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촌은 삶의 낭떠러지에 몰린 빈곤층이 노숙자로 전락하기 전 마지막으로 의지하는 공간입니다.

-. 그런 쪽방촌이 도시 개발을 저해하고 범죄 발생률을 높인다는 좋지 못한 시선을 받으며 재개발과 함께 사라지고 있다고요?

=. 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쪽방촌이 헐리면 거주자들에게 임대주택으로 이주하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쪽방촌 주민 지원단체 관계자들은 쪽방촌 빈민들이 제대로 활로를 찾도록 도우려면 더욱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는데, 쪽방촌이 헐려 살 곳이 없어진 주민들이 실질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 대다수의 쪽방촌 주민들은 보증금 부담과 비현실적인 자격 조건 때문에 정부가 제시한 임대주택에 입주하지 못한다고 한다죠?

=. 김형옥 영등포 쪽방상담소장은 "정부가 그간 펼쳐 온 쪽방촌 철거 정책은 실효성이 없었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그는 "국가는 쪽방 철거민들에게 임대아파트를 준다는 정책을 내놓고도 그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었다"며 "입주권을 주되 능력껏 가라, 알아서 하라는 식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그는 "입주하지 못한 주민들이 받는 이사 지원비는 400만 원 정도인데, 이것도 몇 달 생활비면 쓰면 금방 없어질 돈이 아니냐"고 반문했습니다.

-. 쪽방촌의 생태계를 살려 주거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죠?

=. 쪽방촌 거주민들은 가족이나 친지가 아예 없거나 가족 간 왕래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그곳 이웃끼리 서로 돕는 사회적 연대가 형성돼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빈민 문제 전문가들은 강조했습니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가난한 이들이 쪽방촌을 선택하는 것은 인력시장이 가깝고, 일세·무보증 월세 등의 독특한 계약 형태가 있으며 주민들끼리 서로 기대어 사는 공동체적 문화가 있다는 점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 그는 "이런 쪽방촌만의 특성을 살릴 수 있도록 그들이 살던 공간 위에서 공공이 책임지는 형태의 쪽방을 주민들에게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죠?

=. 그렇습니다. 쪽방촌에 온 지 10년이 넘었다는 차태영(67)씨는 "쪽방촌이 헐리면서 외곽의 임대주택으로 갔던 사람들은 고립돼 못 견디고 다시 돌아왔다"면서 "쪽방촌에서 처지가 비슷한 사람끼리 모여서 외로움도 달래며 살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 자신들이 사는 쪽방촌을 그대로 살려 새로운 주거 대안을 마련하자는 제안에 쪽방촌 주민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라고요?

=. 네, 영등포 쪽방촌 주민 윤모(73·여)씨는 "여기 주민들은 다들 몇십 년씩 서로 의지하면서 살던 사람들이 많고 새로 온 사람들은 별로 없다"면서 "다들 몸이 불편하고 늙은 사람들뿐인데 여길 떠나라면 어딜 가겠느냐"고 말했습니다.

-. 주민들은 서울시가 2012년부터 추진한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 사업에 기대를 걸고 있는죠?

=. 서울시는 2012년부터 지난달까지 영등포동 4가 426번지 일대에 '쪽방촌 리모델링 사업'을 벌여 320여 가구의 단열, 수도, 전기시설 등을 갖추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허모(73·여)씨는 "서울시가 신경 써준 덕분에 지붕에서 물이 새지도 않고 전기나 수도 등 기본적인 것이 모두 잘 갖춰졌다"면서 "한평생을 살아온 공간에 계속 있으면서도 더 나은 환경에서 지낼 수 있어 아주 좋다"고 웃었습니다.

-. 서울시 관계자는 "쪽방촌을 벗어나 임대주택에 입주하기를 희망하는 주민을 파악해보면 40% 선밖에 되지 않는다"라면서 "쪽방촌 안에서 계속 살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는 데 동감한다"고 밝혔다면서요?

=. 다만 그는 "쪽방촌들이 역세권에 있는 경우가 많아 현실적인 쪽방촌 주거 대안을 마련하려면 재원 마련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면서 "지역별 맞춤형 쪽방촌 등 다양한 방안을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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