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지역 봉사단체 외면받거나 축소 불가피"

국회 보건복지위원 소속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서울 성북을)은 27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국정감사에서 "기부금을 많이 받는 단체는 정해져 있어‘富益富 貧益貧’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지역 사회에서 다양한 형태로 봉사하고 있는 단체들과 복지대상들에 대한 지원은 상대적으로 외면당하거나 축소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주요 배분 사업은 신청 사업, 기획 사업, 긴급지원사업, 지정기탁사업 등으로 나뉩니다.
 
신청 사업은 공동모금회 지회에서 시행하며 자유주제 공모형태로 복지사업을 신청 받아 배분합니다. 

기획 사업은 모금회가 그 주제를 정하여 배분하는 사업 또는 배분대상자로부터 제안된 내용 중에서 선정하는 경우로 공동모금회의 능동적인 배분 사업이 가능한 영역입니다. 

또 하나 긴급지원사업은 재난구호 및 긴급구호, 저소득층 응급지원 등 긴급 지원이 필요한 경우에 모금액을 배분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지정기탁은 기부자가 기부금품의 배분지역·배분대상자 또는 사용 용도를 지정하는 기부 형태입니다. 

물론 지정기탁 역시 공동모금회의 심의절차를 거치긴 하나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지만 거의 대부분 기부자가 원하는 곳으로 기부금이 가게 됩니다. 

때문에 기업들이 많이 참여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사회공헌활동과 함께 세제혜택까지 받을 수 있는 좋은 PR전략이기도 하고 기업을 운영하면서 관련 단체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기 때문입니다. 

기업의 다양한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기부문화와 복지 수준을 높여나가는 건 바람직한 일입니다. 

하지만 기업의 의사가 전적으로 관철되는 지정기부금 제도는 태생적 한계로 인해 명과 암이 명확히 확연합니다. 문제점과 적극적 대안 모색이 시급합니다.

기업들의 지정기부금에 의존하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2013년 5,668억을 모금했습니다. 2014년에는 5,833억원, 2015년 5,227억원, 2016년 5,742억원, 2017년은 8월까지 1,953억원이 모금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중 일반모금은 2013년 2,073억원으로 전체 모금액의 36.6%입니다. 2014년에는 1,753억원으로 30.1%, 2015년 1,658억원 31.7%, 2016년 1,864억원 32.5%, 2017년 8월까지 607억원 31.1%로 전체 모금액 중 1/3 수준을 못 넘고 있습니다. 

반면, 기업의 지정기탁액은 전체 모금액에서 70%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2013년 3,595억원 63.4%, 2014년 4,080억원 69.9%, 2015년에는 3,569억원 68.3%, 2016년 3,877억원 67.5%, 2017년 8월까지 1,345억원 68.9%로 일반모금액에 비해 두 배 이상 많이 걷히는 상황이다(표1 참조). 

표1 2013~2017 지정기탁 모금액 현황

 

일반모금

지정기탁모금

금액

비율(%)

금액

비율(%)

2013년

5,668억원

2,073억원

36.6%

3,595억원

63.4%

2014년

583,3억원

1,753억원

30.1%

4,080억원

69.9%

2015년

5,227억원

1,658억원

31.7%

3,569억원

68.3%

2016년

5,742억원

1,864억원

32.5%

3,878억원

67.5%

2017년 (2017.1~8)

1,953억원

607억원

31.1%

1,346억원

68.9%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 지정기탁 대규모·공공기관 쏠림 현상

기업의 지정기탁금은 대부분 큰 단체, 공공기관에 집중됩니다. 

2013년 이후 10억원 이상의 지정기탁금을 받은 단체를 보면 2013년 16개, 2014년 12개, 2015년 14개, 2016년 17개 단체입니다. 

특히 대한적십자사,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푸르니보육지원재단, 월드투게더, 함께공감하는세상 등의 단체는 매년 10억원 이상의 지정기탁금을 받았습니다.(표2 참조) 

표2 2013~2016 10억원 이상 지정기탁금 배분단체 현황

 

단체명

2013년

한국에너지재단/ 서울특별시어린이병원/ 대한적십자사

(복지)한국사회복지협의회/ 푸르니보육지원재단/ 중앙자활센터/ 월드투게더

함께공감하는세상/ (사)한국해비타트/ 드림투게더/지역아동센터중앙지원단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 한국아동복지협회/ 나눔국민운동본부

부스러기사랑나눔회/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16개 단체

2014년

대한적십자사/ 서울특별시어린이병원/ 푸르니보육지원재단

(복지)한국사회복지협의회/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사회복지법인월드비전

한국메세나협회/ 월드투게더/ 지역아동센터중앙지원단/ 함께공감하는세상

드림투게더/ 한국사회복지관협회

12개 단체

2015년

(복지)한국사회복지협의회/ 대한적십자사/ 푸르니보육지원재단

서울특별시어린이병원/ 어린이재단/ 사회복지법인 밀알복지재단/ 월드투게더

(사)한국해비타트/ 한국지역자활센터협회/한국생활안전연합

함께공감하는세상/ 사회복지법인월드비전/ 사회복지법인기아대책

중앙자활센터

14개 단체

2016년

대한적십자사/ 푸르니보육지원재단/ (복지)한국사회복지협의회

재단법인스마트교통복지재단/ 사회복지법인 밀알복지재단

어린이재단서울남부지역본부/ 중앙자활센터/ 대구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월드투게더/ 사단법인함께공감하는세상

사회복지법인기아대책/ 한국메세나협회/ 한국아동복지협회/ 한국에너지재단

(사)한국해비타트/ 한국사회복지관협회

17개 단체

 

지난 4년간 지정기탁금을 가장 많이 받은 단체는 적십자로 총 317억원을 받았습니다. 

