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의 비정규법 시행령 입법예고 일정이 임박한 가운데 언론을 통해 나오고 있는 내용에 의하면 정부는 비정규직을 고착화하고 광범위하게 확대하려 하고 있다. 우리는 이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고용불안과 저임금에 고통받는 비정규노동자의 권리보장은 비정규직을 축소,억제하는 것에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밝힌다.

정부는 “2년 넘게 사용해도 무한정 기간제노동자를 사용할 수 있는 예외조항을 확대”하고, “현행 26개 업무로 한정되어 있는 파견대상도 대폭 확대”하는 시행령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사용사유제한없는 비정규직법으로 절망한 비정규노동자를 벼랑끝으로 밀어내는 것으로서 비정규직법이 반노동악법임을 확증시키는 것이다.

1.기간제 예외조항 ․ 파견대상업무 확대는 영구 비정규직을 양산한다.

먼저, 정부안대로 하면 기간제예외조항 5호 ´전문적 지식.기술활용이 필요한경우´에 따라 전문자격 33개직군과 박사학위자, 기술자, 대학교원, 방과후교사와 전문가 및 준전문가로서 소득이 6천만원 이상인 사람은 모두 영구 기간제노동자로 하겠다는 것이다.

노동부의 설명에 따르면 의사.변호사 등 전문성과 직업능력이 높은 전문 직종은 기간제한을 통해 보호할 필요성과 당위성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굳이 무기계약화하지 않고 유연성을 확보해도 된다는 얘기다.

박사학위 자체가 직장에서의 지위와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요소가 아님에도 학위 자체의 취득만으로 기간제법 보호의 필요성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연구소 등에는 박사학위소지 근로자가 태반이지만 근로조건은 낮으며, 학위와 상관없는 일을 하는 근로자의 경우 학위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근로자와 기간제법 적용에서 차별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또한 약 6만4천명에 이르는 대학강사는 현재 전임교수로 가기 위한 전단계가 아닌 비정규교원 직업군으로 고착된 상황이며 전문성에 비례하는 근로조건이 보장되어있지 않다. 대학이 인건비 절감과 인력운용의 유연화때문에 시간강사를 남용하고 있는바, 기간제법적용예외는 시간강사들의 신분을 불안하게 하여 전문연구실적 생산을 더욱 어렵게할 것이다.

방과후 교사도 마찬가지다. 경향신문(4월 15일자)에 따르면 위탁업체 중간착취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과, 1년마다 재계약을 반복해야 하는 조건 때문에 부당함에 대한 항의조차 못하는 노동자로서 전문성보다는 임시직,계약직의 성격이 강하다. 방과후교사는 공교육강화를 위해서도 신분보장이 절박한 상황이다.

뿐만아니라 정부 복지정책과 실업대책에 의해 제공되는 일자리도 기간제예외조항에 속하여 앞으로 비정규직으로 100% 사용될 것이다. ‘정부가 일자리를 제공’한다고 해서 당연히 기간제적용제외 필요성이 있는 것이 아니다. ‘예산범위내’라는 한계가 있더라도 정부의 예산은 일상적인 사업에 대해 언제나 배정이 되기 때문에 기간제법 적용제외의 필요성이 없다. 정부가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것 외에는 ‘근로제공의 목적성’이 사기업의 근로계약과 아무런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예외적용을 하는 것은 정부 스스로 비정규노동자를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또한 조산사, 약사, 공인노무사를 포함해 전문자격 33개 직종도 전문자격자임에도 근로조건은 천차만별이라는 점에서 획일적 적용은 문제가 크다.

이와같이 전문직이라 하더라도 근로조건이 똑같지 않음에도 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학위나 자격증, 소득기준만으로 기간제 예외를 정하는 것은 비정규직을 무한정 확대하겠다는 의도와 다름없다.

2.직업의 분류체계를 바꾸고 업종을 세분화하면서 파견노동을 확대

두번째 문제점은 파견노동자를 대폭 확대하려는 것이다.
언론에 의하면 정부는 현행 26개 파견대상업무를 2000년 신 직업분류에 따라 소분류로 재편하여 대상업무를 확대하겠다고 한다. 특히 사회과학, 문화예술 및 방송 관련 전문가는 단순노무직을 제외한 전 업종이 파견업무에 해당되며, 배달.운반 및 안내, 접수사무업무, 가사 및 관련 보조원, 건물관리 업무가 확대포함시켜 ´전문업종에 한정한다´는 파견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다. 또한 자동차기술공이나 조선기술공, 전자장비 기술공 등을 포함시켜 대부분 제조업 생산직 부문의 광범위한 파견 활용을 허용하고 있다.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은 파견노동을 쓸 수 없게 되어 있지만, 파견대상업무를 확대할 경우 기업은 각종 불법과 탈법으로 법망을 피해가며 파견노동을 확대할 것이다.

원래 파견법은 전문적 인력의 일시적 수요 대처 및 파견노동자 보호를 위해 1998년 제정되었다. 그러나 지난 8년간 파견노동은 전문적 인력의 일시적 수요 대처보다는 단순기술 노동자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는 결과만 초래했다. 또한 중간착취를 가능케 하여 고용불안정과 사용사업주의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는 출구로 악용되어 왔다. 따라서 근본적인 해결책은 파견법을 즉각 폐지하는 것이다. 당장 폐지가 어렵다면 현행업종을 유지하되 전문기술업무와 관련없는 업무는 과감히 삭제해야 한다.
특히 이번 시행령에서 직업의 분류체계를 바꾸고 업종을 세분화하면서 파견노동을 확대하는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확대된 대부분의 업종들은 기존에 용역(불법파견)으로 이루어지던 업종이 많아 불파(위장도급) 사용자에게 면죄부를 주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현행 파견. 도급에 관한 구별기준 노동부 고시를 근로자파견의 기준으로 바꿔 시행령에 명문화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명문화에 앞서 어떤 내용으로 개정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독일의 경우처럼 당사자간 합의한 계약의 행위내용(계약유형)을 중시하는 방안이 적극 도입되어야 하며 그렇지 않았을때 시행령 명문화는 오히려 사용자들의 불법파견 남용을 용인하게 될 것이다.

3.비정규노동자 확산하는 비정규법은 전면 개정 되어야한다

정부가 비정규직을 보호하겠다고 했으나 이번 시행령제정과정에서 오히려 범위를 넓힘으로서 비정규직이 무한 확대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845만 비정규노동자가 저임금과 고용불안, 차별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비정규직으로 고착되고 정규직도 비정규직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마련한 것이다. 아직 정부는 비정규법시행령을 입법예고하지 않았다. 우리는 정부가 진정으로 비정규직의 보호를 주장하고자 한다면 비정규직남용을 막고 억제할 수 있는 안을 만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07년4월 18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이지폴뉴스 박지은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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