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이재현 CJ그룹 회장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판단한 결정적인 이유는 일본 부동산 매입에 따른 배임에 검찰이 법조문을 잘못 적용했다는 것입니다.

-. 금액에 따라 가중처벌하도록 정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이 아니라 이득액에 상관없이 기업에 손해를 끼쳤으면 처벌할 수 있도록 정한 형법상 배임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라면서요?

=. 그렇습니다. 특경가법은 배임죄의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인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가중처벌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형법 355조에 따른 배임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356조에서 정한 업무상 배임은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어 법정형 자체가 특경가법보다 낮습니다.

-. 이 때문에 파기환송심에서는 이 회장의 형량이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죠?

=. 애초 검찰은 이 회장이 일본 도쿄의 건물 두 채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CJ 재팬으로 하여금 팬 재팬의 대출채무에 연대보증을 서도록 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보고 특경가법상 배임혐의로 기소했습니다.  

배임액은 연대보증을 선 39억5천만엔과 이에 대한 액수미상의 이자로 잡았는데, 이 부분은 1·2심에서는 모두 유죄로 인정됐습니다. 엔화 환율계산에 따라 배임액수만 363억원에서 309억원으로 조정됐을 뿐입니다.

-. 그러나 대법원은 이 회장 사건에서 배임에 따른 이득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없는 만큼 특경가법이 아닌 형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봤다죠?

=. 그렇습니다. 연대보증을 설 당시 주 채무자인 팬 재팬이 상당한 정도의 대출금 채무를 자력으로 변제할 능력이 있었다고 보이기 때문에 대출금 전액을 이득액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연대보증 당시 팬 재팬이 매입한 빌딩의 실제 가치와 대출조건, 매입한 빌딩에서 발생하는 임대료 수입 등에 비춰볼 때 대출구조상 원리금을 정상적으로 상환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 대법원이 대출금을 정상적으로 상환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본데다 형량이 무거운 특경가법이 아닌 형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봄에 따라 향후 파기환송심에서 이 회장의 양형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되는군요?

=. 2013년 7월 검찰 기소 당시 이 회장의 범죄액은 2천78억원이었지만 1심 막바지 단계에서 공소장 변경을 통해 1천657억원으로 줄었습니다.  

이후 1심에서는 1천342억원만 유죄로 인정됐고, 항소심에서는 675억원만 인정된 데 이어 대법원이 309억원에 달하는 배임 부분은 정확한 이득액을 산정할 수 없다고 판단함에 따라 이 회장의 범죄액은 더 축소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르면 항소심에서 인정한 유죄액만 따져도 권고 형량이 징역 2년8월∼12년 2월이기 때문에 앞으로 파기환송심에서 권고 형량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 한숨 돌린 CJ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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