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뇌사 판정을 받고 세상을 떠난 배우 김성민씨가 장기기증으로 5명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하면서 장기기증에 관심도 높아졌습니다.

-. 하지만 이렇게 유명인의 장기기증으로 높아진 관심이 장기기증 서약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죠?

=. 네, 그렇습니다. 국내 장기기증 서약 비중이 약 70%에 이르는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운동본부)는 "이번 김성민씨의 기증으로 관심이 높아진 건 사실이지만 신청이 늘지는 않았다"고 29일 밝혔습니다.

운동본부 관계자는 그는 "권투 선수 최요삼씨의 장기기증이나 연예인들이 장기기증 서약을 하면서잠시 주목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이후 눈에 띄게 신청이 증가한 적은 거의 없다"고 전했습니다.

-.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한 후 각막을 기증한 2009년 연평균 10만명에 머물던 장기기증 희망자가 18만3천여명으로 급등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었다는게 이 단체의 설명이라고요?

=. 유명인의 장기기증은 실제 일반인의 서약률 증가에 영향을 거의 주지 않으며, 장기기증은 수요에 비해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운동본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사후 장기기증을 서약한 인원은 현재 128만명입니다. 2013년 15만4천명까지 증가했던 장기기증 서약자는 2014년 10만8천명, 2015년 8만8천명으로 계속 크게 감소하고 있습니다.

-. 특히 외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장기기증 서약률은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요?

=. 우리나라 장기기증 서약자는 전체 국민의 2.5%에 불과합니다. 미국(48%)과 영국(32%)을 크게 밑돌고 있습니다.

선진국보다 장기기증 서약률이 크게 낮은 것은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는데, 유럽에서 만 16세 이상이면 장기기증 서약을 할 수 있고 초등학교에서부터 장기기증의 의미를 교육합니다.

-. 스페인에서 장기기증을 '하겠다'는 서약 대신 '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인 약속을 하는 '옵트 아웃' 제도를 시행해 모든 국민을 잠재적 기증자로 간주한다고요?

=. 특히 영국에서는 운전면허증을 발급할 때 장기기증에 동의하는지를 묻습니다. 모든 운전자가 면허를 따면서 장기기증 여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는 19세 이상만 장기 기증서약을 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장기기증을 장려하는 정책이 전혀 없는 실정입니다.

-. 운동본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도 운전면허 발급 때 장기기증 여부를 묻는 항목을 포함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관련 부처 간 이견으로 시행되지 않았다"고 전했다죠?

=. 또 신체가 부모로부터 받은 것이어서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전통적인 유교 사상 영향도 기증 서약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다만 운동본부는 가족이나 지인이 장기를 기증하는 모습을 보고 서약을 하는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어 전망이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고 기대했습니다. 특히 박진탁 운동본부 이사장은 "선진국과 비교하면 장기기증자가 턱없이 부족하다"며 "장기기증 서약이 무조건 실행에 옮겨져야 된다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만큼 적극 신청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저작권자 © 뉴스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