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4월 일부 금지조항 외에 의료광고를 허용하는 의료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공포했다. 이번 조치는 의료기관이 광고활동을 통해 소비자에게 다양한 의료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의료계는 모호한 법률규정과 사전심의제의 부작용을 지적하며, 의료광고 규제가 오히려 강화됐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복지부가 의료광고 심의기준을 내놓았지만 아직까지 허용기준을 놓고 완화와 강화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05년 10월 헌법재판소는 ´특정 의료인∙의료기관의 기능과 진료방법에 대한 광고금지는 표현의 자유와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정부는 올해 1월 의료법 광고 제한규정 완화입법을 공포하고, 후속조치로 4월 의료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공포했다.

이 개정령안은 의료광고가 불가능한 범위를 정하고, 그 외의 광고는 허용하는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전의 포지티브 시스템 하에서는 진료담당 의료인의 성명∙성별 및 면허의 종류, 전문과목 및 진료과목, 기관의 명칭 및 소재지, 진료일∙진료시간 등 12가지 항목에 대해서만 광고가 허락됐다.

의료계, "말로만 완화…사전심의 ´족쇄´"
정부의 바람과는 달리 의료계는 의료광고 규제기준이 완화되기는 커녕 강화돼 광고 활로를 막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일선 의료기관들이 사전심의제 도입으로 의료광고 허용 수준이 과거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불만을 터트린 것이다.

30일 이내로 규정한 심의기간이 길어 마케팅 전략이 노출될 우려가 있고, 심의의 객관적 기준도 없다는 것이 불만 이유다.

한 네트워크의원 원장은 "의료광고규제가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변경된 것은 의료광고의 목적이 의료정보 제공에 있다는 시장의 순기능을 인정한 것인데 개정된 시행규칙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사전심의에 대해 심의기간이 30일이나 돼 시의적절한 광고를 집행할 수 없다"며, "사전심의제도가 의료광고의 산업화를 저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병원도 사전심의제를 못마땅해 하기는 마찬가지다. 정기간행물 광고와 현수막, 벽보, 전단 형태 광고 등 옥외광고물도 사전심의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병원계는 정부가 병원에서 발간하는 인쇄물 모두를 사전심의 대상으로 묶어 규제하려는 것 아니냐며 비판대열에 합류했다.

한 병원계 관계자는 "건강강좌 일정을 내걸 때도 이것저것 따져봐야 한다"며, "규제 완화를 위한 법안이 맞냐"고 의문시했다.

심의委, 수요일 심의 신청시 일주일이면 승인
의료광고심의위원회는 매주 화요일 열리며, 결과는 목요일에 통보된다.

의료광고심의위원회 사무국에 따르면 심의 직전 주 수요일까지 접수된 광고를 모아서 심의한다.

때문에 수요일 이전에 신청한 광고가 한번에 승인된다면 광고 의뢰자는 심의를 신청한 후 일주일이면 광고를 게재할 수 있다.

사무국 관계자는 실제로 80% 가까이의 광고물이 심의를 한번에 통과하기 때문에 심의기간이 한 달이나 걸린다는 지적은 일부에 국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심의료가 비싸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신문이나 전단∙현수막에 해당하는 광고의 경우 심의를 통과하면 내용 수정이 없을 경우 재심의를 받지 않아도 매체나 횟수에 제한을 받지 않고 광고가 가능하기 때문에 동의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9월말 오픈을 목표로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만 기다리면 지금보다 빠르고, 편하게 광고심의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도가 처음 시작됐기 때문에 참고할 만한 유권 해석조차 없다"며, "제도가 정착되기까지 의료기관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복지부 후속조치 단행, 의료광고 심의기준 공개
의료계의 불만이 거세지자 복지부는 지난달 후속조치로 의료광고 심의기준을 마련해 공개했다.

심의기준에 따르면 의료인의 경력을 표시할 경우 법률상 인정되지 않는 전문의 명칭, 세부전문의, 인정의의 명칭은 사용할 수 없도록 했으며, 의료직역간 기능·진료방법에 대한 비교는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또 전·후 비교사진을 개재할 경우 해당 의료기관에서 직접 진료한 환자에 한해 동일한 조건에서 촬영한 사진을 사용하도록 했으며, 공인된 학회 등에 의해 인정되지 않는 의료기관에서 임의로 명명한 치료법, 시술명, 약제명을 허용하지 않도록 했다.

반면 원내 비치 목적의 병원보∙소책자에 대해 사전심의 대상에서 제외했다.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한 건강강좌 안내문이나 국민 건강을 위한 공익광고 현수막도 사전심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다만, 의료기관 명칭이나 전화번호 등의 정보가 표기된 현수막은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병원에서 만든 모든 인쇄물이 심의대상이냐는 병원계의 지적을 일부 수용한 것이다.

한방의 경우는 "00탕, 00산, 00환, 00제" 등의 약제는 한방문헌에 나타나 있거나 공인된 학회에서 인정된 명칭에 한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복지부는 심의기준 마련으로 일선 의료계의 혼란이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복지부는 심의제도와 관련, 구체성이 결여된 조항에 대해서는 의료법 개정에 맞춰 조정할 계획이다.

심의기준 긍정적, 객관적 사실 규제는 ´안돼´
의료계는 의료광고 심의기준이 늦게나마 마련된 데 대해 안도하고 있다. 의료법과 시행규칙에 있는 의료광고에 관한 규정이 추상적이고 불명확해 해당 광고가 사전심의의 대상인지, 그 내용이 법령에 따라 금지되는 것인지 판단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한 개원의는 ´심의기준´이 의료광고의 범위와 의료광고 사전심의기준을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면서, 실무에서 좋은 참고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대외법률사무소 현두륜 변호사도 ´의료광고 심의기준 의미와 아쉬움´ 글을 통해 아쉬움이 있지만 구체적인 심의기준이 마련된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각 의료광고심의위원회가 이 기준을 근거로 심의를 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그 중요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현 변호사는 다만 ´심의기준´의 내용 중에는 의료광고 금지규정을 지나치게 넓게 해석함으로써, 객관적인 사실까지도 광고를 금지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서 좀더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00신문 선정 우수의료기관´이라는 광고는 소비자를 현혹할 우려가 있다고 하면서 금지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소개했다.

현 변호사는 "앞으로 의료광고에 관한 심의기준을 지속적으로 개정·보완하고, 이를 공개해 나가려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의료광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8월 29일 현재 심의위원회에 접수된 광고건수는 3,100여건이며, 신청 건수가 가장 많았던 7월의 경우 1,080건의 광고심의가 접수되기도 했지만 8월에는 300건만이 접수됐다.

     [이지폴뉴스]   메디파나뉴스 장영식 기자   9673000914@hanaf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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