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지기 못한 친박계 정략카드...비박과 배박에 이어 앞으로 김무성 유승민은 '항박대표'?

여의도가 오랜만에 여의도다운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습니다. 여의도다움이란 각 정파와 정치지도자 간의 ‘정략’과 힘겨루기로 생물 정치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략(政略)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음모와 술수 단어를 연상시키지만 개인은 물론 가정과 기업, 국가 등 규모와 분야에 관계없이 계획과 실행방안을 계획하듯이 정치에도 반드시 목표와 계획이 있어야합니다. 정치를 생물이라고 하는 것도 정략적인 사고와 행동을 통해 주류가 비주류를 누르기도 하고 비주류가 주류를 엎어치기 한판승을 하기 때문입니다. 객관적인 전력 외에도 명분과 여론이라는 변화무쌍한 제3의 후원군이 있기 때문에 정치가 생물이고 흥미 진지한 요지경같이 보이는 것입니다.

오늘 정략에 대해 사설이 긴 것은 지금 여의도에는 정말 오랜 만에 각 정파와 정당간의 정략대결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두 아시겠지만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퇴진 여부를 놓고 지금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원조세력이 한편이 되고 배박, 비박, 반박이 한편이 되어 힘겨루기를 한창 벌이고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최고위원회를 기점으로 유승민 원내대표가 적당히 명예퇴진 하는 선에서 정해질지 알았던 예측이 전혀 예기치 않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어 내일을 예측할 수 없는 긴박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언론에 보도된 내용은 아시겠고 드라마 보다 재미있어 정치에 무감한 국민들조차 한마디씩 거둘고 있는 상황이니 설명할 필요는 없을 듯 하고 오늘 장자방의 포인트는 '친박세력에게 넥스트 유승민은 누구인가' 입니다.

여의도에서 이번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파동이 예상되면서 친박진영에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새어나오고 있는 시나리오가 몇 개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새누리당 지도부 해산-비대위 구성-새 지도부 구성 시나리오가 하나이고 유승민 퇴진-김무성체제 무력화-공천권 청와대와 친박 확보가 또다른 시나리오이고 세번째가 최소한 유승민 퇴진-청와대와 친박세력 무력과시-기강확립이었습니다. 그리고 최악의 시나리오가 유승민 사퇴 거부-김무성 무력화-친박신당 창당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전례 없이 국무회의에서 유승민 원내대표의 퇴진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다시피 한 배경에는 최후의 대안까지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국회법 거부권 파동을 기획한 쪽에서는 유승민 사퇴요구라는 초강수를 던지면 김무성이 꼬리를 내리거나 청와대로부터 멀어져가는 김무성 대표와 비박계 진영에게 본때를 보여 군기를 확실히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도 안되면 여차하면 탈당 명분이라도 확보한다는 기대가 있었을 것입니다. 손해볼 것 없는 한판이라고 자신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된 것입니다. 첫 변수가 당헌 규정이었습니다. 친박진영에서는 김무성 대표 최고위원체제 해산카드로 김무성 대표가 유승민 사퇴에 적극 나서도록 압박한다는 구상이 '최고위원회 해산시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원내대표로 한다.'는 규정에 딱 걸린 것입니다.

유승민 사퇴가 전제되지 않으면 김무성대표 최고위원회를 해산해봐야 도루묵이 되는 것입니다. 도리어 비대위의 막강한 권한의 쫓아내려던 유승민 원내대표가 차지하는 황당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최고위원회 해산이라는 빅카드로 유승민 퇴진을 압박하려던 정략이 무산된 것입니다. 여기에 그동안 친박계 실세들의 횡포에 주눅 들어 있던 비박. 반박계 의원들이 유승민 사퇴파동을 계기로 힘을 합쳐 '청와대 압력'에 공동전선을 형성하고 일전불퇴의 각오를 다지자 정작 소수파로 전락한 것은 친박계가 된 것입니다.

29일 최고위원회의가 예고될 때까지만 해도 다음날이면 당장 머리가 댕강 잘라질 것 같았던 유승민 원내대표가 날이 갈수록 '고개'를 바짝 치켜세우는 것도 친박진영이 휘두를 수 있는 비장의 카드가 날라가고 '소수파 친박'을 확인되었기 때문입니다.

