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찬제 석탄공사 과장
[이투뉴스/이지폴뉴스] 북한 핵 재처리 시설을 포함한 현존 핵시설 폐쇄 및 봉인, IAEA 사찰관 복귀 등 2ㆍ13 합의가 이행되고 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중유 5만톤 상당을 우선 지원했다.

핵시설 폐쇄 및 봉인 초기 단계가 완료된 이후로는 핵프로그램의 완전한 신고 및 핵시설 불능화 조치를 이행하게 되고, 그 대가로 중유 95만톤 상당을 경제 · 에너지 · 인도적 지원 목적으로 제공하게 돼 있다.

그런데 북측의 중유 처리ㆍ저장 용량이 월 5만톤에 불과, 중유 95만톤을 지원하려면 너무 많은 기간이 소요된다.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 역시 조기에 핵불능화 단계로 이행하고 싶어한다.

이렇게 하려면 지원 기간 단축과 핵불능화 조치 조기 이행을 위해 지원 품목을 다양화해야 하는데 중유 대용으로 석탄 관련 품목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지난7월 28일 울산시 남구 SK에너지 돌핀부두에서 기름선적설비인 로딩암을 통해 대북 지원 중유의 마지막 물량이 중국선적 반공후호(오른쪽)에 실리고 있다.


먼저 남북 석탄산업의 현황을 살펴보면 북한은 주탄종유의 에너지 정책으로 총에너지의 약 70%를 석탄에 의존하고 있다.

석탄 부존량은 약 147억톤으로 우리의 10배 규모이며, 1989년 최대 생산량 4330만톤을 정점으로 계속 감소하다가 최근 채탄장비 등 설비개선으로 석탄 생산능력을 확충하고 있다. 또 탄광 개발 및 복구를 위해 중국 등 해외자본 및 설비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생산량도 점차 늘어나 2005년에는 2400여만톤을 기록했다. 하지만 심각한 에너지 부족에도 불구하고 절박한 외화획득을 위해 중국과 남한 등으로 석탄을 수출하고 있고, 북한에서 생산되지 않는 코크스용 유연탄은 러시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현재 국내 무연탄 수급 상황은 고유가로 연탄 수요가 급증, 석탄 소비가 공급을 초과하고 있다. 석탄산업합리화 조치로 생산은 급격히 감소돼 280만톤 생산하고 있는데 반해 소비는 470만톤으로 190만톤 정도 부족한 실정이다.

이 부족분을 비축탄으로 수급을 조절하고 있지만 비축탄도 조만간 소진될 전망이다. 비축탄 소진을 대비해 북한탄 반입을 추진하고 있는데 남한의 자본, 기술, 장비와 북한의 석탄, 토지, 광산, 노동력이 결합된 새로운 남북 경제협력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7일 오전 판문점에서 개막한 ´북핵 6자회담 경제ㆍ에너지협력 실무그룹 회의´에서 천영우 우리측 수석대표(의장)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 회의에서는 비핵화 2단계 조치를 이행하는 대가로 북한이 받을 중유 95만톤 상당의 상응조치가 협의됐다.


북한에 가져다 줄 것은 많으나 가져올 것이 별로 없어 석탄 반입사업은 남북경협 촉매제로 현물결제의 주요한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중유 및 석탄을 지원하기 위한 북한 물류 인프라는 매우 열악한 상태다. 항만은 남포, 송림, 송관항을 이용할 수 있는데 하루 처리 선적량은 남포항이 5000톤, 송림항 3000톤, 송관항 2000톤 정도다.

북한에서 석탄을 선박으로 수입한 사례가 거의 없어 하역 처리설비는 없을 것으로 보이며 현재 석탄 수출도 체화 상태이다. 다량의 석탄 수입 지원 시 항만 이용이 곤란할 것으로 보인다.

