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S칼텍스, 車 65만대 수출효과 -
- 정유사 이익 시설고도화에 재투자 -

[석유가스신문/이지폴뉴스]석유협회는 정유사들의 이익대변단체다.
대한석유협회 김생기 회장

여기서 ‘이익’이라는 것은 더 많은 돈을 버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정유업계에 대한 세간의 편견을 바로 잡고 오해를 풀어 내는 역할이 때로는 더욱 중요하다.

석유협회 수장(首長)인 김생기 회장의 역할이 바로 그런 것들인데 때로는 곤혹스러울 때도 적지 않다.

정유사들이 기름값 담합이나 폭리를 일삼는 부도덕한 기업으로 치부되고 그런 악덕 기업들을 옹호하는 집단이 석유협회라는 일부의 오해 앞에서 그렇다.

사실 정유사들중 한해 1조원이 넘는 순익을 거두는 회사들이 적지 않다.

원유 수입해서 증류탑에 넣고 끓여 낸 석유를 내다 파는 정유사들이 참 많은 돈도 벌어 들인다.

정치권이나 언론계, 정부쪽 지인들 중에서는 김생기 회장에게 ‘석유제품이 연산품이라서 석유를 생산하는 정유사들 조차 제품의 원가개념을 밝혀 내기가 어렵다는데 그 과정에서 장난 치고 떼 돈을 벌고 있다는 것 아니냐’며 슬쩍 운을 떼는 이들도 적지 않다.

담합이든 폭리든 잘못한 일이 있으면 비난받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돈 많이 벌면 지탄받는 풍조에 대해서 김생기 회장은 아쉬움이 크다.

‘정유사들의 사업 구조에 대해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돈을 벌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알 것’이라고 김생기 회장은 말한다.

국내 최대 정유사인 SK에너지는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23조6515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당기 순익도 1조3940억원을 기록했다.

2004년 1조6407억원의 순익을 기록한 이후 매년 1조원대가 훨씬 넘는 이익 규모를 보이고 있다.

고유가가 고착화되면서 정유사들의 이익 구조가 크게 개선되고 있으니 ‘폭리 기업’이라고 충분히 오해 살 만 하다.

그런 오해는 SK에너지가 내수 기업이라는 전제아래서는 가능하다.

하지만 이 회사는 지난해 회사 매출의 48.4%인 11조5000억원을 수출 분야에서 올렸다.

단일 기업으로는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자동차에 이어 4번째 규모다.

지난해 19조1300억원의 매출을 올린 GS칼텍스는 절반에 가까운 9조5256억원의 석유제품을 수출했다.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수출부문에서만 103만대의 자동차를 내다 팔고 15조4956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과 비교하면 GS칼텍스의 석유 수출은 65만여대의 자동차를 수출한 효과에 맞먹는다.

정유사중 시설고도화 비율이 가장 높은 S-OIL은 지난해 회사에서 생산한 제품중 61.5%를 수출했다.

14조5559억원의 매출중 59.6%에 해당되는 8조6754억원을 수출에서 벌어 들였다.

석유협회 김생기 회장은 “세계 최고의 반도체 회사인 삼성전자나 한해 100 만대 이상의 차량을 외국에 내다 파는 현대자동차, 세계 선박 수주 실적 1위인 현대중공업만 수출 효자 기업이 아니다”고 말한다.

수출 비중이 정유사 손익에 얼마나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가를 보여주는 사례를 정유업계 안에서 찾을 수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9조1704억원의 매출중 39% 수준인 3조6295억 어치의 석유를 내다 팔았다.

타 정유사에 비해 수출 비중이 낮은 편인데 같은 기간 이 회사의 영업이익은 1327억원에 그쳤고 순익도 684억원에 머물렀다.

이에 대해 현대오일뱅크는 ‘석유가격중 원유 수입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84~90%에 달하는데다 석유제품의 품질이 동질적이어 정유사간의 경쟁이 제품의 차별화보다는 가격경쟁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레드오션’인 내수 시장에서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한 현대오일뱅크는 수출비중 확대를 위해 시설고도화 사업을 진행중이다.

이 회사는 현재 하루 8만3500배럴에 불과한 시설 고도화비율을 높이기 위해 2011년까지 총 2조원 이상을 투입해 일산 5만2000배럴 규모의 고도화시설을 확충하는 것을 추진중이다.

◆고부가 석유 수출 늘어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97%가 넘는다.

원유는 거의 모든 물량을 외국에서 사온다.

