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단체 지원사업 절반 이상이 탈북단체·행사와 대북방송 지원

박근혜 정부 집권기간 동안 방송문화진흥회가 ‘탈북단체진흥회’를 방불케 하는 활동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민의당 최명길 의원(서울 송파을)이 방문진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방문진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사회공헌활동’ 명목으로 모두 7억3천만원의 예산을 지출했습니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4억원이 탈북민 단체나 관련 행사 그리고 대북방송 관련 사업에 사용됐습니다. 

방문진이 이 같은 사업을 추진한 중심에는 뉴라이트 학자이자 3연임을 한 김광동 이사가 있었던 것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김광동 이사는 방문진의 사회공헌사업의 방향을 탈북단체와 대북방송지원 쪽으로 옮기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이에 대한 소수 이사들의 반대를 무마하는데도 앞장섰습니다.

2013년에는 11개 사업 중 6개 사업에 4600만원, 2014년에는 12개 사업 중 5개 사업에 5000만원, 2015년에는 10개 사업 중 3개 사업에 3000만원을 썼고, 대북방송지원사업이 시작된 2016년에는 16개 사업 중 9개 사업에 1억4600만원을, 2017년에는 17개 사업 중 9개 사업에 1억2637만원을 각각 썼다.

방문진의 지원을 받은 단체를 살펴보면, 탈북한 여성예술인들로 구성된 ‘평양예술단’이 4회에 걸쳐 4000만원을 지원받았고, ‘좋은씨앗’이라는 탈북청소년교육단체와 ‘우리들의 성장 이야기’라는 탈북청소년지원단체가 각각 3회에 걸쳐 3200만원과 2800만원을 지원받았습니다. 

가장 많은 액수를 지원받은 곳은 대북 단파방송을 하는 ‘통일미디어’라는 단체로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4037만원을 지원받았습니다.

이밖에 ‘북한민주화위원회’, ‘숭의동지회’, ‘탈북자동지회’, ‘자유통일문화원’, ‘통일을 준비하는 탈북자협회’ 등 탈북민 관련 단체들도 <북한이탈주민 통일문화축제>, <한민족 통일 축제>, <양로원 봉양 문화예술공연>, <통일 토크콘서트> 등의 문화행사를 한다는 명목으로 방문진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탈북민 관련 지원사업 외 방문진의 사회공헌활동은 장애인, 저소득층, 이주민 등을 대상으로 한 ‘소외계층 문화예술행사 지원사업’으로 2011년에 신설되었습니다. 

방문진은 2013년부터는 아예 ‘탈북민 관련 사업’ 분야를 따로 신설해 지원에 나섰습니다. 

특히 2016년에는 ‘북한주민 방송시청 확대지원사업’까지 새로 만들어 더 많은 예산을 집행했습니다. 

애초 계획에 없던 이 사업의 추경 승인건은 김광동 이사가 앞장서 제출했고 구여권 이사들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였습니다. 

2016년 국정감사에서 최명길 의원은 김광동·권혁철 이사 등의 경우 지원대상에 선정된 단체와 특수관계라는 점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방문진은 ‘방송문화진흥회법’에 따라 “MBC의 공적 책임을 실현하고, 민주적이며 공정하고 건전한 방송문화의 진흥과 공공복지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설립됐습니다.

따라서 탈북민을 비롯한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사업을 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집권한 2013년에 갑자기 탈북민 관련 사업을 대폭 신설하면서 오랫동안 방문진이 해왔던 ‘시청자단체 지원사업’은 영영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원래 방송 관련 기관인 방문진이 가장 주력했던 외부 단체 지원사업은 ‘시청자단체 지원사업’이었습니다. 

각종 방송 모니터링, 미디어교육, 미디어정책연구 등에 대한 ‘시청자단체 지원사업’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 때도 2011년까지는 꾸준히 이어졌습니다. 

2008년에 11건의 사업에 1억1000만원, 2009년에 10건의 사업에 9500만원, 2010년에 5건의 사업에 4800만원, 2011년에 8건의 사업에 7300만원의 예산을 지원했습니다. 이러한 방문진의 시청자단체 지원사업은 시민미디어활동 활성화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해온 것으로 평가받았습니다. 

하지만 방문진은 구여권 추천 이사 체제가 공고화된 이후 ‘시청자단체 지원사업’을 폐지했습니다. 

한편 방문진은 2016년에 ‘소외계층 문화예술행사 지원사업’ 예산으로 ‘차세대문화인연대’라는 단체의 <나를 사랑한 달>이라는 퍼포먼스 공연에 1000만원을 지원했습니다. 

하지만 이 공연은 소외계층과는 전혀 상관이 없었습니다. 드론 등을 활용한 이 공연은 ‘창가문답 프로젝트’를 내세웠는데, ‘창가문답’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6년 1월 문화체육관광부 업무보고 때 “창조경제의 가시화는 문화에 답이 있다”고 말하며 앞 글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였다. 

특히 차세대문화인연대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재판 과정에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지시로 영화 <다이빙벨> 상영을 방해하는 성명을 낸 단체로 확인됐으며, 이 단체 대표는 방문진 이사를 지낸 최홍재씨의 친동생이기도 했습니다. 

최명길 의원은 “2012년 이후 방문진에서 ‘시청자단체 지원사업’은 사라지고, 대신 탈북민 관련 지원사업과 대북방송 지원사업이 신설된 것은 극우보수성향의 인물들이 방문진 이사의 다수를 차지하게 된 것과 무관하다 보기 힘들 것”이라며 “국정감사는 물론 방통위의 방문진 검사감독과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방문진의 설립목적에 맞지 않는 사업들이 왜 이뤄졌는지 내막이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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