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의 기세가 차츰 누그러지고 있지만, 농·수·축산 현장의 여름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한 달 이상 이어진 폭염은 농·어촌 곳곳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해당 지역 경제 기반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 앞으로 예상되는 추가 피해에 대한 우려도 커 경계 태세를 늦출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요?

=. 네, 올여름 들어 전남에서는 지난 16일 현재 모두 15개 시·군 농경지 311.3㏊에서 폭염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단감(95.1㏊)·사과(38.9㏊)·포도(22.1㏊) 등 과수 177.5㏊, 고구마(44.2㏊) 등 밭작물 72.1㏊, 인삼(39.8㏊) 등 특작물 43.5㏊ 등입니다. 단감과 대봉은 지난 4월 냉해로 착과가 신통치 않았는데, 그나마 겨우 맺은 열매들은 햇볕에 데는 일소(日燒) 피해까지 입었습니다.

-. 껍질이 누렇게 변한 채 떨어진 과일들은 출하가 어려워 추석 대목만을 기다리던 농민의 상실감이 이만저만 아니라죠?

=. 그나마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이 감돌고 있지만, 이번에는 심상찮은 가뭄이 농민의 한숨을 깊게 합니다.

그동안 잘 견뎌온 벼 피해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삭을 배는 수잉기(穗孕期)가 되면서 벼는 본격적으로 물이 필요하지만 농업용 저수지가 차츰 바닥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지난 15일 신안 지도(5㏊), 보성 장도(1㏊) 논에서는 올여름 들어 처음으로 고사 피해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 도서 지역에서는 '물 전쟁'이 시작됐으며 내륙에서도 벼의 물 마름 현상이 심해지고 그 면적도 넓어지고 있다고요?

=. 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전남 저수지 저수율은 전국에서 가장 낮은 42.3%를 기록해 충남과 함께 '심각' 단계에 있습니다. 농촌 현장에서는 가뭄이 일주일만 더 지속하면 농작물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는 걱정이 새 나옵니다.

전남도는 영산강 4지구 사업 준공 전이지만 가뭄이 심한 무안(549㏊), 함평(40㏊)에 하루 1만6천t 물을 부분적으로 급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수산 양식장에서는 함평, 장흥 등 모두 6개 어가 돌돔 19만 마리, 넙치 22만1천 마리 등 모두 41만1천 마리가 폐사해 고수온과의 연관성 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 이들 모두 고수온 피해로 판명 난다 해도 최악의 바다 상황에 비춰 보면 우려했던 것보다는 피해가 크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죠?

=. 그렇습니다. 올여름 전남 해역에는 고수온, 해파리, 적조 주의보가 겹쳐 어민들이 삼중고를 겪었습니다. 수온은 최근까지 27∼29.5도를 기록했습니다. 적조 생물이 증식하기 좋은 온도(24∼27도)를 넘어서면서 적조 세력마저 몰아낸 폭염이라는 분석까지 나왔습니다.

득량만을 중심으로 출현한 해파리는 100㎡ 당 평균 8∼12개로 개체 수가 줄었습니다. 득량만에서 주로 잡히는 새우 금어기가 겹쳐 다행히 조업 피해도 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육지보다 서서히 달궈졌다가 서서히 식는 바다의 특성을 고려하면 고수온에 대한 긴장감을 늦출 수는 없습니다.

-. 통상 바다는 기온이 오르고 내리는데 육지와 7∼10일 시차가 있어 9월 초가 가장 수온이 높아진다면서요?

=. 수온이 떨어져 환절기에 접어들면 그동안 면역력이 약해진 양식 생물의 폐사가 발생할 소지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전남도 관계자는 "선별이나 출하를 하려면 가두리를 올려야 하는데 어패류가 수온 차로 스트레스를 받을까 봐 그동안 이런 작업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수온이 안정돼 가두리를 들어 올리면 아래쪽에 폐사해있는 양식 생물 발견량이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 전남에서는 여름 동안 모두 479개 농가에서 82만2천316 마리 가축이 폐사한 것으로 추산됐다죠?

=. 그렇습니다. 축종별로는 닭 70만4천 마리(255 농가), 오리 11만6천 마리(60 농가), 돼지 2천282 마리(157 농가) 등이 폐사했습니다. 더위에 취약한 닭을 중심으로 축사마다 폭염 피해 예방을 위해 분투했지만, 대량 폐사를 막지 못했습니다.

전남도는 축사 폭염 피해 예방을 위해 도 예비비 등 90억원을 투입했으며, 스프링클러, 분무 시설, 환풍기, 쿨링패드 등을 4천880 농가에 지원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늘었던 가축 폐사량은 증가세가 약해졌습니다.

-. 폭염에 이어 가뭄이 걱정인 논·밭, 아직도 식지 않은 바다와 달리 축산 농가들은 더위만 가시면 여름의 악몽을 떨쳐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요?

=. 네, 다만 기온이 떨어지면 출현하는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와의 싸움이 곧 시작됩니다.

전남도는 조만간 600여 농가를 대상으로 권역별 순회 교육에 들어가 AI 방역 대책을 설명하고 발생 위험 지역 등을 대상으로 시행할 사육 휴지기 시행방안도 마련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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