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취중실언 아닌 명령" - 개인 아닌 친박계 내부 생각 암시

박근혜 대통령 정무특보였고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최고 핵심인 윤상현 의원이 지난달말 김무성 대표를 죽이겠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친박계 의원들이 모여 '공천관리위원회 리모콘 조정' 논의를 한 사실이 알려진데 이어 친박계 대표격인 윤상현 의원이 집권당 대표를 죽이고 살릴 수 있다고 공언했다니 친박계 힘이 세긴 센가 봅니다.

공교롭게도 윤상현 의원의 '죽여' 발언이 김무성 대표가 제기한 비박계 40명 학살-살생부 문건이 보도된 후 나온 발언이라고 합니다.

윤상현 의원은 허위 사실인 살생부를 김무성 대표가 공개해 격분해서 실언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허위문건이 결국 윤상현 의원의 공천배제 요구로까지 확산됐으니 정치라는 것...참 요물중의 요물입니다.

채널A는 윤상현 의원이 지난달 27일 한 지인과의 전화통화에서 "김무성이 죽여버리게. 죽여버려 이 XX. 다 죽여"라고 말했다는 녹취록을 8일 보도했습니다.

윤 의원은 "내가 당에서 가장 먼저 그런 XX부터 솎아내라고. 솎아내서 공천에서 떨어트려 버리려 한 거야"라는 등 격한 표현을 했습니다.
     

<> 윤상현, "살생부 문거파문에 격분 취중 실언"

윤 의원은 파문이 확산되자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지난달 27일 아침 신문을 통해 김 대표께서 친박 핵심으로부터 현역의원 40여명의 물갈이 명단을 전달받았다는 말을 김 대표가 직접 했다는 뉴스를 접한 상태였다"며 "절대 그런 일이 없고 있지도 않은 일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알려져 격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윤 의원은 "그날 저녁 취중에 흥분한 상태에서 그런 억울함을 토로하던 중 잘못된 말을 한 것 같다"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그 같은 실언으로 마음을 아프게 해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습니다.

김무성 대표의 김학용 대표 비서실장은  "당 대표조차도 공천권을 내려놓는 상황에서 당 대표까지도 권력에 의해 공천에서 떨어뜨릴 수 있다는 오만하고 반민주적인 발상에 또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다"고도 비판했습니다.

<>서청원, 윤상현 의원 직접 대표 찾아가 사과해야

다음날인 9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윤상현 의원이 직접 김무성 대표를 찾아가 사과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친박계 원로인 서청원 최고위원이 중재차원에서 거들고 나선 것입니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총선을 앞두고 불미스럽다"면서 "중요한 시기에 조금이라도 그런 발언은 잘못된 것"이라고 "윤 의원이 김 대표에게 직접 사과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김무성 대표는 이날 사과를 위해 찾아온 윤상현 의원을 만나지 않았습니다. 면담을 거부한 것입니다.

국회 본관 대표최고위원실에서 면담을 하지 못한 윤 의원은 기자들에게 "일단 (김무성) 대표님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말씀을 드리고, 여러분 모두에게도 사과드린다"면서 "어제 (김 대표에게) 전화를 드렸는데 안 받으셨고, 진의를 말씀드리러 왔는데 대표께서 옆문으로 빠져나갔다"고 말했습니다.

듣기에 따라서는 김무성 대표가 윤상현의원을 피해 도망이라도 친 것처럼 들립니다.

<> 비박계, 윤상현 의원 정계 은퇴해야
그동안 친박계의 공천학살 운운에 겁 먹고 숨죽이여 노심초사 떨고 있던 비박계 의원들이 오랜만에 용기를 내어 목소리를 냈습니다,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은 9일 한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윤상현 의원의 저런 막말은 저희 당에서 국민에게 부끄러운 것이고, 당원들에게는 죄송하다."면서 "본인이 저렇게 참 입에 담지 못할 막말을 했기 때문에 저는 정계를 스스로 은퇴를 하든지 자기 거취를 결정해야할 그런 상황이라고 본다."고 주장했습니다.

<> 윤 의원 통화상대 누구....이재오, "'내일 공략해야 돼'는 명령"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이날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윤 의원의 통화 상대는)김무성 대표를 죽일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었을 것이라며 "윤 의원이 통화 상대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재오 의원은 "문제는 (욕설이 아니라) 대화의 내용에 있는 것"이라면서 "당 대표를 당에서 솎아내면 전당대회를 해야 한다. 자기 혼자서 (솎아내기가) 가능하겠냐"고 지적했습니다. 

즉 윤 의원의 전화 통화가 한 친박계 의원 개인의 음주로 인한 실언이 아니라 친박계 내부의 조직적인 '입장'임을 강조한 것입니다.

이 의원은 "(윤 의원이) 친구와 안부 전화를 한 게 아니고 김무성 대표를 죽일 필요성 때문에 전화를 한 것"이라면서 "(통화의) 마지막이 더 기가 막히다. '내일 공략해야 돼'라는 것은 명령"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의원은 "이런 말을 할 만한, 다 죽일 만한 자리에 있는 사람이 누구겠나"면서 "두 부류 아니겠나. 공관위원에게 전화했거나 공관위원에게 오더(명령)를 내릴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 전화했거나"라고 추청했습니다.

한편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의 정무특보이기도 했던 윤 의원의 욕설 통화에 대해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 윤상현 의원 공식홈페이지가 9일 김무성 '죽여' 막말파문으로 접속자가 폭주해 일일 자동 트래픽 차단으로 홈페이지가 열리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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