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의구점

198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필자는 평소에 궁금한 사실이 몇 가지 있었다.

도희윤(행복한통일로/피랍탈북인권연대 대표)

당시의 대학교 생활은 전공 공부보다 맑스주의에 입각한 사회주의 학습이나 시국사건들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고, 한국사는 거의 모두가 북한식 역사관에 입각한 내용들이 대학가를 휩쓸 때였으니 제대로 된 역사인식이 있을 리 만무했다. 여기에서의 사소한 고민들은 일본 제국주의와 싸우던 독립운동가 진영에서나 나왔을법하게, 기회주의자나 개량주의자로 치부되어 소위 말하는 왕따를 당하기 일쑤였던 것이 당시의 학내 분위기였었다.

필자의 고민은 핵심적으로 두 가지였는데,

첫 번째는 언젠가 칼럼에서 언급한 적이 있었던 시장경제에 대한 고민이었고, 두 번째는 한국 근현대사와 80년대 대학가를 대상으로 하고 있었던 국가 공권력에 대한 의구점이었다.

여기에서 국가공권력이라고 함은, 국군과 경찰에 대한 이야기인바 당시의 대학가 핵심교제로는 사회과학 서적 외에는 소설류로 남부군이라든지 태백산맥과 같은 남로당 잔당들의 무장투쟁을 그린 지리산 빨치산 전사들을 다룬 것이 주류를 이루었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무장투쟁에 나선 빨치산 세력들을 조국독립을 위해 목숨을 걸고 투쟁한 독립투사격으로 여기며, 지리산 등지로 현장답사를 가서 실제 보투(補給鬪爭)등으로 실습까지 행했으니 지금 돌이켜보면 정신이 나가도 한참 나갔던 것이 분명하다 하겠다.

지리산 빨치산과 토벌대

당시 필자는 그런류의 책들을 보면서 한 가지 의문점을 품었었다. 그것은 지리산으로 들어간 빨치산 세력들은 자신들이 배우고 익힌 사회주의라는 이상을 실현하려는 목적의식적 신념을 바탕으로 투쟁을 전개했지만, 그들을 쫒아 지리산 등지로 토벌에 나선 국군과 경찰들은 무슨 생각으로 지리산을 비롯한 백두대간 등지에서 지옥과 같은 추위와 공포속에서도 빨치산들과 거의 유사한 토벌 투쟁에 나섰을까 하는 의문점이었다.

한쪽은 세뇌에 가까운 이념적 신념과 이상적 국가를 구현하겠다는 투철한 헌신이 있었다면, 다른 한편인 국군과 경찰은 오로지 명령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권력의 주구(走狗)일 뿐일텐데, 빨치산 세력과 똑같이 목숨을 걸고 싸우는 이유가 도대체 어디에 있겠는지 당시로는 제대로 이해가 가질 않았던 것이었다.

철이 들고 어린 시절의 것을 버린 그때서야 당시에 가지고 있던 의구점이 모두 해소되었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국군과 경찰들이 지리산뿐만 아니라 사회 모든 분야에서 행해졌던 공산세력들의 조직적인 국가전복 투쟁에 맞써 단순히 명령체계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하수인들이 아니라, 그들의 가슴과 머리에 대한민국과 애국이라는 것이 존재했었기에 그러한 전쟁에 나설 수 있었다는 아주 단순한 깨달음이었다.

11월 12일, 민중총궐기

참으로 당연한 깨달음을 깨우치고 난 뒤 세상이 달리 보이고 삶의 방향이 제대로 올곧게 섰을 때, 한없이 몰려오는 부끄러움과 함께 스스로의 각오를 다진 것이, 이제부터 대한민국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북한인권, 통일운동에 들어서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작금의 대한민국 위기를 눈앞에 두고서 국가 공권력, 대한민국, 애국을 다시금 떠올리게 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11월 12일, 3차 민중총궐기가 열린다고 다수의 방송이 어찌도 그렇게 똑같이 앵무새마냥 같은 내용을 반복하는 것을 듣고 있노라니, 불안해지는 마음으로 시위의 현장을 보았다.

당장이라도 전쟁까지 불사하려는 시위대 맨 앞의 주력부대와 바로 딱 맞붙은 경찰기동대원들을 보며,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경찰들을 위협하고 겁박하는 저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광우병 사태에서도 백남기 사건때도 어김없이 목도했던 터인데...

국민이 지켜야할 공권력이 마스크로 자기모습조차 감춘 특정세력들에 의해 범죄인 취급을 받는 것이 제대로 된 나라인지, 학창시절을 불량배 아닌 불량배처럼 살아 지금까지 그 점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는 필자를 또다시 숙연하게 만들고 있었으니 말이다.

얼마나 두려웠을까, 마치 휘발유를 뿌려놓고 부싯돌로 불꽃이 일어나기만을 바라며 연신 도발을 감행하려는 주력부대앞을 가로막고 있었던 경찰기동대원들을 보노라니 눈물이 났다.

저들의 가슴에 대한민국이라는 글자와 애국이라는 단어가 없었다면 코앞의 청와대는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될 것이고, 이 나라는 끝없는 혼란의 나락으로 곤두박질치고 말텐데...

그런 무서운 순간에도 우리 대한민국 경찰기동대원들은 조금도 두려움없이 그 자리를 지켰고,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보는 대다수 국민들에게 안도의 한숨이나마 쉬도록 해줬으니, 고맙다는 인사를 수백번, 수천번을 해도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그대들이 대한민국입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한다.

지리산의 그 극한의 추위와 배고픔속에서 처절하게 싸웠던 빨치산 세력이 몰락한 것은,

그들이 하늘처럼 여겼던 신념자체가 모든 백성들을 평등하고 평화롭게 살게 해줄 유토피아 의 이상향이 아니라, 싸울 상대가 없으면 자기자신과 싸워서라도 피를 봐야만 존재할 수 있는 계급투쟁의 산물이자, 지구상에 태어나지 말았어야할 사악한 공산주의 괴물의 결과였으며, 그런 괴물들에게 이 대한민국을 결단코 넘길 수 없다던 대한민국 국군과 경찰의 애국심 때문이었다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시대는 달라졌으나 100만 촛불 운운하는 사악한 1만의 촛불에 넘어갈 대한민국이 아니다.

북한 노동신문 전면에서 광화문 촛불시위 기사를 봐야하는 기막힌 현실이지만, 상황을 압도하는 대규모 시위대앞에서도 당당히 맡은 바 소임을 위해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던 애국적인 대한민국 경찰이 있는 한, 그들의 사악한 선전선동의 결말은 자명하다.

기적이 아니고서는 설명이 안되는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오늘도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국민안전의 횃불로 밝혀주고 있는 전국의 경찰공무원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도 희 윤 (행복한통일로 / 피랍탈북인권연대 대표)

저작권자 © 뉴스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