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CMN/이지폴뉴스】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권오승)가 아모레퍼시픽, 엘지생활건강 등 국내 화장품업계를 선도하는 2개 업체에 대해 ‘무늬만 방문판매업체’라 단정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태료를 부과함에 따라 그 파장이 화장품업계 전반에 걸쳐 급속도로 파급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달 14일 제21회 전원회의를 열고 웅진코웨이, 아모레퍼시픽, 엘지생활건강, 대교 등 대표적인 방문판매업체에 대해 실질적으로는 다단계판매 행위를 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미등록 다단계판매 영업행위로 간주한 것.

누구를 위한 공정위인가

공정위가 지난달 14일의 제21회 전원회의 심결내용을 같은달 20일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방문판매를 가장한 다단계판매(소위 ’무늬만 방문판매‘)가 성행한다는 지적에 따라 방문판매업체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조사를 전국 232개 시․군․구와 합동으로 실시(2007.2.26~5.11)했으며 시군구는 총 828개 업체를 조사하여 이미 242개 업체에 대해서는 시정권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매출액 기준으로 규모가 큰 총 20개 업체중 나머지 16개 업체에 대해서도 금번 회의 결과를 감안하여 소회의(9월 14일 예정)를 통해 시정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혀 공정위 시각에서 보는 ‘무늬만 방판업체’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는 실정이다.

화장품업소 중에서는 코리아나, 한국, 한불, 나드리, 소망, 마임, 유니베라등 개업체가 해당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국내 상위 10대 화장품회사 가운데 대다수 업체가 무더기로 법을 위반한 부도덕한 회사로 내몰릴 상황에 처했을 뿐 아니라 기업 이미지 실추로 소비자로 외면당해 고사될 위기에 봉착한 셈이다.

이들 업체의 방판법 위반 논의에 앞서 경제 핵심부처인 공정위가 누구를 위해 ‘칼’을 빼들었는지에 대해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공정위 조사를 받은 화장품업체들은 방판이란 판매방식과 관련하여 소비자로부터 불만이나 피해사례를 야기한 케이스가 거의 없으며 이들 7개사 모두 제조와 판매를 겸하는 기업이어서 소비자 피해사례가 있어도 PL법으로 완벽하게 소비자 피해를 보장하고 있다.

지난 5일로 창립 62주년을 맞은 아모레퍼시픽만 해도 방판업력이 50년이상되며 90년대부터는 쓰던 화장품도 소비자가 원하면 바꿔준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무한책임주의를 선포하고 소비자 보호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는 기업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화장품은 이미지를 중시하는 산업이어서 소비자로부터 외면받은면 기업 존립 자체를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소비자로부터 클레임이 제기되면 업체별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전방위로 대응하는게 현실이다.

공정위는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업계 전체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방판업체의 시장방어력 인정해야

아모레와 엘지를 비롯 코리아나, 한국 등은 백화점에 입점한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는 국내 대표적인 화장품 기업이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백화점 경로는 수입화장품에 밀려 외산 일색으로 도배했으나 80년대발부터 위축됐던 아모레의 방판이 활기를 보인 96년이후 백화점시장에서도 국산 화장품의 점유비는 증대하기 시작했다.

이어 LG의 프리미엄 전략이 주효하면서 이제는 아모레와 LG가 세계적인 화장품 브랜드를 밀어내고 백화점에서 상위 1,2위를 석권하는 등 국산화장품의 위상을 제고하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더욱이 방판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코리아나와 한국까지 백화점 시장에서 혜성으로 등장, 국내 시장을 방어하는데 일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외국기업들이 진입하기 어려운 방판시장에서 이들 업체들이 선전한 결과에 크게 힘입은 것이며 백화점-방판이 상호 시너지 작용으로 국산 화장품의 자존심을 지켰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판매원 증대가 방판의 생명력

