적효력도 없는 평균개념의 7개 항목을 공개하는 것이 무슨 효력을 가질 것인가? 그리고 원가공개를 위한 분양가심사위에 주택업계의 참여는 보장하고 소비자를 대변할 시민단체들은 아예 참여하지도 못하게 했는데 어떻게 공정성과 신뢰를 가질 수 있단 말인가? 오히려 실효성도 없는 ‘생색내기용 원가공개’를 국민을 속여 추진하다가는 ‘원가공개’에 대한 국민 불신만 가중시킬 뿐이며, 국민을 속이는 원가공개는 차라리 안하는게 낫다.

지금까지 정부는 건설업자에게 선분양특혜, 분양가자율화 특혜, 택지헐값공급 특혜 등 온갖 특혜를 베풀며 건설업자의 폭리를 보장해주었고, 그 결과 집값폭등에 시달리며 내집마련의 꿈을 상실해버린 국민들의 집값안정에 대한 요구는 그 어느때보다 절실하다. 이런 위기의식을 인지한 정치권에서도 집값안정을 위한 부동산대책 발표 및 반값아파트 공급을 위한 각종법안을 발의했고, 미흡하지만 분양가상한제와 원가공개를 제한적으로 추진하는 주택법까지 개정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집값은 소폭 상승하는 등 거품이 빠지지 않고 있다. 또한, 국민들은 개정된 주택법이 택지비의 감정가 인정, 분양가심사위원회의 시민단체 배제,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의 축소 등으로 실질적인 집값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도 낮다. 따라서 정부가 지금 주력해야 할 것은 개정된 주택법이 실질적인 집값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미흡한 부분을 하위법령에 반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이런 국민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채 주택법 통과된지 불과 열흘만에 업계를 만나 업계달래기에 전전긍긍해하고 있는 모습은 한심하다 못해 정부 스스로 개발오적의 연대를 과시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뿐이다.

경실련은 건교부장관이 건설업계를 위한 정책이 아닌 국민을 위한 정책이 될 수 있도록 주택법 하위법령 마련에 최선을 다할 것을 촉구하며, 만일 이번과 같은 업계달래기용 정책을 계속해서 추진하려한다면 국민의 퇴출요구에 직면할 것임을 경고 한다.“끝”

이지폴뉴스 박지은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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