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에 부당대출을 지시하고 지인 기업에 이권을 몰아준 대가로 억대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강만수(71) 전 산업은행장이 30일 오전 법정에 출석했습니다.

-.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30분 전인 이날 오전 10시께 서울중앙지법 청사에 도착한 강 전 행장은 "사실과 너무 다르다. 평생 조국 경제 발전을 위해서 일했다.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면서요?

=. 그는 두 번째 영장실질심사를 앞둔 심경을 묻는 질문에 "지난 8월 압수수색을 받고 넉달 동안 너무 힘들었다"면서 "힘이 빠진 저에게 세금을 너무 많이 쓰는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추가수사에서 새롭게 드러난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는 "더 할 얘기가 없다"면서도 '혐의를 부인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법정에 가서 얘기하겠다"고 말한 뒤 법정으로 향했습니다.

-. 대우조선해양 경영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강 전 행장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알선수재, 뇌물수수, 제3자 뇌물수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을 적용해 28일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죠?

=. 검찰에 따르면 강 전 행장은 산업은행장으로 재직하던 2012년 새누리당 원유철(54) 의원과 독대 후원 의원 지역구의 플랜트 설비업체 W사에 490억원대 부당대출을 지시한 혐의를 받습니다.

애초 W사는 신용등급이 낮아 산은으로부터 대출 불가 통보를 받았지만, 강 전 행장의 지시로 부당대출이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강 전 행장은 이명박 정부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에 오른 2008년 이후 고교 동창 임우근(68) 회장이 경영하는 한성기업 측으로부터 1억원대 뇌물성 금품을 수수한 혐의도 받습니다.

-. 공직에서 물러난 뒤 한성기업 고문 자격으로 해외여행비, 사무실 운영비 등을 간접 지원받은 것을 합치면 강 전 행장이 한성기업 측으로부터 받은 금품은 1억5천만원 상당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죠?

=. 검찰은 강 전 행장이 한성기업 측으로부터 수도권 소재 골프장 회원권을 받아 10여년간 사용한 사실도 추가 확인했습니다. 그가 산업은행장으로 있던 2011∼2013년 당시 정·관계와 거래처 등에 돌릴 명절용 선물로 한성기업 제품을 쓰도록 지시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검찰은 2011년 산업은행이 한성기업에 총 240억원대 특혜성 대출을 해 준 과정에서도 강 전 행장이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강 전 행장은 지인 김모(구속기소)씨의 바이오 업체 바이올시스템즈가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총 117억원에 이르는 특혜를 받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도 받는다면서요?

=. 그렇습니다. 강 전 행장의 압력으로 바이올시스템즈는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국책과제 주관기관으로 선정돼 70억원을 지원받고, 바이오에탄올 상용화 계획과 능력이 없으면서도 2012년 2월∼2013년 11월 대우조선해양에서 44억원을 투자받았습니다.

검찰은 김씨가 2011년 5월 관세청과 분쟁을 겪는 주류 수입판매업체 D사 관계자로부터 조세 관련 공무원 로비 대가로 3억2천500만원을 수수한 배경에도 강 전 행장의 입김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이밖에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종친 강모씨의 중소건설사 W사에 50억여원의 일감을 주도록 압력을 행사하고, 산업은행장으로 재직하면서 대우조선해양과 산은 자회사에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죠?

=. 네, 맞습니다. 앞서 검찰은 9월 21일 뇌물수수 등 혐의로 강 전 행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주요 범죄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기각했습니다.

영장심사는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진행되며, 구속 여부는 이날 밤늦게 결정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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