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이지폴뉴스]지난 2001년 정유사간 경쟁 촉진 및 소비자 선택권 확보를 위해 도입된 ´복수폴사인제도´가 주유업계와 정유업계의 첨예한 대립으로 인해 ´유령제도´로 전락하고 있다.

정부는 2001년 9월 특정 정유사 간판을 내걸고 여러 정유사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복수상품판매 제도인 ´복수폴사인제도´를 도입했다.

이는 한 주유소에서 하나 이상의 석유제품을 취급함으로써 소비자가 직접 선택ㆍ구매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을 넓히고, 나아가 정유사간의 경쟁을 촉진시켜 소비자들의 권익을 제고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됐다.

하지만 시행 6년째에 접어든 현재, 전국 주유소 가운데 복수폴을 도입해 시행하고 있는 곳은 전무한 상태다.

주유소협회에 따르면 4월 말 현재 전국 1만1931개 주유소 중 복수폴 방식을 도입한 주유소는 극히 드물고, 특정브랜드 제품을 주로 받으면서 다른 정유사의 제품을 곁가지로 ´무상표제품´이라고 표시해 판매하는 무상표(무폴) 주유소는 403개다.

반면 정유사 및 대리점의 직영 주유소는 2254개, 자영 주유소는 9265개 등 1개 제품만을 판매하는 주유소가 전체의 97%에 달했다.

이처럼 복수폴제도가 정착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정유 업계 관계자들은 복수폴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제품이 서로 섞이지 않도록 별도의 저장탱크와 주유기가 필요하지만, 이런 설비를 갖추고 있는 주유소가 극히 드물기 때문에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뿐만 아니라 가격경쟁을 통해 단가가 낮아진다 해도 제반시설에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서는 극히 적은 금액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주장이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주유소가 정유사와 계약시 ´유류공급´만 하겠다는 계약을 했을시에는 그 주유소에서 두가지 제품을 팔든 세가지 제품을 팔든 상관없다"면서 "하지만 대부분의 주유소들이 개업 당시 부지만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고, 이에 따라 특정 정유사의 힘을 빌어 문을 여는 곳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해당업체 물품만 받아야한다는 계약을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유업계는 이와 상반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

주유소협회측은 ´이중상표에 대해서 상표권자가 반대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상표권리에 대한 고시 폐지가 선결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정유업계가 주장하고 있는 제반시설에 대해서는 이미 주유소마다 5개 이상의 유종별 탱크를 보유하고 있어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이다.

주유소협회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선택권 확대와 정유사들간의 경쟁 유도라는 취지에 시작된 복수폴제도가 정착되지 않고 있다면, 정유사들간의 경쟁을 유도할 수 있는 또다른 대안이 나와야 하는 시점"이라며 "하나의 대안으로 석유 상표표시 관련 고시를 폐지해 사적자율에 의해서 정유사들의 경쟁을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정유업계와 주유업계가 같은 문제를 두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이미 대부분의 주유소가 여러 정유사의 제품을 섞어서 판매하고 있어, 그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말을 안해서 그렇지 전체 주유소 가운데 70% 이상이 두가지 이상의 제품을 섞어서 판매하고 있다"면서 "공정위도 이런 상황을 알고는 있지만, 이미 관행이 된데다 현실적으로 단속하기에는 인력면에서도 부족하기 때문에 공공연한 비밀로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어떤 제도든 도입과 더불어 이를 사후관리할 수 있는 기관의 역할이 중요한 것 같다"며 "현재 복수폴제도에 대한 규제권을 가진 공정위가 사후관리만 철저히 했어도 이 제도가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지폴뉴스]   이투뉴스-이경하기자   ha@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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