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과 약국 등 요양기관의 허위청구로 건강보험 곳간이 줄줄 새는데도 현지조사를 문제삼은 의료현장의 반발에 당국이 속을 태우고 있습니다.

-. 현지조사는 병원 등 요양기관이 환자를 진료하고 건강보험 진료비를 적법하게 타갔는지 해당 기관에 직접 나가서 확인하는 것으로, 건강보험급여를 부당 청구하지 않게 해 재정 건전성을 담보하는 게 목적이라고요?

=. 5일 보건복지부의 '2016년 요양기관 현지조사·처분 추진실적' 자료를 보면 복지부가 지난해 건강보험 급여비를 부당청구한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해 현지조사를 한 요양기관은 723곳(종합병원 27곳, 병원급 204곳, 의원급 453곳, 약국 39곳)에 그쳤다. 이는 국내 전체 요양기관 8만9천여곳의 0.8%에 불과합니다.

당국이 현지조사를 실시한 요양기관은 2011년 842곳, 2012년 526곳, 2013년 770곳, 2014년 679곳, 2015년 725곳 등 연간 평균 700여곳에 머뭅니다.

-. 현지조사를 통해 확인한 부당청구 액수도 2011년 181억원, 2012년 170억원, 2013년 121억원, 2014년 177억원, 2015년 296억원, 2016년 412억원에 불과하다죠?

=.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현재 현지조사를 포함해 서류조사 등 각종 조사과정을 거쳐 허위로 청구한 것으로 확인돼 환수 결정한 요양급여 금액은 5천453억원에 달했습니다. 현지조사로 적발한 실적이 전체 부당청구액의 10분의 1에도 못미치는 상황입니다.

만연한 허위청구로 건보 재정 건전성이 훼손되는 상황인데도 내부자 신고나 감사원 등의 조사 의뢰, 제보 등 의심 사례에 국한하는 현지조사에 대해 의료인들은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5월에는 안산시에서 비뇨기과를 운영하는 한 의사가 부당청구 현지조사를 받고 2개월가량 지난 그해 7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데 이어 지난달 29일 강릉에서도 현지조사를 받게 된 비뇨기과 원장이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나자 의료계의 반발이 더욱 거세졌습니다.

-. 건강보험 당국이 불시에 요양기관을 찾아와 몇 년 치 자료를 뒤져보는 강압적인 조사방식이 이런 비극을 초래했다는 이유라죠?

=. 그러나 요양기관의 허위 부당청구는 건보재정을 축내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보건사회연구원은 '건강보험 부적정 지출 관리 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2013년 건강보험 '부정적 지출' 금액을 1조442억원으로 집계했습니다.

부적정 지출은 요양기관이나 환자(건강보험 가입자)가 허위·부당청구해 지급된 건강보험 급여지출을 뜻합니다. 보사연은 적발되지 않았거나 낭비됐을 것으로 보이는 건강보험 부적정 지출을 모두 포함하면 2013년의 부적정 지출 규모가 총 2조2천억~3조8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 복지부는 신고포상금제, 허위청구 요양기관 명단공개, 부당이득환수, 업무정지, 과징금 부과, 면허 자격정지, 형사고발 등으로 부당청구를 막고자 애쓰고 있다고요?

=. 그러나 가짜 진료기록에 명의도용까지 온갖 불법과 편법을 동원해 건강보험 급여비를 부당하게 타내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복지부가 최근 홈페이지(www.mohw.go.kr) 등에 공개한 건강보험 거짓청구 요양기관 28곳을 보면 A 한의원은 유방확대 시술(자흉침) 비용을 전액 환자한테서 받고도 이 환자를 다른 질병(근육 긴장)으로 진료한 것처럼 꾸며 건강보험 진찰료를 청구하는 방식으로 2억9천200만원을 받아 챙겼습니다.

-. B의료기관은 진료하지도 않은 환자를 진료했다고 속이는 등의 수법으로 8천100만원을 부당 수령했다죠?

=. 이에 대해 국회예산정책처는 "인구 고령화와 노인 의료비 급증으로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며 "건보재정의 누수방지 차원에서 현지조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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