방판이란 유통구조의 생리상 판매원 증모가 지속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도태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판매원수와 매출은 비례할 뿐 아니라 마켓쉐어를 확대, 유지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방판법이 제정되기 이전에도 기업간에 판매원 증모를 위한 전사적 캠페인을 경쟁적으로 전개했으며 대리점에서도 판매원 신규 모집에 사활을 걸었던게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판매원 증모에 기여한 자에 대한 금전적 성격의 보상이나 혜택이 각 대리점마다 정한 일정 룰에 의해 주어졌으면 물론이다. 다만 컴퓨터 등 IT산업의 첨단을 걷고 있는 우리나라의 기업들이 이를 체계화하여 시행한 것이 다단계 판매업소로 오인케 한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공정위가 유제품을 루트 세일하는 모 업소의 사례를 들며 화장품 방판업체에 이 같은 방식을 따르라는 것은 업계 속성을 모르는데 따른 일종의 독선이며 탁상행정의 대표적 사례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유제품 대리점에서도 판매사원 증모에 기여하면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따라서 판매원 증모에 기여한 조직원에 대해 인센티브를 주는 것을 다단계의 한 단계로 간주한다면 방판을 접으라는 것과 일맥상통한다는 지적이다.

공정위는 왜? 갑자기 나섰나

정관계 실세까지 연루되어 주수도 게이트로 비화된 JU그룹의 사기 다단계 판매사건이 사회에 엄청난 재앙을 초래한 것이 발단이 되어 이미 국회에서 방판법 개정에 불을 댕겼고 이 사건으로 인해 곤란한 처지에 놓인 공정위가 조직보호와 면피(?)용으로 조사에 나섰다는 의구심을 받고 있다.

공정위의 이번 조사는 지난해 방판법 제2조 제5호 규정한 다단계판매조직의 의미에 대해 대법원이 판시한 내용이 법리적 근거를 제공해서 이뤄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른바 ‘황삼나라’ 판례로 알려진 대법원 판례는 “상품 판매 및 판매원 가입유치 권유과정이 3단계 이상 단계적․누적적으로 반복된 이상 판매조직의 후원수당 지급방식이 하위판매원의 판매실적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정해져 있다고 해도 다단계판매조직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적시했다.

하지만 방판업 신고를 하고 실질적으론 다단계판매를 한 황삼나라의 경우와는 다르다는 것. 국내 화장품 방판업체의 한 관계자는 “다단계판매는 소매이익과 후원수당이 동시에 존재해야 하는데 화장품업체들은 그렇지 않으며 육성장려금을 준다는 이유로 다단계판매로 규정할 수 없다”는 것. 이어 그는 “판매원의 단계가 무한 하방확장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다단계판매 요건에도 충족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공정위 입장에서는 JU로 인해 불법 다단계를 포함, 방판업 전반에 걸쳐 대대적으로 손을 봐야 하는 급박한 상황에 봉착했고 더구나 지난해의 대법원 판례라는 우군(?)에 기대 경제상황은 고려치 않고 보신주의에만 급급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일자리 창출이 복지행정의 요체

아모레퍼시픽 등 화장품 방판종사자(다단계 제외)만 최소 10만병에 이르는 현실에서 독립사업자들인 이들이 길거리에 내몰릴 경우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핵폭탄에 버금갈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공정위 조치로 방판원들이 동요하고 있어 매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을 뿐 아니라 사기저하까지 겹쳐 판매원 증모가 아니라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다는 것.

더구나 한미FTA가 타결된데 이어 한EU FTA 협상이 진행중이어서 국제경쟁력 제고가 시급한 화장품업계 입징에서는 진퇴양란의 총체적 위기에 빠진 상황.

코리아나의 경우 직판 시스템이란 독창적인 방판기법을 도입, 마케팅학회에서도 대표적 성공사례로 평가할 뿐 아니라 연구 케이스 사례로 선정되는 등 주목받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이 회사는 유휴 여성인력의 활용을 통해 국가경제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자긍심에도 먹칠을 가할지 모르는 이번 사태로 침울해 하고 있다.

국내 화장품 방판업체들은 이번 공정위 사태가 원만하게 수습되지 않을 경우 기업 존립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사태 추이를 예의주지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지폴뉴스]   CMN 정내철기자   jysim@cm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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