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를 살리고 싶습니까?" 유괴범이 남긴 흔적은 협박전화 속의 목소리가 전부였는데, 범인이 어느 지역 출신인지, 몇살인지, 성별은 무엇인지 목소리만으로는 특정 지을 수 있는 단서가 전혀 없었습니다.

-. 1991년 발생한 이형호 군 유괴사건은 그렇게 영원히 미제사건으로 남았다고요?

=. 이에 검찰이 범인의 목소리가 유일한 단서인 신원미상 피의자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인 수천명의 음성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범인의 신상정보를 파악하는 수사기법을 연구 중입니다. 납치나 테러·폭발 협박, 보이스피싱 범죄, 119 신고 사건 등에서 범인이나 신고자의 신원을 신속히 파악해 초동수사를 강화하겠다는 의도입니다.

-. 27일 검찰에 따르면 대검찰청 과학수사부(김영대 검사장)는 전국 수천명을 대상으로 '한국인 표본 음성 DB'를 구축해 용의자 및 신고자의 신원 추적, 음성 동일인 여부 식별, 음성 증거자료의 검증 등에 활용할 방침이라죠?

=. 네, 2014년 착수한 이 사업은 3년여의 노력끝에 올해 말에 마무리됩니다. 전국을 서울·경기, 충청, 강원 등 총 9개 방언 지역권으로 구분해 성별, 연령별로 동일한 수의 음성 자료를 수집해 DB를 구축 중입니다. 구체적인 DB 구축을 위해 발화 스타일에 따라 일상적인 '자연발화' 음성과 '낭독체'의 음성을 구분해 수집했습니다.

-. 대검의 연구용역을 의뢰받은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2014년 4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성별, 연령, 지역별로 균등하게 1천명 이상의 음성을 녹음하는 방식으로 연구했다죠?

=. 100명 이상의 화자를 대상으로 3개월 단위로 반복 녹음해 오류나 편차가 발생할 가능성을 줄였습니다.

수집된 데이터는 동일한 형식으로 변환·가공해 수사·조사시 음성 분석과 감정 실무 작업 등에서검색과 활용이 용이하도록 했습니다. 검찰은 '음성학적 검증'을 통해 수사 절차에서 음성 DB의 실질적인 객관성이 확보될 때까지 자료 규모를 계속 확장할 방침입니다.

-. 검찰은 음성 DB 구축으로 발화자의 발음과 억양, 어휘 등을 신속히 분석해 범인의 신원을 밝히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면서요?

=. 그렇습니다. 범인의 목소리가 유일한 단서인 납치범이나 테러범 수사에 적극 활용될 전망인데, 갈수록 수법이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범죄 대처에도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검찰 관계자는 "성별과 연령, 지역 등 인구 통계학적 균형을 갖추고 다양한 발화 스타일이 포함된 양질의 음성 DB를 확보했다"며 "음성 관련 범죄 용의자의 신원 추정 및 검거와 전국에서 의뢰되는 증거 녹음자료 분석 등에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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