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국책은행 자본확충 논의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주목되는데,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 한국은행,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이 참여하는 관계기관 협의체는 이번주 2차 회의를 열어 논의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죠?

=. 협의체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조합한다는 '폴리시 믹스'(policy mix)라는 원칙에서 한은이 제시한 자본확충펀드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구조조정 논의에서 '큰 산'을 넘었지만 아직 합의를 낙관하기는 이르다면서요?

=. 한국은행의 국책은행 직접출자와 정부의 재정 지원을 둘러싼 시각차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인데, 이에 따라 정부와 한은이 최종안을 마련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 한은은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으로 자본확충펀드를 관철하는 데 총력을 쏟고 있다고요?

=. 그렇습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4일 '아세안(ASEAN)+3(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 참석차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머물던 중 기자간담회를 열어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식으로 출자보다 대출이 바람직하다며 자본확충펀드를 제시했습니다.

이어 지난 13일에는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한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간담회에서 자본확충펀드를 하나의 대안으로 관계기관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2009년 시중은행 지원을 목적으로 운영된 적 있는 자본확충펀드는 한은이 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꼽힙니다.

-. 한은은 발권력 남용 논란을 일으키고 손실을 볼 수 있는 출자 방식을 가급적 피하려는 모양새군요?

=. 그렇다고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자본확충에 마땅한 대출 수단이 많지 않습니다. 한은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직접 대출할 경우 이들 국책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금융위원회가 제기한 한은의 산업은행 조건부자본증권(코코본드) 매입 방식도 한은 입장에서 부담스러운데, 한은이 유통시장에서 코코본드를 매입하려면 금통위원회 의결로 공개시장운영 대상에 포함해야 하고 발행시장에서 직접 인수하기 위해서는 한국은행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 반면 자본확충펀드는 한은이 특별대출 방식으로 펀드 조성에 참여하고 펀드가 다시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의 후순위채 등을 매입해 BIS 비율을 높이는 방식이라죠?

=. 한은이 국책은행 채권을 직접 매입하지 않고 우회해서 지원하는 것이므로 논란이 적은데, 또 다른 기관과 함께 자본확충펀드에 참여할 수 있어 부담을 덜 수 있습니다.

-. 한은이 자본확충펀드에 정부가 참여하기를 희망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요?

=. 네, 한은은 그동안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국책은행 자본확충은 기본적으로 재정의 역할이라고 강조해왔습니다.

-. 정부와 한은이 자본확충펀드 조성에는 공감대를 이뤘지만, 논란의 불씨가 아직 남아있다죠?

=. 그렇습니다. 자본확충펀드 외에 다른 방식이 함께 동원될 수 있고 다른 퍼즐도 모두 맞춰져야 최종안이 타결됩니다.

무엇보다 한은의 국책은행 직접출자를 둘러싼 정부와 한은의 입장이 말끔히 정리될 필요가 있는데, '한국형 양적완화'라는 표현으로 구조조정에서 중앙은행 역할론이 나왔을 때 한은이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에 직접 출자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부에서 제기됐습니다.

-. 최근 정부가 언급을 자제하면서 공개적인 출자 요구는 잠잠해졌지만, 논란이 완전히 사그라든 것은 아니라죠?

=. 네, 한은 출자는 특별대출을 통한 펀드보다 국책은행 자본확충에 신속한 방식입니다. 금융위 등 정부는 법개정이 필요한 한은의 산업은행 출자는 어렵더라도 법 테두리에서 가능한 수출입은행 출자는 여전히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한은이 강한 거부감을 보인 만큼 출자가 추진되기는 쉽지 않아 보이며, 이주열 한은 총재는 "출자 방식을 100%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최근 국책은행 자금지원에서 '최소손실원칙'을 들면서 출자에 부정적 입장을 거듭 피력했습니다.

-. 담보가 없는 출자 방식은 자금을 회수하기 어렵고 이는 결국 국민의 부담을 가중하는 것이므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얘기군요?

=. 네, 맞습니다. 한은이 완강한 태도를 고수하는 상황에서 정부와 절충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더구나 앞으로 출자를 둘러싼 정부와 한은의 신경전이 이어지면 전반적인 협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 정부가 재정 투입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면서 상황이 꼬일 수 있다죠?

=. 또 정부와 한은이 자본확충펀드에 합의해도 세부 사항에 대한 조율이 빠르게 진행될지 예단하기 어렵습니다.

이 총재도 "자본확충펀드 안이 채택되더라도 조성 규모, 펀드의 운용구조, (자금) 회수장치 등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는 복잡한 문제가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또한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와 한은이 자본확충 방식에 대해 조율할 부분이 많은 만큼 합의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저작권자 © 뉴스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