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명절인 추석 연휴임에도 밥 한 끼 함께 먹을 가족 없이 쓸쓸히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 25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과 후암동 일대 쪽방촌에서는 연휴에 들어가는 흥겨움이나 그리던 가족을 맞이하는 훈훈함은 찾아보기 어려웠다죠?

=. 이곳에는 홀몸 노인이나 기초생활수급자 등 2천여명이 작게는 한 사람이 겨우 몸을 누일 정도의 좁은 쪽방에서 삽니다.

추석 직전인 만큼 대기업이나 종교단체 등에서 선물을 보내오고 자원봉사 발길이 늘어나는 분위기였지만 방문객들이 잠시 머물다 일어날 때마다 이들 얼굴에는 쓸쓸함이 묻어났습니다.

-. 동자동 쪽방촌에서 10년 넘게 지내고 있다는 70대 노인은 "허리를 다쳐 종일 방에서만 지내고 있다"며 "추석이라고 크게 다를 것도 없고 특별히 방문객이 더 많지도 않다"고 말했다죠?

=. 그는 "추석이나 명절이라고 특별히 기분이 날 것도 없고 가족도, 갈 곳도 없는 나는 그냥 평소와 똑같이 지낸다"며 "평소에 도시락을 보내주는 등 챙겨주는 사람들이 더 고맙다"고 전했습니다.

같은 쪽방촌에서 사는 다른 70대 노인은 "아들과 딸이 있는데 다들 형편이 어려워 짐이 되기 싫은 마음에 이곳에서 산지 몇 년 됐다"며 "인근 서울역에 나가 한복을 입고 아이들 손잡고 기차 타러 가는 가족을 보면 자식들 생각이 더 난다"고 쓸쓸히 말했습니다.

-. 그는 "그래도 명절이라고 교회나 성당 등지에서 찾아와 뭐라도 주고 가면 고맙고 반갑다"고 미소를 지었다고요?

=. 560여명이 모여 사는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사정도 비슷합니다. 이곳에서 15년을 살았다는 70대 노인은 "명절이라고 선물도 들어오고 방문객도 늘어나 조금 낫기는 하다"면서도 "다들 고향을 찾아가는 것을 보면 집에 가지 못하는 우리는 쓸쓸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쪽방촌 주민 40∼50명은 경로당에 모여 합동 차례를 지냈고, 다들 부모를 그리는 마음에 숙연한 표정으로 제사상을 향해 절을 올렸습니다. 정민수 돈의동 '사랑의 쉼터' 국장은 "이곳 주민들은 가족과 사이가 멀어져 가족과 만나지 못하거나 고아 혹은 실향민이라 원래 갈 곳이 없는 분들이 대부분"이라며 "주민들이 부모님을 기리고 다른 주민들과 어울릴 수 있게 하려고 공동 차례상을 차렸다"고 말했습니다.

-. 정 국장은 "명절 때 방문객과 후원금이 전년도보다 많이 줄었다"며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기업에서 큰 행사를 여러 개 기획하고 지원도 많이 했는데 올해는 많이 축소됐다"고 안타까워했다죠?

=. 또 서울 서초구에 있는 판자촌 성뒤마을은 사납게 짖는 개 소리 이외에는 고요해 연휴 분위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이곳 주민 김대인(61)씨는 "연휴라고 특별할 것은 없고 그냥 집에 있을 생각"이라면서 "부모님도 돌아가신 터라 가족도 없고 몸이 아파 일도 하지 못한다"고 말했으며, 김씨는 "이곳에 사는 사람 대부분이 홀로 살아 다들 비슷할 것"이라며 "겨울철에는 연탄과 기름을 지원해주러 오는 사람들로 북적이지, 다른 때는 찾아오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고 말했습니다. 

-. 명절 때면 따뜻한 손길이 잇따랐던 보육원과 복지시설도 올해는 뚝 끊어진 발길에 더욱 울적한 풍경이었다죠?

=. 동작구 소재 한 보육원은 혹시 찾아올지 모를 손님들을 맞이하려고 현관문에 '환영합니다'라는 글자를 예쁘게 꾸며 다시 붙여놨지만 이를 봐줄 사람이 없습니다.

이 보육원 사무국장 김모(45·여)씨는 "지원이 많이 줄어든 게 아니라 아예 없다"며 "명절이 가까워지면 여러 곳에서 후원하겠다는 연락이 오는데 원래 후원해 온 대검찰청 분들만 왔다 가셨다"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김씨는 "예전에는 떡과 과일 등이 너무 많이 들어와서 아이들이 다 먹지 못해 걱정했는데 2년 전부터 점점 줄기 시작해 지금은 '사서 먹어야 하나' 하고 있다"며 "거래하는 은행에서 후원 시안을 올렸는데 결재가 나지 않았다고 하던데 경제가 어려워서 그런 듯하다"고 말했습니다.

노원구 상계동의 한 장애인 복지시설 관계자도 "기존에는 관련 기관이나 단체에서는 지원이 조금이라도 있었는데 요새는 많이 줄었다"며 "그래도 명절이니 평소보다는 관심을 두고 좀 방문하시는 편"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후원하러 오신 분들이 후원만 하고 그냥 가시는 것이 아니라 오신 김에 장애인 분들의 휠체어를 밀어주거나 말동무를 해주시면 훨씬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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