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부터 지난달 말까지 이어진 지독한 가뭄에 마음을 졸였던 충북지역 농민들이 변덕스러운 날씨에 두 번이나 울었습니다.
-. 17일 청주기상지청에 따르면 올 1∼6월 충북 평균 강수량은 218㎜로 평년(422㎜)의 52% 수준에 불과하다면서요?
=.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자 농민들은 애지중지 키우던 밭작물이 메말라 비틀어질까 노심초사하며 물을 길어 날랐습니다.
농민들의 노력에도 워낙 물이 부족해 수확한 감자는 씨알이 작았고, 수확량도 줄어들었습니다. 봄에 파종한 옥수수며 고추도 작황이 나빠 들녘마다 농민들의 한숨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농민들은 어떻게라도 애지중지 키운 농작물이 제대로 자랄 수 있도록 사력을 다해 가뭄과 싸웠습니다.
-. 하지만 이런 지극 정성이 전날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됐다죠?
=. 지난 16일 290㎜의 강수량을 기록한 청주를 비롯해 중부권에 쏟아진 폭우로 농경지가 순식간에 폐허로 변했기 때문입니다.
농민들은 황무지로 변한 농경지를 보고 망연자실했습니다. 이날 내린 기습폭우로 충북 보은군 내북면 이모(60)씨의 고추·담배밭이 쑥대밭으로 변했으며, 갑자기 쏟아진 '물 폭탄'이 비탈진 곳에 있던 이씨의 농경지를 매섭게 할퀴고 지나갔습니다. 농작물은 온통 진흙을 뒤집어썼고, 온전한 것이라곤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 보은군과 맞닿은 청주시 미원면 일대, 청주시 무심천변 일원 비닐하우스도 사정은 마찬가지라죠?
=. 비닐하우스는 불어난 물에 겨우 목만 내놓았고, 활처럼 휘어지기도 했습니다. 저지대에 있던 비닐하우스 피해가 더욱 컸습니다.
농민들이 가뭄을 이겨내고 힘겹게 모내기했던 농경지는 거대한 호수로 변했습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극심한 가뭄을 걱정했던 농민들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비가 내렸기 때문입니다.
-. 더구나 청주에는 시간당 90㎜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 도심 기능이 마비되기도 했다고요?
=. 네, 피해가 청주와 증평 등 충북 중부지역에 집중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본격적인 확인 작업이 이뤄지면 시설작물의 피해 면적은 더욱 늘 것으로 보입니다.
이달 들어 도내에서 비로 눈물을 흘린 것은 이번이 두 번째인데, 지난 11일에는 진천군 덕산면 신척리 일대에 큰 비가 내려 이 일대 수박 재배농민들이 큰 피해를 봤습니다.
-. 수확을 불과 나흘 앞두고 내린 장대비로 자식처럼 키운 수박을 모두 잃었다죠?
=. 그렇습니다. 이와 관련 충북도의 한 관계자는 "시설 작물의 경우 워낙 피해가 커 현재 키우고 있는 작물을 모두 뽑아내고 다른 작물을 파종하는 상황까지 올 수 있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