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86위 중국에 덜미를 잡히면서 한국 축구 대표팀(랭킹 40위)의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진출 도전에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태극전사를 이끄는 울리 슈틸리케(63·독일) 감독의 '무색무취' 전술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 한국은 23일 중국 창사의 허룽스타디움에서 열린 중국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A조 6차전에서 세트피스 한 방에 무너지며 0-1로 패했다면서요?

=. 이날 패배로 한국은 3승1무2패(승점 10)를 기록, 선두 이란(4승2무·승점 14)에 승점 4차 뒤진 조 2위를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3위 우즈베키스탄(승점 9)과 4위 시리아(승점 8)와 승점 차도 1~2점밖에 되지 않아 오는 28일 시리아와 조별리그 7차전 결과에 따라 순위가 대폭 추락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습니다.

-. 무엇보다 팬들은 FIFA 랭킹에서도 무려 46계단이나 떨어지고 역대 전적에서도 단 1패밖에 없었던 중국에 한국이 무기력하게 쓰러지는 모습에 화가 났다죠?

=. 중국은 세계적인 명장 마르첼로 리피(이탈리아) 감독을 사령탑으로 데려오면서 변화를 추구했습니다.

이탈리아 축구의 '카데나치오'(빗장수비)를 짧은 순간에 이식한 듯 수비진은 견고했습니다. 여기에 빠른 역습과 세트피스 능력치까지 끌어올리면서 지난해 9월 최종예선 1차전에서 보여줬던 모습과는 큰 차이를 보여줬습니다.

-. 하지만 정작 태극전사들은 달라진 게 없었다면서요?

=. 판에 박힌 4-2-3-1 전술에 '측면 크로스에 의한 골 결정'이라는 단순한 전술이 되풀이됐습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중국전을 앞두고 "변화된 중국팀을 분석했고, 잘 알고 있다. 중국의 강한 압박에 잘 대응할 수 있도록 정신적으로도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 중국 원정에 나설 대표선수 명단을 발표할 때부터 슈틸리케 감독의 선발원칙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들끓었다죠?

=. 부임 초기 '소속팀 출전 우선'이라는 원칙을 내세웠지만, 점차 희석됐습니다. 소속팀에서 제대로 기회를 못 잡는 유럽파 선수들에게 기회가 자주 돌아갔고, 중국 슈퍼리그 무대에서 뛰는 선수들 역시 '프리패스'를 받은 듯 당연히 승선했습니다.

결국, K리그 무대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는 선수들에게는 불이익이 돌아가고 있다는 팬들의 지적까지 나왔습니다.

-. 선발원칙이 흔들린 것도 아쉽지만, 슈틸리케 감독의 '축구 색깔'이 어떤 것인지 팬들은 물론 축구 전문가들도 감을 잡지 못하는 게 더 큰 문제라면서요?

=. 슈틸리케 감독은 꾸준히 4-2-3-1 전술을 바탕으로 모든 경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측면 돌파에 이은 크로스'는 상대의 강한 압박에 힘을 쓰지 못했고, 세트피스의 날카로움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수비가 견고한 것도, 중원이 튼튼한 것도 아닙니다. 상대에 따라 다양한 방법의 공격을 시도하는 전술적 변화도 느끼기 어렵다. 말 그대로 '무색무취 전술'입니다.

박문성 SBS 축구해설위원은 "자기 선수들의 특징을 잘 파악해서 우리만의 축구를 하는 것도 좋지만 중요한 것은 상대 팀에 따른 전술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특히 "매번 지지부진한 경기 내용이 반복되는 것도 심각한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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