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70억원을 들여 운영하는 금융감독원의 해외사무소 가운데 상당수가 현지 뉴스 스크랩 수준의 보고서를 본부에 보내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 공교육 체계가 잘 갖춰진 미국, 영국 등 영어권 선진국 주재원 자녀에게 사립학교 학비까지 대주는 파격적인 지원조항을 둔 것으로 밝혀져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감독하는 기관이 심각한 도덕적 해이에 빠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서울 강북 을)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3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해외사무소 운영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밝혔다.

금감원은 뉴욕(3명), 워싱턴(2명), 런던(3명), 프랑크푸르트(1명), 도쿄(3명), 하노이(1명), 베이징(3명), 홍콩(2명) 등 전 세계 8개 도시에 사무소를 설치하고 18명의 해외 주재원을 파견했다.

이들 사무소에는 주재원 외에 현지에서 고용한 사무원이 1∼2명씩 배치돼 있다.

이들 해외 주재원 18명은 작년 459건의 보고서를 금감원 본부에 보내왔다. 평균적으로 한 사람이 매월 두 건 꼴로 보고서를 보낸 셈이다.

주재원이 3명 있는 뉴욕사무소는 작년에 35건을 보내와 1인당 연간 12건에 그쳤다. 주재원 한 명이 한 달에 한 건의 보고서를 썼다는 얘기다.

하노이사무소는 작년 13건의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주된 내용은 우리나라 은행의 현지 지점 개설에 관한 단편적 것이었다.

일부 다른 사무소도 보고 건수는 많았지만 현지 언론 보도 내용을 정리해 '면피성'으로 보내온 사례가 다수를 차지했다.

실제로 프랑크푸르트 주재원이 작성한 일부 보고서는 제목만 봐도 금융감독 당국의 업무와 큰 관계가 없거나 한국에서 인터넷으로 쉽게 검색할 수 있는 일반 뉴스 정보임을 알 수 있다.

금감원은 작년 한 해 동안 해외 사무소 운영 예산으로 69억3천만원을 썼다.

금감원 해외 주재원들에게는 소장을 기준으로 매월 미국은 4천200달러(약 465만원), 일본은 56만1천엔(약 610만원), 베이징은 3만2천500위안(541만원)까지 주거비가 지원됐다.

주재원과 동반 거주하는 자녀들을 위해선 매월 프랑스는 1천456유로(약 180만원), 일본은 7만5천엔(약 81만원), 베이징은 1만위안(약 167만원)까지 학비가 지원됐다.

또 공립학교에 다닐 수 있는 미국과 영국에서 주재원 자녀가 사립학교에 들어갈 경우 학비의 50%선에서 최대 월 600달러(약 66만원)를 지원할 수 있는 규정을 두고 있다.

박 의원은 "1인당 4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들여 해외에 파견한 금융감독원 직원이 본국에 보내온 정보가 양과 질 면에서 모두 부족한데다 일부 사무소의 경우 현지 뉴스를 긁어 보내는 수준이어서 엄정한 업무 평가 후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공교육 수준이 높은 미국과 영국에서 '귀족 학교'인 사립학교 학비까지 지원해 주는 것은 일반 국민 눈높이에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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