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서울대를 시작으로 주요 대학에 유행처럼 설립된 자유(율)전공학부들이 많은 대학에서 폐지되고, 일부 대학만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 13일 대학가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새 본래 취지와 맞지 않게 운영된다는 이유로 많은 대학에서 자유전공학부가 폐지됐다죠?

=. 자유전공학부는 로스쿨이 도입될 당시 법학과를 폐지하라는 정부 방침에 따라 기존 법학대학에 할당된 정원을 흡수하고자 신설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연세대, 성균관대, 한양대, 중앙대 등 서울 시내 주요 대학들은 대체 학부를 만들며 자유전공학부를 폐지했습니다.

-. 전공 쏠림 현상 등 부작용이 나오면서 자유전공학부 운영을 접었다는 게 대학 관계자들의 전언이라죠?

=. 경북대는 최근 프라임 사업을 추진하면서 자율전공 정원을 100명 축소하기도 했습니다. 한 대학 관계자는 "대부분 대학에서 많은 준비없이 자유전공학부를 급하게 만들었고, 학생들이 전공을 선택할 때 상경계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며 "정체성이 불분명하다는 문제도 지적돼 다른 학과를 신설하면서 폐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 아직 자유전공학부를 운영하는 다른 학교들의 경우 원래 취지에 맞지않게 학사 구조가 법학 관련 수업에 치중돼 있어 '예비 로스쿨'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다죠?

=. 고려대는 1학년 때 융합전공과정으로 법률적 기초 소양을 갖추도록 하고 있고 세종대 역시 '법과 사회' 과정을 반드시 이수하도록 해 자유전공학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학생들 사이에서 나옵니다.

고려대 자유전공학부 학생 김모(24)씨는 "법학 필수과목을 4개 듣고 또 법, 경제, 행정 분야에서 8과목을 이수해야 해서 전공 선택 후 본 전공 말고 이중 전공은 할 수 없다"며 "법 지식을 쌓는다는 측면에서는 좋지만 학생 본인이 원하는 영역을 고를 수 있지는 않아 아쉽다"고 전했습니다.

-. 반면 7년간의 운영 노하우를 기반으로 자유전공학부 역할을 확대하는 대학도 있다고요?

=. 이화여대는 아예 2018학년도 입시부터 정시 모집 입학생 전원을 자유전공으로 선발하기로 했습니다. 학문 융·복합이라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고 신입생들에게 전공 탐색 시간을 주는 등 긍정적 효과가 크다는 계산에서입니다.

서울대 역시 초기에는 학생들이 전공을 선택할 때 대부분 경영, 경제 등 상경계열로 쏠렸으나 교수진의 지도 끝에 최근에는 자연과학·공학계열, 설계전공 등 다양하게 선택하는 학생이 크게 늘었습니다. 설계전공은 행복학, 가상현실학, 인권학 등 학생 본인이 원하는 커리큘럼으로 개설하는 전공입니다.

-. 2009년 입학생 전체인원 151명 중 상경계열을 선택한 학생이 108명에 달했던 것에 비해 2013년 입학생은 163명 중 88명, 2014년 입학생은 162명 중 72명만이 상경계열을 선택했다고요?

=. 또 문과 학생이 이과 전공을, 이과 학생이 문과 전공을 교차 선택하는 경우도 늘었습니다. 올해 4월 현재 전공을 선택한 재학생 700여명 중 22% 정도가 문·이과 전공을 복수로 전공하고 있습니다.

2018학년도부터 시행될 문·이과 통합과정은 자유전공학부를 유지하는 대학에게는 또 다른 도전이자 기회인데, 아울러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관계자는 "문·이과 통합교육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존재하지만, 자유전공학부 교육모델을 보면 통합교육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며 "문·이과 통합형 교과과정과 학생설계전공 개발에 더 박차를 가해 자유전공 모델 지속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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