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라크 전쟁 후 국제사회는 더 평화롭고 안전해졌는가?

-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6월 서해교전 전몰장병 2주기 추모식에서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였다고 들었습니다. “용사들의 고귀한 희생이 오늘 우리가 누리는 평화의 디딤돌이 되었다... 테러는 어떤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다”

- 그렇습니다. 테러는 어떤 경우에도 용납되어서는 안됩니다.
그런데, 여러분 한번 돌아보십시오. 지금 이라크 지역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입니다. 죽이고 죽임을 당하고, 피랍과 억류, 폭발과 공습이 끊이지를 않습니다. 테러와 전쟁의 차이는 도대체 무엇입니까? 미군과 연합군이 벌이는 것은 전쟁이고 이라크와 아랍의 저항세력이 감행하는 것은 테러입니다.

- 테러로 인한 것이든 전쟁으로 인한 것이든 확실한 것은 이 전쟁을 통해서 십만여 명의 무고한 민간인들이 상처를 입고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에게는 김선일씨의 죽음으로 인한 아픔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라크 땅에서는 수만 명의 김선일이 죽어갔으며, 오늘도 죽고 있습니다. 인종과 민족과 국적은 달라도 그 가족과 조국에게는 이들 하나하나가 소중한 김선일일 것입니다.

- 추가파병 방침이 확정되는 시점부터 이미 중동 전역에서는 오랜동안 생업에 종사하며 활동해 왔던 7,000여명 우리 교민들의 안전이 위협받았습니다. 생업을 내던지고 귀향을 서두르거나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숨겨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교민들은 신변위협과 생업포기라는 두 가지의 문제를 놓고 외줄을 타고 있습니다.

- 이라크에서 자유민주주의 정권을 건설하겠다는 미국의 지난 2년간 침략정책이 낳은 결과는 전 세계에 흩어져서 활동하고 있던 아랍출신 반미 테러리스트들을 모두 이라크 지역으로 집중해 끌어들이는 결과만을 낳았습니다. 그야말로 이라크 영토를 무대로 한 미국과 아랍저항세력의 전면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국군의 추가파병은 아랍저항세력들의 테러에 더욱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존경하는 선배동료의원 여러분!
이라크 전쟁이 발발한 지난 2년 동안, 국제사회가 더 안전해졌습니까? 더 평화로워졌습니까? 국내외적으로 “테러”라는 것이 전염병처럼 목을 죄고 있습니다. 오히려 파병을 감행함으로써, 우리는 “테러로부터의 안전”을 국가의 가장 긴급한 정책목표로 설정해야 하는 이중고에 빠지게 되었을 뿐입니다.

2. 왜 UN 평화유지군이 아니고, 미국주도의“평화·재건지원부대”인가?

- 정부가 제출한 본 동의안에 의하면, 파병을 위한 근거법령으로「헌법」제5조 1항,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전쟁을 부인한다”는 조항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한편,「유엔헌장」제2조 4항을 보면, “모든 회원국은 그 국제관계에 있어서 다른 국가의 영토보전이나 정치적 독립에 대하여 또는 국제연합의 목적과 양립하지 아니하는 어떠한 기타 방식으로도 무력의 위협이나 무력행사를 삼가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 존경하는 선배동료의원 여러분!
우리 정부는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는 헌법의 원칙에 충실하여 이라크 전쟁에 파병을 감행하였고, 반면 UN 안전보장이사회는 무력의 위협 및 사용금지를 규정한 유엔헌장의 규정에 따라 이라크전쟁에 대한 결의를 애초에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 평화의 이름으로 전쟁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은 국제법상 명백한 침략전쟁을 감행한 것이고, 우리 정부는 그러한 전쟁에 “침략전쟁을 부인한다는” 대한민국의 헌법을 들먹이며 파병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 우리 시간으로 바로 어제(8일) 대통령은 유럽순방 귀국길에서 자이툰 부대를 방문하여 우리 장병들을 위로하면서, “여러분이 흘린 땀이 대한민국 외교력, 한국의 또 다른 힘이다. 외교장관이 여러분이 있고 없음에 따라 말의 무게가 달라진다”고 설명하였다는 보도를 읽었습니다.

- 또, 지난 3일 영국 방문 중에는 “이라크전의 타당성 여부를 논란으로 삼기보다는 향후 이라크의 사회적 안정, 자유와 민주주의 구축 등을 위한 효과적 해법에 보다 치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말씀도 한 것으로 들었습니다.

- 이제 대통령은 이라크 전쟁이 확실히 명분 없는 전쟁임은 인정하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명분 없는 전쟁에 대규모의 장병을 파병하여야 할 만큼 절실한 국익의 실체는 도대체 무엇입니까?

- 각종 전투용 장비로 무장한 채, 이라크에서 가장 안전한 아르빌 지역에서 거액의 예산을 낭비해 가며 지극히 형식적인 구호활동만을 수행하며 대기하고 있는 우리의 장병들이 수호하고 있는 대상은 무엇입니까?

