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오는 9일에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통령과 재경부 부총리가 한 목소리로 금리인하를 요구하지만 한은은 다음의 이유로 금리를 동결할 것이다. 그 이유는 1) 핵심물가상승률이 5개월 연속 3%에 달해 기대물가 수준이 올라 이를 낮춰야 할 필요가 있으며 2) 내년 초에 경기하강세가 심화될 경우에 추가적으로 금리 인하할 여지(실탄부족)가 적고 3) 정부 논리에 따라 금리 인하시 ‘재경부의 남대문 출장소’라는 예명을 다시 한번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최근 기준금리 동향

1999~2000년에 금통위는 물가 안정을 위한 선제적 대응으로 0.50%p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2001년 들어서 미국 IT경기 버블로 수출이 급속히 줄자 1.0%p의 금리 인하를 단행했습니다. 특히 ´9.11 테러´가 발생한 2001년 9월에는 0.50%p의 콜금리를 인하했습니다.
2002년 5월에 부동산경기 과열을 막기 위해 0.25%p의 금리를 인상했습니다.
이라크 전쟁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증대함에 따라 2003년에 두차례에 걸쳐 0.50%p의 금리를 인하했습니다.
지난 8월까지 무려 13개월 동안 콜금리 동결을 유지하다가 경기 위축을 막기 위해 8월과 11월에 금리 인하해 현재 3.25% 수준의 콜금리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부총재의 금리인하 발언으로 7일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일보다 0.04% 하락한 3.24%로 끝나 콜금리(3.25%) 밑으로 떨어지는 금리역전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이로 인해 가뜩이나 미국과 한국간 금리격차가 더욱 심화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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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기 경기하강 국면을 막기 위해 금리인하 필요

금리인하를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금리인하를 통해 경기하강세를 저지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12월 추진 예정인 ‘한국판 뉴딜정책’이 연기금법 개정 등으로 유야 무야되고 있는 시점에서 금리인하 조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이들은 주장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1) 현 경기상황을 알려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7개월 연속 하락해 장기 침체의 초기 국면이며
2) 10월 기업 신뢰도지수가 3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고,
3) 지난 8월 4.8%까지 치솟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9월 3.9%, 10월 3.8%에 이어 11월에는 3.3%로 둔화해 물가상승 압력이 약화됐으며
4) 전년동월대비 증가율이 10%를 웃돌던 산업생산은 5%대로 주저앉았고 20%대를 유지하던 수출도 16%수준으로 가파르게 둔화되고 있으며
5)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실행되지 않는다면 내년 경제성장률 3%대로 떨어질 것이 불가피하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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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리인하 효과를 본 후에 내려도 늦지 않아

금리동결은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원론적으로 향후에 한국은행이 0.5%p 정도 내릴 것이지만 이번 12월은 금리을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지난 8월과 11월에 걸친 금리 인하가 아직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적 금리인하가 실물경제 별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1) 두 번에 걸쳐 50bp나 내린 콜금리 인하에 따른 소비 및 투자 진작효과가 미약합니다. 즉 실물경제의 파급효과를 지켜봐야 합니다.
2)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콜금리 목표 수준까지 내려서는 등 돈이 금융권에서만 도는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습니다.
3) 그 동안 12월에 콜금리를 내린 사례가 없습니다.
4) 금리 인하시 향후 실탄 부족 등의 금리인하 효과가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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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적 이유로 금리동결 예상

최근 한국은행의 금리 결정 행보를 보면 경제적 측면보다는 정치적 측면에서 결정했습니다. 지난 10월에 전문가들은 경기활성화를 위해 금리인하를 예상했지만 한은은 전문가들 예상과 정반대로 동결했고 11월에는 금리동결을 예상했지만 오히려 금리를 인하했습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리가 시장의 소리를 충분히 듣고 예측 범위내에서 금리를 결정하는 것과 다르게 한국은행은 뚜렷한 금리결정 지표없이 그때 그때의 정치 상황에 맞게 행동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번 12월에 한국은행이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1) 경제적 측면에서 소비자물가상승세는 둔화됐지만 에너지와 음식료를 제외한 핵심물가상승률은 5개월 연속 3%을 상회해 기대물가수준이 높습니다. 한은의 고유목표인 통화안정을 위해 기대물가수준을 낮출 필요가 있습니다.
2) 너무 일찍 금리인하시 내년 초에 예상보다 더욱 경기상황이 악화되었을 때 쓸 수 있는 카드가 없습니다. 실탄 부족현상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3) 정치적 측면에서 한국은행은 통화정책의 중립성 또는 독립성에 집착하고 있습니다. 금융기관의 감독기능이 금감원으로 이관된 이후에 한국은행의 역할은 상당히 축소된 상태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한국은행이 재경부 말대로 금리인하할 경우에 ‘재경부의 남대문 출장소’라는 명칭은 여전히 붙어다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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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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