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희 윤 (행복한통일로 / 피랍탈북인권연대 대표)

전 세계가 연일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유독 한반도는 녹취라는 다른 유형의 테러로 온통 나라가 난리법석이다.

휴대폰의 비약적 발전으로 야기되고 있는 스마트폰 증후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필자가 미국 애플사의 아이폰을 처음 구입했을 때는 북한인권이라는 특수한(?) 활동 덕분으로 아이폰 체계중에 특히 보안성이 강화된 부분에 주목했었다. 언제든 북한 세습독재세력의 타깃이 될 수도 있고, 혹시 모를 북한내부의 저항단체나 구명을 요청하는 탈북자들을 본의 아니게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므로, 휴대전화와 컴퓨터등의 보안은 일반인들과는 달리 주요하게 고민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데 한가지 불편했던 점은, 아이폰에는 녹취기능이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적잖이 당황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삼성이나 LG를 쓰는 한국인들에게 스마트폰의 녹취기능은 너무나 당연한 기능중의 하나였고, 그 기능을 활용하는 대부분은 강의의 녹음이나 문자를 남기기 어려울 때 이후 편집 작업을 위해 아주 유익한 효과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이폰에는 그런 손쉬운 기능이 없다는데 당황해하는 필자에게 아이폰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한 후배가 한마디를 툭 던진다. “ 탈옥하세요 ”, ??... 무슨 말인지 어리둥절해하는 필자에게 다시 한마디를 거든다. “하하하, 아이폰 운영체계에서 벗어나든지 아니면 그냥 불편함을 감수하든지 하셔야 해요” 이건 또 무슨 말... ??

결론은 그랬다. 원래 아이폰의 제조국인 미국은 상대방과의 통화내용을 사전에 동의 없이 녹취하는 것은 엄중한 범죄행위이므로 아예 그런 기능을 탑재하지 않았고, 그 대신 CIA나 FBI조차 뚫기 어려운 나름의 완벽한 방어체계를 구축해뒀으니, 불편을 감수하면서 제공된 체계안에 머물든지 아니면 운영체계를 벗어나 탈옥(脫獄)해서 자유와 범죄(?)를 만끽하든지 스스로 판단하라는 것이었다.

잠시였지만 심각히 고민한 이후 탈옥을 포기했는데, 그런 와중에 여기저기 녹취라는 폭탄이 터져 난리법석들이다. 통화하는 상대방 스마트폰이 아이폰인지, 아이폰일지라도 탈옥했는지 안했는지를 의심해야 하고, 친구들끼리의 사소한 통화내용도 모조리 녹취되어 언젠가는 써먹을 날이 오리라 벼르는 세상, 이런 세상을 어찌 정상적인 사회라고 할 수 있겠는가.

필자는 언제인가 우리사회에 불신조장범죄를 가중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한 적이 있었다.

특히 지하철이나 길거리에서 무거운 짐을 들고 있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친절히 짐을 들어드리겠다고 해서 받아들고는 그대로 줄행랑을 치던 치졸한 범죄가 만연했을 때, 이런 범죄는 피해의 정도를 떠나 세대간의 불신을 조장하는 것이므로 가중처벌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역시 필자의 우려대로 요즘 길거리에서 짐을 들어 드리겠다는 청년도, 고맙다며 짐을 선뜻 맡기는 어르신들도 잘 보이질 않는다. 이런 현상이 요즘 젊은이들의 인성문제인가, 아니면 백세인생으로 우리 어르신들이 예전보다 훨씬 건강해진 결과인가...

녹취라는 불신조장 행위도 마찬가지다. 상대방과의 통화를 몰래 녹취하는 것에는 분명 원하는 목적이 있을 터이다, 그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행위였다고 할지라도 의도한 바를 이루었다면 불법 녹취 행위에 대해서도 응당 그 책임이 뒤따라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하지만 필자는 녹취로 인해 만신창이가 된 피해자들은 수도 없이 보고 있지만, 그런 범죄행위로 재미를 본 녹취 테러범이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 구체적으로 들어본 적이 없다.

공권력에 꼼수가 통하고 떼법이 앞선다면 그것은 더 이상 공의로운 권한이 아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불법적으로 취득한 정보나 증거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는 곳은, 한국민을 테러하기 위해 암약하는 간첩을 다루는 공안부서에만 존재한다.

분명한 간첩임에도 그것을 입증하는 방법이 불법이었다면 무죄가 되는 것이 대한민국이다.

하지만 녹취라는 어마무시한 테러범은 여론재판이라는 도깨비 방망이를 맘껏 휘둘러도 그 기세를 멈출 기미조차 보이질 않는다.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면 단기적으로는 이로울 것 같으나 결국 우리 사회를 불신과 갈등의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게할 뿐임을 잊지말자.

저작권자 © 뉴스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