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자 부패상 폭로에서 협박용으로 변질하며 상업화

우스갯소리로 우리나라의 컴맹을 없앤 1등 공신은 ‘O양’ ‘B양’이라는 말이 있다.
‘대한민국’은 몰라도 ‘삼숭’(외국인들은 Samsung을 대부분 이렇게 발음한다)은 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IT강국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IT발전을 이끈 원동력이 정보통신부나 IT관련기업이라기보다는 일부 연예인들의 은밀한 사생활 때문이라는 지적은 아주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특히 B양의 경우, (잔머리 쪽으로는 유달리 비상한 능력을 지닌)한국인의 해킹으로 실제 사이트개설자는 별 돈도 벌지 못했다는 후문은 ‘인과응보’같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 작년에도 포르노와 관련해서는 이른바 ‘김본좌’ ‘캐나다연수 영어강사’ 등 인터넷을 달군 사건들이 있기는 했지만, 그 강도면에서는 연예인 사생활에 미치지 못한 것 같다.

포르노는 포르노그라피(Pornography)의 준말이다. 사전적으로는 인간의 성적 행위를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묘사한 소설ㆍ잡지ㆍ회화ㆍ영화ㆍ사진ㆍ비디오ㆍ만화 등을 총칭하지만 근래에는 ‘야동’만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포르노의 어원은 그리스어 ‘pornographos’로 「창부(porno)에 관해 기록된 것(graphos)」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하여간 포르노의 기원이 오래된 것만큼은 확실한데, 이것이 앞서 일부 연예인의 경우처럼 돈벌이로 확고하게 자리 잡은 것은 18세기 중엽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1789년은 ‘프랑스 대혁명’이 발생한 기념비적인 해이다. 당시 사회를 연구한 학자들에 따르면, 혁명을 앞두고 프랑스 전역에는 성직자(수녀 포함), 귀족들의 엽색행각에 관한 책들이 널리 퍼졌다. 일종의 풍자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책들은 지배계급의 부도덕, 구체제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파헤쳐 ‘반체제인사’들이 돌려 읽기도 했다.

엽색행각이라는 말랑말랑한 부분은 반체제를 비판하는 불온한 서적을 널리 퍼뜨리는 기폭제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1789년 혁명이 시작되자, 정치적 의도를 가진 포르노소설이 마구 쏟아져 나왔다. 기록에 따르면 1789년~1792년 까지 4년 동안 무려 200여종의 포르노소설이 출간됐다. <왕실의 인조 남근> <루이 16세의 아내이자 색광인 마리 앙투아네트> 등 제목만으로도 이런 서적들이 정치적 의도를 지녔음을 알 수 있다.

그러던 포르노 서적은 혁명과 동시에 ‘협박용 포르노 제작’으로 변질됐다. 크게 ‘한 몫’잡고 싶어 하는 것은 동ㆍ서양이나 예나 지금이나 인지상정. 협잡꾼들은 사회 저명인사를 주인공으로 한 포르노소설을 만들어 책을 찍고는 그걸 당사자에게 보낸 다음 책 파기를 조건으로 거액을 뜯어내곤 했다. 물론 거기에는 나름대로의 구체적인 정황묘사가 있어야만 진실성(?)을 인정받을 수 있었고, 그만큼 협박의 강도가 강해질 터였다.

대표적인 것이 ‘르 가제티에 퀴아리스’란 신문의 창립자인 테브노 드 모랑드가 쓴 ‘어느 창녀의 비밀 회고록’이란 작품이다. 테브노는 루이 15세의 애첩인 마담 뒤바리를 주인공으로 4권짜리 소설 6000부를 찍은 후, 전량파기를 조건으로 책값 3만2000리브르와 노후연금 4000리브르를 요구했고 이 거래는 성사됐다.

뒤바리 몰락 이후에는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희생양이 됐다. 수많은 작가들이 마리 앙투아네트의 사생활(?)에 관한 소설을 쓰고, 왕실을 상대로 책의 파기를 조건으로 거액을 요구하는 위험한 게임을 벌이곤 했다. 일부는 성공했고, 일부는 감옥으로 끌려가기도 했다.

비리와 약점을 잡아 금품을 뜯어내는 사이비기자의 전형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유부녀를 홀려 통정사실을 알리겠다며 금품을 갈취하는 제비족 같기도 한 그 때의 행태나 지금이나 비슷한 것을 보면 사람 사는 곳은 매일반이라는 말이 절로 생각난다.

또한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 엉뚱하게 사용된 것을 보면,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이라는 인터넷 또한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것이 아닌지 하는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시티뉴스 김영수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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