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한 사정으로 고국을 등진 외국인들이 난민으로 인정받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 우리 정부는 '인도적 체류'를 허가하고 있지만 정작 이들의 인권 보장에도 인색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 정부는 1994년부터 난민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죠?

=.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7월까지 난민 인정률은 6.7%에 그칩니다. 20여년간 외국인 7천735명이 난민 심사를 받았고 이 중 522명만이 난민으로 인정된 것입니다.

-. 이는 국제적으로 엄격하게 준용되는 난민 인정 요건 때문이라고요?

=. 자신의 나라에서 정치나 인종, 종교적 이유 등으로 박해를 당했다는 사실이 입증돼야 난민으로 인정해 줍니다.

최근 출국자가 속출한 시리아처럼 내전 때문에 고국을 떠났다 해도 자신에게 직접 박해가 가해졌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하면 난민으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 그렇더라도 다시 본국으로 돌아갔을 때 생명이나 신체 자유를 현저히 침해당할 수 있다는 근거가 있을 경우, 정부는 해당 외국인에게 '인도적 체류'를 허가한다죠?

=. 네, 문턱이 높은 난민 제도의 보완책인 셈입니다. 1994년 난민 제도와 함께 도입된 이 제도로 인도적 체류를 허가받은 외국인은 지난 7월까지 876명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난민 심사 대상자 7천735명 중에서는 11.3%에 해당합니다.

유엔난민기구는 난민으로 인정된 비율과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비율을 합해 '난민 보호율'이라고 부르는데, 우리나라의 난민 보호율은 난민 인정률(6.7%)과 인도적 체류 비율(11.3%)을 합친 18.1%입니다. 

-. 인도적 체류를 허가받은 외국인은 강제추방되지 않고, 국내에서 취업도 할 수 있다죠?

=. 하지만 인도적 체류 허가자들에게 주어진 권리의 폭은 난민 인정 자와 대비될 정도로 좁습니다.  

우선 체류 자격부터 다릅니다. 난민 인정자에게는 거주비자(F-2)를 받습니다. 난민이 돼야 했던 사유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3년마다 거주 연장이 가능합니다.

-. 취업도 자유롭고 기초생활보장을 비롯한 사회보장의 혜택도 받을 수 있다죠?

=. 네, 이른바 '가족결합'도 가능합니다. 배우자나 미성년 자녀 등 가족들에게 방문동거(F-1)라는 체류 자격을 주고 함께 지내도록 하는 게 가족결합입니다. 

-. 반면 인도적 체류자들은 임시 체류형 비자(G-1)를 받는다면서요?

=. 임금체불 소송이 진행되거나 병원에서 치료 중인 외국인의 경우처럼 일신상의 문제가 풀릴 때까지 국내에 머물 수 있도록 해 주는 형태입니다. 체류 기간은 1년 이내인데 국내를 못 떠나는 사유가 여전하면 체류 연장이 가능합니다. 

-. 취업을 할 수 있는 있지만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면서요?

=. 특히 사회보장의 혜택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 확연한 차이점입니다. 아플 경우 건강보험의 혜택을 누리지 못한 채 의료비를 감당해야 하고 기초생활보장도 못 받습니다. 직업훈련 등도 지원받지 못합니다. 

가족결합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다만 가족이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아 G-1 비자를 얻으면 함께 지낼 수 있는 정도인데, 외국인 인권단체들은 인도적 체류 제도가 도입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체류 허가자들의 권리 신장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한 단체 관계자는 "의료나 가족결합 같은 사안은 인도적 체류자들에게도 허용돼야 제도의 취지를 살리는 것이다. '인도적'이라는 말이 무색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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