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수지(BOP) 통계는 한 국가의 모든 대외 경제거래의 규모와 성격을 대변하는 개방경제의 중요한 통계다. 국제수지는 상품과 서비스의 수출입, 투자소득, 개인송금 및 원조를 포함한 일방적 이전 등으로 구성된다. 경상수지 흑자는 일정기간 동안 한 국가의 외환수입이 외환지출을 초과할 때 발생하며, 그 적자는 대외지출이 대외소득보다 많을 경우 일어난다. 한편 자본수지는 경상수지 흑자가 어디에 활용되는지 혹은 경상수지 적자가 어떻게 해소되는가 알려준다. 예컨대, 경상수지 흑자는 장ㆍ단기 해외투자, 해외부채의 지불과 외환보유고의 확장 등에 사용될 수 있다. 반대로 경상수지 적자는 해외직접투자, 단기자본의 유입, 외부차입과 외환보유고의 감소 등과 같은 자본거래에 의해 해소된다.

국제수지는 모든 거래를 대변과 차변 즉 양과 음의 항목에 동시에 기록하는 복식부기의 회계 원리에 따라 기록되므로 정의상 항상 균형을 유지한다. 그러나 경제적인 의미에서는 국제수지는 흔히 경상수지가 영이거나 혹은 영에 가까울 때 균형에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사람들은 대체로 경상수지 흑자를 선호하고 적자를 경원시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는 매우 잘못된 견해이다. 우선 무역은 상호이익이 되기 때문에 발생하며, 경상수지는 이러한 국제거래의 금전적인 측면을 반영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더욱이 흔히 경상수지 적자는 국내경기의 호황을 반영하며, 반대로 그 흑자는 침체된 국내경기를 나타냄을 헤아려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경상수지가 한 국가의 총저축과 총투자의 격차를 대변한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경상수지 흑자는 그 국가에 저축보다 투자기회가 더 적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것이 현재 한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전반적인 현상이다. 반대로 투자총액이 저축총액을 초과할 경우 한 국가는 경상수지 적자에 직면할 것이다. 이는 1990년대 외환위기 전 한국이 직면했던 상황이다.

1997-98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은 지속적으로 경상수지 흑자를 축적해 2007년 1월 기준 외환보유고는 962억불로 세계 5위를 기록할 정도로 많은 외국 돈을 축적해왔다. 그 처리를 고민해야 할 정도이다. 이제 외국자본으로 채워야할 국내자본의 부족이 존재하지 않음은 명백하다. 반면에 국내저축이 과잉된 상태이며 이는 낮은 이자율로 이어지고 있다. 만약 국내에 돈이 남아돈다면 이는 국가의 국제수지에 반영될 것이며 이 국가는 충분히 투자하고 있지 않음을 나타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최근 경상수지 흑자가 2004년 282억 달러에서 2005년 150억 달러로 2006년에는 61억 달러로 급감했으며, 2007년 1/4 분기 누적 경상수지 적자는 26억5000만 달러에 이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최근 이러한 추세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환란이후 변함없이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경상수지 흑자가 무너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상수지 흑자의 감소가 국내투자 증가에 의한 것이라면 이는 환율인상, 대외 통상압력의 감소, 장기적인 성장기반의 확충 및 소득 증가를 통한 소비증가를 가져올 것이므로 오히려 크게 반겨야 할 일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에서 걱정스러운 사실은 경상수지 흑자 감소가 국내투자의 증가에 기인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제까지의 국제수지 전개 양상은 환란 전과 극적인 대조를 보여 우리경제가 아직 정상으로 회복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물론 외환위기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정상은 아니다. 우리경제가 지속적으로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했으며 1996년에는 그 크기가 GDP의 4.4%에 달했던 금융위기 이전 상태는 분명히 국가에 이익이 되지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해 외환위기 전으로의 회귀는 정상이 아닌 위기의 반복을 의미한다. 1990년대 환란 전 한국이 경험한 경상수지의 적자는 대부분 불안전한 단기자본의 유입에 의해 충당되었으며 이는 지속적으로 유지가 불가능해 외환위기로 이어졌다. 그러한 위험한 상태로 돌아가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하지만 환란 후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는 한국경제가 주로 수출에 의해 견인되고 있으며 이는 국내부문의 침체가 계속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니다. 국내부문이 더 역동적일 경우 경제 전체는 더 탄력적이 될 것이며 또한 국내소비와 투자를 증가시킴으로써 경상수지의 흑자도 자연스럽게 조정될 것이다.

외환위기로 고갈된 외환보유고를 채우기 위해 일정기간 동안 경상수지 흑자를 내는 것은 매우 유익하다. 그러나 수출로 벌어들인 외환이 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투자가 활성화되지 않고 있는 현 상황은 국내경제의 취약성을 보여줄 따름이다. 힘들어 벌어들인 귀중한 자금이 기업 투자의 확대를 통해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 동력을 생성하는데 활용되지 않은 채 원화 가치 상승 압력을 가중시킴으로써 오히려 수출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투자여력이 있는 지금이 바로 장기적인 성장기반을 다질 때임을 인식하고, 각종 규제를 철폐해 기업투자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이지폴뉴스 박지은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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