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달 들어 재건축 연한 및 안전진단 강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예상 부담금 공개 등 연일 강남 재건축을 겨낭한 발언을 쏟아내면서 강남 재건축 추진 단지의 거래가 중단되는 등 매수·매도자들이 눈치보기에 들어갔습니다.

-. 과열이 계속되면 언제든지 규제를 강화하고, 재건축 '부담금 폭탄'이 떨어질 것이라는 잇단 경고에 일부 재건축 단지들에는 호가가 2천만∼1억원씩 떨어진 매물이 나오고 있다고요?

=. 반면 용산구 한남뉴타운·동작구 흑석뉴타운 등 재건축 규제와 무관한 재개발 단지나 기존 아파트 등에는 지난주 매수 문의가 늘고, 매물은 자취를 감추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정부가 강남 집값 잡기에 올인하고 있는 사이 시중의 유동자금은 규제를 피한 비강남권의 유망지역으로 몰려가는 분위기입니다. 지난 21일 정부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예상 부담금을 전격 공개한 이후 강남 재건축 단지들은 거래가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부담금 계산 방법과 산출 금액 등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자칫 재건축 부담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생각에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선 것입니다.

-. 이 때문에 28일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0.43% 올라 전주(0.53%)보다 상승폭이 둔화한 것으로 조사됐다죠?

=. 주로 초과이익부담금 부과 대상인 사업 초기 단계의 재건축 단지들 중심으로 매도 호가를 낮춘 매물이 나오고 있습니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의 경우 전용면적 84㎡ 남짓의 115㎡ 안팎의 주택형들이 26억∼26억5천만원을 호가했으나 지난주 1억원가량 낮춘 25억원에 매물이 등장했습니다.

-.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도 호가가 2천만∼3천만원 정도 떨어진 매물이 등장했다면서요?

=.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정부가 계속 몰아붙이니 일단 시장이 조용해졌다"며 "이 아파트 최고 18억원을 호가했던 101㎡의 경우 17억8천만원에 매물이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도 매수세가 주춤하다는 것이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입니다. 특히 주공5단지내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부가 밝힌 초과이익환수 부담금이 과장돼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매수자들은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기대하며 일단은 관망하고 있다"며 "다만 국제현상공모 설계 당선작 발표, 건축심의 신청 등 호재가 있어서 이런 분위기가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 서초구 반포동 일대는 재건축 부담금 부과 대상인 반포 3주구는 물론 지난 연말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해갈 단지들 조차 매수 문의가 끊겼다죠?

=. 25일부터 반포 주공1단지 1, 2, 4주구나 경남3차 등 재건축 장기 보유자(10년 보유, 5년 거주)의 매물이 풀렸지만 시세보다 최고 1억원가량 싼 매물도 팔리지 않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입니다.

반포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장기 보유자 매물도 이미 이달 초 계약이 상당수 이뤄졌고 25일 이후 잔금만 정산하면 되는 상황이어서 막상 25일 이후로는 거래가 활발하지 않다"며 "규제를 피한 단지들도 매수자들이 가격이 내리길 기다리는지 일단 지켜보자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파크리오 등 기존 아파트 단지나 재건축 연한 규제의 영향을 받는 올림픽 훼밀리아파트, 올림픽 선수·기자촌 아파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등지도 매수·매도자 모두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입니다.

-. 반면 초과이익환수를 피한 일부 재건축 단지에는 매수 문의가 늘었다면서요?

=. 현재 이주가 막바지에 달한 강동구 둔촌 주공아파트의 경우 이달 들어 호가가 더욱 가파르게 상승하는 분위기입니다. 둔촌 주공 4단지 112㎡는 최근 14억5만원에 팔렸는데 현재 최고가 매물이 15억3천만원에 나와 있습니다.

특히 둔촌 주공의 경우 한달 전에 비해 무려 2억∼3억원 가까이 시세가 급등하면서 일부 해약 사태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며, 다음달께 관리처분인가를 앞두고 있는 강남구 개포 주공1단지에도 매수문의가 늘었습니다. 주공1단지 중개업소 사장은 "거래가 많진 않은데 매물이 귀하다보니 한 집이 팔리면 금액이 1천만원씩 뛴다"고 말했습니다.

-. 정부의 강남 재건축 규제는 강북 재개발 단지의 풍선효과로 나타나고 있다죠?

=. 그렇습니다. 용산구 한남뉴타운의 기존 주택도 한 달 전보다 5천만원 올랐으나 매물이 없습니다.

동작구 흑석뉴타운도 매물이 씨가 말랐으며, 현재 이주가 진행중인 흑석뉴타운 3구역의 경우 조합원 지분 가격이 한달 새 7천만∼8천만원 올랐습니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용 84㎡의 일반 분양권 시세도 13억원을 찍었다"며 "재건축 규제를 피해 이쪽으로 계속 넘어오는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 강북 인기지역의 일반아파트도 마찬가지라면서요?

=. 용산구 한강로2가 벽산메가트리움 전용 84㎡는 지난달 7억8천만∼7억9천만원 하던 것이 현재 호가가 9억원으로 뛰었지만 매물이 없습니다. 또한 성동구 옥수동 미래옥수파크힐스 전용 59㎡도 작년 말보다 5천만원 오른 9억3만원에 팔렸습니다.

마포구 아현동 래미안푸르지오 112㎡는 현재 12억원에도 매물이 안 나옵니다. 작년 말보다 1억5천만원 뛴 금액입니다.

-. 전문가들은 시중에 풀려 있는 과도한 유동성이 풍선효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한다죠?

=. 네, 한국자산관리연구원 고종완 원장은 "강남 재건축이 어렵게 된다고 하니 주택 공급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규제가 없는 지역과 상품으로 시중의 막대한 유동자금이 몰려다니는 것"이라며 "강남 집값 잡으려다 강북 집값 올리면 정작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더욱 갈 곳이 없어진다. 당장의 응급처방보다 장기적 안목에서 내다보는 균형잡힌 정부 정책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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