특히 고유가가 고착화되면서 원유 수입물량이 늘어날 수록 국가 무역 수지에 적신호가 켜진다.

정유사 가동율을 낮추라고 국가가 나서 말려야 할 판이다.

그런데도 산업자원부에서 수출입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은 원유 수입이 늘어날 수록 무역수지에 도움이 된다는 엉뚱한(?) 얘기를 늘어 놓는다.

하지만 사실이다.

정유업계는 지난해 사상 최고액인 206억불의 석유제품을 수출했다.

2001년 석유수출액은 77억불에 불과했으니 불과 5년만에 3배 이상 급성장한 셈이다.

금액 기준으로 반도체와 자동차, 무선통신기기, 선박류에 이어 다섯 번째 규모다.

그렇다고 덤핑 수출도 아니다.

수출 정제마진은 해마다 커지고 있다. 정유사들은 원유를 도입해서 정제하고 휘발유나 경유 같은 석유제품을 생산하는데 이들 석유제품의 국제 가격이 높을 수록 수출 마진이 좋아 진다.

지난해 1분기 기준으로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거래되는 휘발유 가격은 같은 시점의 원유 가격에 비해 1배럴당 8.27불이 높았는데 올해 1분기에는 11.71불까지 치솟았다.

원유를 많이 도입하고 휘발유를 뽑아내면 낼 수록 정유사들은 높은 수출 정제마진에 웃는다.

김생기 회장은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수출 전략 기업에 대해서 더 많은 수출을 격려하고 수익성 개선을 환영하는 것처럼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원자재인 원유를 도입해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전환하고 수출하는 정유사들도 격려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고도화 시설은 지상유전

정유사들은 요즘 시설고도화 사업에 한창이다.

시설 고도화란 값싼 벙커-C유를 휘발유나 경유 같은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재 생산하는 작업으로 이른 바 ‘지상 유전’으로 불린다.

현재 국내 정유사들의 중질유 분해시설 규모는 하루 62만8000여 배럴 수준으로 고도화비율은 22.4%를 기록중이다.

76.2%인 미국이나 51.1%인 영국, 38.9%인 일본에 비해서 크게 낮은 편인데 정유사들은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하며 고도화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1조5000 여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NO.2 HOU(Heavy Oil Upgrading. 중질유분해시설) 가동에 들어간 GS칼텍스는 또 다시 3조원을 투입해 NO.3 HOU 건설을 진행중이다.

그간 석유수출을 통해 번 돈을 고도화시설에 다시 투자하는 셈인데 이들 시설들이 본격 가동되면 그만큼 이 회사의 수출 부가가치는 높아지게 된다.

지난해 내수시장 점유율 14.4%에 불과했던 S-OIL이 정유 업계 최고의 수익성을 자랑할 수 있는 것은 관련 업계 최고인 33.3%의 시설 고도화 비율 때문이다.

남들 보다 앞선 1990년대 의욕적으로 고도화시설에 투자했던 덕분인데 당시는 저유가 기조가 뚜렷해 수출 정제마진이 높지 않았고 막대한 투자비를 회수할 길이 막막해 회사가 휘청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 덕에 이제는 생산되는 석유의 60% 이상을 고부가가치로 수출하고 경영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있는데 내수 시장에서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비난을 받고 있다.

시설고도화와 정유업계 수익성간 상호 연관성이 크다.

지난해 기준 B-C유 평균 가격은 원료인 두바이유에 비해서도 배럴당 평균 12.7불이 낮았다.

고도화시설이 없다면 원유 보다 훨씬 값싼 B-C유를 휘발유로 전환시키면서 취할 수 있는 이른 바 크랙(Crack) 마진을 모두 포기할 수 밖에 없다.

SK인천정유가 SK에너지에 인수되면서 1조6000여억원을 투입해 하루 6만배럴 규모의 FCC(Fluid Cytalitic Cracking) 건설 공사를 진행중인 이유다.

“고유가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을 감정적으로 정유사에게 돌리는 단편적인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고유가 위기속에서도 정유사들이 엄청난 이익을 올릴 수 있는데는 유가 변동에 대한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그간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해 시설 고도화에 앞장선 덕분이다. 정유사들은 그렇데 벌어 들인 돈을 또 다시 시설 고도화에 투입하고 있다.

정유사를 정확하게 바라보고 평가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세간의 평가에 대해 김생기 회장은 이렇게 당부하고 있다.

     [이지폴뉴스]   석유가스신문 김신기자   shin@eoilgas.co.kr

석유가스신문 김신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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