박 대통령과 친박진영이 체면치레라도 하려면 김무성 대표가 나서서 유승민 원내대표를 달래, 자진사퇴하도록 하는 방법 외에 뾰쪽한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친반진영이 또 한 번 어설픈 정략으로 큰 낭패를 보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바로 차기 원내대표 선출 전략인데요. 친박진영은 차기 원내대표는 '친박계 원내대표'를 반드시 세우겠다는 목표를 확고히 하고 있습니다. 친박까지는 아니더라도 중도친박인 이주영 의원을 세워서라도 기본적인 친박 프레임으로 가겠다는 생각인 것 같습니다.

친박계 원내대표를 선임해 원내지도부를 장악하고 이어 김무성 대표 체제를 해산 또는 무력화시키겠다는 계산일지 모르지만 사실 제 생각에는 유승민 원내대표가 적당한 시점에서 사퇴하고 비박계 단일후보로 새 원내대표를 선출하게 되면 이는 친박계는 정말 당 밖에서 친박연대를 다시 만들어야 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민주주의는 선거이고 극단적으로 '표 숫자'입니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원내대표는 의원이 결정한다.'고 맞선 것도 바로 그 표, 쪽수의 민주주의를 믿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선출합니다. 지난 의원총회에서 확인됐듯이 배박, 비박, 반박 의원들이 60%이상입니다.

소위 친박계라는 의원들조차 그동안 소위 '입각파' '누님파' '순장조' 몇몇 의원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무늬만 친박'이라고 투덜거릴 정도입니다.

과거처럼 의원들을 거수기로 동원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원내대표 경선에서 어떻게 친박계를 선출할 수 있다는 것인지 참으로 난감할 뿐입니다.

지피지기는 백전불태라고 했습니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계는 최소한 지피(적을 알고)를 등한이 한 것입니다. 아니 유승민과 비박계의 연대 가능성을 간과한 것입니다. 지기(자기를 아는 것) 역시 과학적이지 않았습니다.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은 선거와 국회의사당 밖에서 힘을 쓰는 것이지 당장 발동되는 힘이 아닌데도 너무 과신한 것입니다. 친박 펀더멘탈(경제기초)은 나름대로 기대할 만 하지만 실제 유동성 위기 시에 당장 쓸 돈이 없는 것이죠.

앞으로 유승민 파동은 어떻게 전개될까요.

아직도 비대위 출범에 기대하는 친박계에서는 유승민 원내대표를 날리고 신임원대대표를 선출하기 전에 최고위체제를 붕괴시키는 방법을 생각한다지만 의원총회는 의원들의 요구로 언제든지 열릴 수 있기 때문에 불가능한 얘깁니다. 아마 이 방법을 추진하면 비박계는 '의정쿠데타'라며 총공세에 나설 것입니다.

가장 유력한 방향은 유승민 원내대표가 6일 이후 적당한 시점에 자진사퇴 후 비박계는 비박계 원내대표와 원내지도부를 구성하려고 할 것입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당의 파국을 막으면서 '항박'의 대표성을 획득하고 대구. 경북지역 대표정치인으로 부상하게 될 것입니다.

김무성 대표는 어떻게 할까요. 당연히 청와대와 친박계의 작용-반작용에 따라 행보가 달라지겠지만 이미 보수진영의 명실상부한 차기 대권 주자 반열에 오른 김무성 대표로서는 아쉬울 것이 없는 상황입니다. 청와대와 친박계가 김무성 대표를 죽이고자 한다면 김영삼 전 대통령에 맞선 김윤환 전 대표처럼 비박계 수장으로 자리를 잡아갈 것입니다.

이렇게 적다보니 지나치게 비박계 관측일까요.

차기 총선이 10개월가량 남았습니다. 김무성 대표는 차기 총선 후보 공천권을 버렸다고 합니다. 모든 정당이 참여하는 오픈 프라이머리( open primary. 국민참여 예비선거)를 주장하지만 부정적인 전망이 많습니다. 그러나 김무성 대표 스타일로 볼 때 적어도 새누리당 자체의 오픈 프라이머리를 통해 후보자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연히 높은 국민 지지를 확보할 것입니다.

적어도 계보 정치, 계보 나눠 먹기식 공천, 청와대의 공천개입은 힘들어질 것입니다.

앞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계, 특히 최근 박근혜의 박철언이라고 불리는 실세님께서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 궁금합니다. 기대해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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