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약 산업 이중고 예고…유럽기반 공룡제약사 국내 시장지배력 확대

【서울=헬스코리아뉴스/이지폴뉴스】한·미 FTA에 이어 한·EU(유럽연합)간 FTA 협상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유럽에 본사를 둔 다국적제약사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U와의 FTA는 민감분야가 적어 한미FTA때보다 협상타결이 쉬울 것으로 보이지만, 세계 최대의 경제규모를 가졌다는 점에서 그 파급효과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의약품 분야는 한미FTA 못지않게 양측간 신경전이 치열할 것으로 보이는데, 미국과의 협상 때처럼 특허권이 강화되고 독립적 이의절차가 받아들여질 경우, 국내 기업들의 생존무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유럽지역에 본사를 두고 있는 대표적 다국적 제약회사는 GSK, 사노피-아벤티스, 아스트라제네카, 베링거인겔하임, 바이엘-쉐링, 쉐링푸라우-오가논, 머크 세로노, 노보노디스크, 노바티스, 로슈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공룡기업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유일하게 노바티스와 로슈만이 EU 비회원국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하나의 경제권을 지향하고 있는 유럽에서 스위스의 EU 가입은 시간만 남겨두고 있다는 점에서 EU권 다국적 제약사라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이제 한/EU간 FTA가 체결되면 이들 제약사들의 국내 시장 비중은 더욱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

예컨대 세계 1위 기업인 화이자가 미국에 있다면 영국에는 2위 제약사인 GSK(글락소스미스클라인)이 버티고 있다.

1990년 세계 14위에 머물렀던 화이자는 2003년 파마시아 인수에 이르기까지 적극적인 M&A 덕분에 불과 십여년만에 세계 1위 제약사에 올랐다.

마찬가지로 글락소웰컴과 스미스클라인비참의 합병으로 탄생한 GSK도 무려 26개 기업을 집어삼키며 거대 다국적 제약사로 탄생했다.

2004년 로슈의 일반의약품 사업부를 인수한 바이엘은 지난해 6월 다시 쉐링을 합병하면서 세계 10대 제약사로 발돋움했다.

다국적 제약사들의 짝짓기는 서로 보유하지 못한 사업 제품군을 확보해 보완함으로써 마케팅과 영업력을 배가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한/EU간 FTA가 이들 기업이 보유한 신약의 특허권 보호를 강화하고 국내 약가정책의 개입절차를 명문화하는 방향으로 체결되면 복제약 천국인 한국제약시장의 붕괴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GSK 가장 위협적 존재?

우선 가장 위협적인 존재는 GSK가 될 공산이 크다. 이 회사의 한국법인인 한국GSK는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전년 보다 17% 증가한 357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국내 진출한 다국적 제약사 중 명실상부한 1위다.

B형간염(제픽스/헵세라), HIV(쓰리티씨/컴비비어/지아겐), 위염(잔탁), 당뇨(아반디아), 고혈압(박사르/프리토), 천식(세레타이드), 우울증(팍실/세로자트/웰브트린), 간질(라믹탈), 파킨슨씨병(리큅), 인플루엔자백신(플루아릭스),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예방백신(인판릭스), 독감치료제(리렌자)에 이르기까지 GSK가 보유한 전문약군은 그야말로 천하무적이다.

지난해 사노피신데라보와 합병한 사노피-아벤티스도 항암제 ‘엘록사틴’과 ‘탁소텔’, 혈전증치료제 ‘플라빅스’와 ‘크렉산주’, 골다공증치료제 ‘악토넬’, 당뇨치료제 ‘란투스’, 불면증치료제 ‘스틸녹스’ 등 유망한 신약으로 중무장했다.

이 중 플라빅스는 지난해 처음으로 화이자사의 고혈압치료제 ‘노바스크’를 밀어내고 국내 처방약 시장 1위 자리를 꿰찰만큼 저력을 과시했다.

유럽계 다국적 제약사들의 한결같은 특징은 서로 중복되는 약물이 없다는 점이다. 일부에서 경쟁품목이 있다고 해도 그것은 자체 개발한 또다른 신약이어서 오히려 시장 파이를 늘리는데 시너지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노바티스는 백혈병치료제 글리벡을 비롯해 고혈압약 디오반, 비스테로이드 아토피피부염치료제 엘리델, 유방암치료제 페마라, 항진균제 라미실, 면역억제제 산디문뉴오랄, 황반변성증후군치료제 비쥬다인, 대상포진치료제 팜비어, 파킨슨병치료제 스타레보, 최근에 퇴출된 변비형 과민성장증후군 치료제 젤막 등이 포진해 있다.

한국로슈는 맙테라/젤로다/허셉틴/아바스틴/타쎄바 등 다수의 항암제를 보유하고 있다. 비만치료제 제니칼, 여드름치료제 로아큐탄, 독감치료제 타미플루, 만성B형간염치료제 페가시스, 제3세대 항생제 로세핀 등도 물론 이 회사가 자랑하는 블록버스터급 신약이다.

이밖에 머크는 불임치료제(세트로타이드/크리논겔/고날-에프/오비드렐/루베리스)와 다발성경화증치료제(레비프 프리필드주사), 성장호르몬(싸이젠) 분야에서, 보노디스크제약은 당뇨와 혈우병, 호르몬치료제 분야에서 강점을 지녔다.

베링거인겔하임 역시, 소염진통제 모빅을 비롯해 혈전용해제 메탈라제 및 액티라제, 그리고 파킨슨병 및 하지불안증후군치료제 미라펙스, 변비약 둘코락스에 이르기까지 차별화된 제품군으로 방어벽을 쌓고 있다.

반면 국내 기업은 동아제약(신약개발력), LG생명과학(신약개발력), 종근당(신약개발력), 녹십자(백신/혈액제제), 중외제약(수액제) 등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특화된 기업이 없다는 점에서 미국을 찍고 돌아온 유럽발 FTA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적극적인 차별화 전략이 필요한 때다.

전문가들은 EU측 역시 미국 수준의 협상안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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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배병환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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