- 걸프전 당시 우리 정부는 의료지원단 및 공수수송단 등 국군부대를 파견하였을 뿐만 아니라, 전쟁비용으로 5억불을 부담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후 10년간 사우디의 미국 측 건설수주에서 우리 업체는 배제되어 왔습니다. 더군다나 미국과 함께 이라크전쟁 당사국이라고 할 수 있는 영국도 전후복구 사업 수주확보가 미진하여 국내적 반발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3. 명분 없는 전쟁, 파병의 후유증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 지난 11월 14일자 LA타임즈는 미국의 월터 리드 육군연구소의 조사연구결과를 인용하면서, 이라크 전쟁에서 귀환한 미군 병사 6명 가운데 한 명인 17.1%가 위험한 수준의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고 보도하였습니다. 또 같은 기사에서 베트남전 당시 참전 군인의 30%를 상회하는 숫자가 10년이 넘도록 전쟁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고통을 받아왔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 이는 멀리 미국의 실정만은 아닙니다. 베트남전 당시 고엽제 살포로 인하여 현재 고엽제 후유증과 그 2세 환자를 포함하면 현재도 68,687명의 국민이 고엽제 후유증으로 고통을 받고 있으며, 이보다 훨씬 많은 수가 정신질환 및 사회부적응 등의 장애를 겪어 왔습니다. 즉, 10만 여명에 달하는 우리 국민들에게 30년 전의 베트남전은 과거사가 아니고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것입니다.

- 그 뿐만이 아닙니다. 고엽제 후유증 환자의 경우, 정부가 국가유공자와 동일한 지원을 하고 있으며, 그 2세 환자를 포함하여 연간 수백억 원의 국가예산이 베트남 전쟁 이후에 발생되는 문제들에 지원되고 있습니다. 그나마 이 막대한 지원도 개별 피해자들에게는 충분한 지원이 되지 못한다는 것은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 베트남전 당시 파병 비용은 미국이 부담하였고, 이를 통해 벌어들인 외화가 1970년대 경제성장의 주요한 동력이 되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러나 당시 우리 정부는 전후 30여년이 지나도록 전쟁의 후유증을 앓는 국민을 위해 연간 수백억의 예산을 지원하여야 한다는 사실까지는 결코 짐작하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 30년 전의 전쟁과 오늘날의 전쟁을 비교해볼 때 분명 발전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무기입니다. 미국은 남의 영토에서 유해성이 검증되지 않은 무차별적인 그야말로 대량살상무기를 남용하고 있습니다. 1991년의 걸프전쟁에서 이미 100만발에 가까운 열화우라늄 총탄과 포탄을 사용하였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 존경하는 선배동료의원 여러분!
내년도 국방예산에서 이라크 파병관련 추가예산이 1,609억원이 반영되었다고 하지만, 파병 비용은 결코 이것으로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정부가 주장하는 국익과 그로 인한 경제적 효과라는 것이 무엇인지 본 의원은 알지 못하겠습니다.

- 그러나 20년, 30년 후 방사능 오염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가시화되고 그 피해가 우리의 자라나는 2세와 3세에게도 유전되어 갈 것이 자명합니다. 이와 관련한 물리적·재정적 잠재비용이 결국은 정부와 국민의 몫으로 고스란히 세습되어 갈 것입니다.

- 존경하는 선배 동료의원 여러분!
베트남전은 까마득한 선사시대의 역사가 아닙니다. 바로 우리 곁에 지금도 생생한 현재로서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이제 그 역사의 생생한 교훈에 귀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 명분 없는 전쟁에의 파병은 우리 후손들에게 전쟁의 역사뿐만 아니라 그로인한 상처와 고통까지 대대로 남겨주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4. 우리영토에서 테러나 전쟁을 용인하는 단초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
: 이라크에서는 용인되는 전쟁이 한반도에서는 과연 불가한가!

- 부시행정부가 감행한 대테러전쟁에 전 세계가 지쳐있습니다. 누구도 자신의 영토에서 전쟁이 일어나기를 원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전쟁과 주권 유린의 뼈아픈 역사를 안고 있습니다.

- 이러한 전쟁의 상흔은 오늘날까지도 한반도의 분단이라는 현실로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이 현실은 언제든지 전쟁의 위기로 전환될 수 있다는 긴장감으로 작용해 왔습니다.

- 어떠한 명분으로도 테러가 용납될 수 없듯이, 어떠한 명분으로도 좋은 전쟁이라는 것은 없습니다. 특히 전쟁이 발발하는 지역의 국민들에게 그것은 씻을 수 없는 상처와 파괴만을 가져올 뿐입니다.

- 우리는 두 번 다시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원합니다. 그런데, 남의 땅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당사국 다음으로 최대의 파병을 감행하고도 어떻게 내 영토에서의 전쟁은 결코 용인할 수 없으며, 대한민국은 평화를 지향하는 국가라고 자신할 수 있겠습니까?

- 존경하는 선배동료의원 여러분!
저는 우리의 참전과 파병이 이 땅에서의 또 다른 테러나 전쟁을 용인하는 결정적인 단초를 제공하게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제 우리 국회는 단호한 태도를 보여야 합니다. 우리의 결정이 역사에 어떠한 결정으로 기록될 것인지를 두려워해야 할 때입니다.

끝까지 경청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손봉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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