철도는 개보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운행 속도가 느리고 화차 수배도 어렵다. 기관차 및 화차 수량도 부족하며, 철도역에 석탄을 하역하기도 곤란하다. 도로 인프라도 열악하고 석탄을 러시아, 중국 등에서 수입할 경우 원거리 수송을 해야 하는데 트럭 특성상 원거리 수송은 곤란하다.

전달시간이 장기간 소요돼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힘들 것이며 다량의 트럭 확보도 힘든 실정이다.석탄을 지원하게 되면 항만, 철도역 주변에 저탄장이 조성돼 있어야 하는데 수출 저탄장도 협소한 실정이어서 조기에 대규모 저탄장 부지를 조성하는 것이 어려울 것 같다.

실례로 남포항은 주민 밀집지역이어서 석탄 하역 및 운반 작업 시 비산 먼지 발생으로 민원이 야기되고 있어 현재 북한에서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는 석탄 운송 트럭의 남포 시내 진입을 통제하고 있는 실정이며 장기적으로는 남포항 석탄 수출 기지를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에 석탄 관련 지원 방안은 먼저 석탄 관련 장비를 지원하는 것이다. 광산 장비의 경우 채탄장비, 굴진장비, 압축기, 발전기, 안전 장비, 체인콘베어 등이 있다. 운송 장비는 탄차, 축전차, 트럭, 화차, 포크레인, 불도저 등이 있으며 이 가운데 트럭, 포크레인은 지원이 가장 시급한 품목이다.

선적 설비, 선탄 설비, 연탄공장 설비, 난로 및 보일러 등 연소기 설비 등도 지원 가능한 품목이다.

석탄을 지원할 때에는 현재 러시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코크스용탄 수입을 우리가 대신 구매해 지원할 수도 있으며, 중국에 싼 값으로 수출되는 석탄을 우리가 확보해 지원할 수 있다.

현재 남북 경협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북한탄의 남한 반입 물량 중 일부를 북한에 지원할 수 있는데 반입 계획물량은 80만톤이다. 이중에서 30만톤(금액 900만달러)을 남한으로 반입하는 대신에 북한에 지원할 수도 있다.

북한이 남포항에 건설중인 석탄전용부두 전경. 북한바지선이 공사에 한창이다.


여러 품목으로 지원을 다양화하는 것과 석탄 관련 설비를 지원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다음과 같다.

현물 위주의 단순 지원은 분배 투명성과 즉각적인 지원 효과를 실현할 수 있다. 반면에 석탄 관련장비 등의 개발 지원은 북한 자체계획에 따라 자립적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에너지에 대한 우리의 장기적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석탄을 제3국에서 수입해 북한에 지원하는 것보다 북한탄의 남한 반입 물량 중 일부를 북한에 재지원하면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다. 중국으로 출혈 수출되는 물량을 우리가 재구매해 지원하면 석탄 가격 상승으로 국부 유출도 방지할 수 있고, 남한이 부담해야 할 무상 인도지원 금액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남북정상회담 일정이 공식 발표된 지난 8일 판문점에서 바라본 북한에서 인공기가 펄럭이고 있다.


게다가 석탄 정책 수요가 아직 발생하지 않아 남북 석탄 공동 협력사업이 지체되고 있는데 남측 기업이 확보한 석탄을 정부가 구매, 북한에 지원하게 되면 침체된 남북 경협사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중유만 지원하면 북측의 처리능력 한계로 효과가 반감될 수 있고, 북한 중유 시장질서가 교란될 수 있으며 과잉공급으로 인한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 에너지 관련 장비와 품목의 지원 다양화는 분배 지역을 확대할 수 있고 수시 주민 접촉으로 상호 신뢰감을 향상시킬 수 있으며 지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남측은 50~70년대에 연탄 및 석탄으로 가정연료를 해결했고, 산림 녹화를 성공시켰다. 북측이 지금 겪고 있는 가정 에너지난과 산림녹화 사업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연탄공장과 연탄 난로 및 보일러 공장을 설립 지원해 우리의 성공 경험과 기술을 북측에 전수해 주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지폴뉴스]   이투뉴스-이상복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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