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더운 날씨에 운동장에 나온 200여명의 학생들이 차례로 선생님의 정성어린 손길과 시원한 물에 발을 맡겼습니다.

-. 학생들은 처음에는 '물이 차갑다'며 깔깔거렸지만 이내 발을 씻어주는 선생님의 진지한 태도와 따뜻한 말에 함께 진지해졌다죠?

=. 네,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오전 서울 강서구 화곡동 성지고등학교에서 '제자사랑 세족식'이 열렸습니다.

-. 이 학교는 매해 스승의 날을 전후로 교사들이 학생들의 발을 씻어주는 행사를 열고 있으며, 올해가 열 네 번째라죠?

=. 그렇습니다. 야구부 담당 김택현(33) 체육교사는 두 팔을 걷어붙이고 야구부 학생들의 발을 씻어주며 연습은 열심히 하냐, 투수는 잘 맞냐, 약은 잘 먹고 다니냐 등을 물었으며, 간지럽다며 민망해하던 학생들도 이내 진지해져 대화를 이어나갔습니다.

-. 클라이밍을 하는 학생은 성적이 좋지 않아 어느 대학에 갈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고민을 털어놓았다면서요?

=. 이에 김 교사는 각 대학별 입시안을 잘 보고 이틀 앞으로 다가온 전국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라고 격려했는데, 이날 김지후(18·여)양은 "스승의 날인데 제가 선생님 발을 씻어 드리기는커녕 선생님이 발을 씻어줘 죄송하다"면서도 "선생님이 남자친구와 언제 사귀고 헤어지는지를 알 정도로 친하게 지내는데 더 친밀해 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또 올해 이 학교에 처음 부임한 배준희 교사(25·여) 역시 "학생들이 싫어하는 듯하면서도 즐기는 것 같다"며 "스승의 날에 학생들 발을 씻어주며 아이들과 못했던 대화도 나누고 제자 사랑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뜻깊은 행사"라고 말했습니다. 

-. 세족식을 진행하고 난 학생들은 한데 모여 소감문을 작성했다죠?

=. 그렇습니다. 1학년 1반 강세림 학생은 "선생님이 발 씻어주는 게 많이 민망하지만 한편으로는 재미있었다"며 "발을 씻어주신 만큼 (내 안의) 나쁜 마음도 같이 씻겠다"고 적었습니다.

또 2학년 1반 김혜인 학생은 "그간 성실하게 학교생활에 임하지 못하고 심려를 끼쳐 드린 날들이 생각나 너무나 후회스럽고 반성하게 되는 행사였다"며 "앞으로 선생님들께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학교생활을 해야겠다는 다짐이 생겼다"고 썼습니다.

 

▲ 제자사랑 세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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