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이후 의료계는 신종감염병 대비에 만전을 기하는 모양새입니다.

-. 그러나 대비책을 완전히 갖추기까지는 정부와 의료계가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사안이 아직도 많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라죠?

=. 또 국민의 인식 개선만 기대할 것이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전방위적인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 지난달 3일 브랜드가치 평가회사 '브랜드스탁'이 발표한 올해 1분기 100대 브랜드 평가에서 삼성서울병원은 순위 반등에 성공했다면서요?

=. 메르스 사태가 불거진 이후 브랜드가치가 37위까지 밀렸던 이 병원은 최근 순위 발표에서 24위를 기록했습니다. 세브란스병원(37위), 서울대학교병원(92위)과 비교했을 때 예전의 브랜드가치를 되찾는 모양새입니다.

실제로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 사태 이후 대대적인 병원 운영 시스템 개선에 나섰는데, 올해 4월부터 국내 최초로 'IC칩'이 내장된 출입증이 있어야만 환자 병문안을 할 수 있도록 입원실 출입방식을 바꾼 것이 단적인 예입니다.

-. 모든 입원실 앞에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했고, 면회 시간 외에는 철저하게 환자와 문병객의 접촉을 차단하고 있다죠?

=. 심지어 면회 시간이 아니면 엘리베이터 이용도 가급적 제한하도록 곳곳에 보안요원을 배치했습니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입원실 출입방식을 개선한 이후 오히려 환자의 심리적 안정감을 높일 수 있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 또 삼성서울병원은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응급실 개선 공사를 이달 중 마무리한다면서요?

=. 본관과 약간 떨어진 별도 건물에 응급실을 배치한 게 특징입니다. 메르스 사태 당시에는 단 1개의 음압 병실조차 갖추지 못했었지만, 이곳에는 최소 10개 이상의 음압 병실이 들어설 예정입니다.

지난해 10월 취임 당시 권오정 삼성서울병원장이 "조속한 병원 안정화를 도모하면서 안전한 병원, 의료 서비스 질이 높은 병원으로 거듭나겠다"고 한 공약이 하나둘 현실화하고 있는 셈입니다.

-. 삼성서울병원뿐만 아니라 다른 의료기관도 메르스 사태 이후 나름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죠?

=. 메르스 환자 발생으로 전면 폐쇄까지 단행했던 강동경희대병원은 부서별 리더 선정을 통한 감염 모니터링 활동을 강화하는 등 사후 관리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강동경희대병원은 감염 예방과 차단에 특화된 응급실 개조 공사를 마무리했으며, 보호자 1인만 병실에 상주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완전히 개선했습니다.

-. 서울대병원도 평일 오후 6~8시 1차례, 주말·공휴일은 오전 10~12시와 오후 6~8시 2차례 문병객 방문 제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으며, 그 외 대다수 의료기관이 비슷한 형태로 병문안 문화 개선을 위한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고요?

=. 네, 이와 관련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병실에 한꺼번에 너무 많은 사람이 몰리지 않도록 안내 및 홍보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며 "제2의 메르스 사태를 막기 위해 의료계 전체가 이 같은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응급실 과밀화 해소와 추가감염을 막기 위해 시설 규모를 키우고, 진료구역을 색깔로 구분한 의료기관도 있다면서요?

=. 세브란스병원은 응급실을 접수·대기공간(주황색), 경증 및 중증환자 구역(하늘색), 음압 병동이 있는 감염구역(녹색)으로 나누는 공사를 오는 7월부터 6개월 동안 시행할 방침입니다.

특히 박인철 세브란스병원 응급진료센터 소장은 "메르스와 같은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대처하고, 평소에는 응급실 대기시간 단축을 통한 진료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응급실 시스템 개편에 나서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방역 대책은 여전히 실효성 논란에 휩싸여있다죠?

=. 병문안 문화 개선이나 응급실 과밀화 현상 해소 등에 있어 아직 획기적인 대책은 나오고 있지 않다는 것이 의료계 중론입니다.

의료기관마다 하루 2시간씩 2회 정도(공휴일 기준)로 병문안을 제한하는 조처를 하고 있지만, 법적 강제력이 없으므로 직원과 문병객과 마찰이 종종 발생하고 있습니다.

-. 서울 소재 A대학병원 관계자는 "병문안 시간을 최대한 잘 안내하고 있지만, 시간을 준수하지 않고 찾아온 문병객을 무조건 돌려보낼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고요?

=. B대학병원 관계자 역시 "간호사, 보안요원이 아무리 설명해도 문병객이 막무가내인 경우가 있다"며 "우리나라 특유의 병문안 문화를 바꾸기 위해 의료기관에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무리"라고 단언했습니다.

또 응급실 과밀화 현상 해소는 결국 시간과 비용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권역 응급센터를 2배로 늘리고, 5인 이상 전담 의료진을 배치하겠다는 방침을 지난해 11월 발표했지만, 여기에 드는 추가적인 비용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단기간에 목표 달성은 어렵다는 것입니다.

-. 대한응급의학회에 따르면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2010년 841명에서 2015년 1천418명으로 늘었으나, 주당 근무시간이 55.7시간에서 44.8시간으로 줄었기 때문에 의료기관이 복지부 기준대로 인력을 확보하기가 쉽지만은 않다죠?

=. 응급실 공간도 마찬가지입니다. 복지부는 병상 간격 1.5m 이상 확보 및 음압 격리병상 2병상 이상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난색을 보이는 곳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서울대병원은 응급실 개선과 관련해 "응급실을 넓힐 공간이 없다"며 복지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데, 때문에 '권역 응급센터 취소 여부'까지 거론되고 있습니다. 아울러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2018년 10월 완공 예정인 병원 본관 앞 외래시설 개소일까지 기다려달라고 했지만, 복지부는 요지부동"이라며 "없는 공간을 짜내라고 하면 병원 입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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