그 뒤를 이어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256억원을 받았고 그 다음으로는 푸르니보육지원재단, 서울특별시 어린이병원, 한국에너지재단이 뒤를 잇고 있습니다.

물론 특수목적으로 설립된 서울시 어린이병원의 경우는 예외로 볼 수 있지만, 적십자나 사회복지협의회 등은 탄탄한 회원 구조를 가지고 있거나 대규모 공공기관에 속합니다. 

대기업이나 기업집단이 공공기관이나 대규모 단체를 선호하면서 상대적으로 열악하고 소외된 소규모 단체나 활동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지정기탁 제도의 어두운 측면 중 하나라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지정기탁 제도가 주로 재벌이나 대기업집단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13년~2016년 주요 재벌기업이나 대기업들의 지정기탁 현황을 보면 지난 삼성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해마다 200억원 이상 4년 간 총 904억원을 지정기탁했습니다. 뒤를 이어 현대가 482억원, SK 229억원, LG 216억원, 포스코 135억원, 롯데 81억원, 한화 49억원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표3 2013~2016 지정기탁금 상위 5개 기관 현황

배분대상

2013

2014

2015

2016

총합계

대한적십자사

64억원

89억원

73억원

91억원

317억원

한국사회복지협의회

62억원

44억원

90억원

60억원

256억원

푸르니보육지원재단

57억원

44억원

73억원

61억원

235억원

서울특별시어린이병원

70억원

70억원

60억원

- 

200억원

한국에너지재단

79억원

1억8천만원

1억원

11억원

92억원

지정기탁 제도가 주로 재벌가나 대기업집단에 의존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히 안전한 기부를 선호할 수밖에 없고, 여러 가지 정치사회적 고려사항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습니다. 

이로 인해 규모가 큰 단체나 공공기관 위주로 지정기탁이 많이 이뤄지게 됩니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기업의 지정기탁이 기부의 활성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나 기부금의 효율적 활용과 효과성 측면에선 긍정적으로만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입니다. 

표4 2013~2016 주요 대기업군 지정기탁 현황

 

 

2013년

2014년

2015년

2016년

범 삼성

218억원

227억원

258억원

201억원

904억원

범 현대

103억원

105억원

147억원

127억원

482억원

범 SK

62억원

61억원

70억원

37억원

229억원

범 LG

57억원

48억원

50억원

61억원

217억원

포스코

42억원

39억원

28억원

26억원

135억원

롯데

22억원

14억원

17억원

28억원

81억원

한화

2억원

19억원

14억원

14억원

49억원

506억원

513억원

584억원

494억원

2,097억원

지정기탁의 어두운 그늘, 삼성의 지정기탁금 어버이연합 관련 단체로

① 삼성, 어버이연합 관련 단체에 3억원 지정기탁
삼성은 2013년, 2014년 각 1억원씩, 2015년, 2016년에는 각 5천만원씩 총 3억원을 박〇〇씨가 대표자로 있는 사랑의실천국민운동본부에 지정 기탁했습니다. 해당 단체 대표자로 있는 박〇〇씨는 2016년 4월 26일 모 일간지 단독보도에서 어버이연합 관련 단체로 지목되기도 했고, 어버이연합 고문으로 활동했던 것으로 의심받았던 사람입니다. 

당시 박씨는 해당 의혹을 부인했지만, 삼성의 지정기탁금이 왜 이 단체로 가게 됐는지는 여전히 의문점으로 남아 있습니다. 

② 공공기관, 대규모 단체를 선호하는 대기업 지정기탁
2016년 단일 규모로 가장 큰 액수의 지정기탁은 삼성으로부터 40억을 배분받은 재단법인 스마트교통복지재단입니다. 적십자도 삼성으로부터 9번에 걸쳐 50억을 기부 받았습니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수십 개의 기업으로부터 연간 총 54억3천만원의 지정기탁금을 받았으며 사회복지관협회, 사회복지사협회 등 회원조직이 탄탄하고 공공적 성격의 단체들에게 기업들의 지정기탁이 몰리고 있습니다. 

물론 이들 단체들을 통한 복지사업이 전개되곤 있지만, 이들 단체와 관련없이 지역 사회에서 다양한 형태로 봉사하고 있는 단체들과 복지대상들에 대한 지원은 상대적으로 외면당하거나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③ 현대자동차, 녹색교통운동 후원
기업 영리활동에 민감한 영향을 끼치는 시민단체를 후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매년 녹색교통운동이라는 시민단체에 후원을 하고 있습니다. 해당 단체는 노후경유차에 대한 비판과 대안을 꾸준히 제시하고 있는 단체로 자동차 생산업체로선 껄끄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이 단체가 현대의 후원을 받으므로 활동에 영향을 받는다고는 볼 수 없지만 반대로 영향받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지정기탁 제도는 기업의 기부활동 참여와 민간 사회복지 자원을 넓히는 차원에서 소홀히 할 수 없는 분야입니다. 

하지만 지정기탁 제도가 기부자인 기업의 성향과 목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때때로 부정적인 사례들이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국민의정부 당시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결성되면서 우리 사회는 기부문화의 전기를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모금활동 부분에 있어선 여전히 기업 의존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이제는 정부와 기업, 사회복지계, 시민사회가 머리를 맞대 지정기탁 제도를 좀 더 바람직하게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때가 됐습니다. 

간간히 나타나는 부정적 사례들로 인해 국민의 참여가 저조해지거나, 이로 인해 좋은 취지로 기부하는 기업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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