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평양 정상회담으로 다시 돌파구가 열린 비핵화 정국이 단숨에 2차 북미정상회담이 가시화할 만큼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미국이 '올바른 여건'의 충족되기까지 할 일이 있다는 입장을 밝혀 북미간에 어떤 조율이 필요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 남북정상회담 직후 미국 정부는 평양회담의 성공을 축하하며 북미협상 재개를 선언한 데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 개최를 공식화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였다고요?

=. 내주 뉴욕에서 열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고위급 회담과 오스트리아 빈에서 가동할 실무 협상을 통해 그동안 멈춰선 북미 대화도 다시 시동을 걸게 되면서 두 스트롱맨의 2차 대좌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은 21일(현지시간) 폭스뉴스·MS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전 세계를 위해 엄청나게 중요한 이 이슈의 진전을 지속해서 만들어나가기 위해 너무 오래지 않아, 비교적 단시일 내에 두 정상이 다시 만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 이는 지난 19일 김 위원장과 곧 만날 것이라며 2차 정상회담을 시사한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좀더 구체화한 것으로, 비핵화와 체제보장 문제가 복잡하게 얽힌 북한 문제를 풀어내려면 두 최고지도자의 담판이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인 셈이라죠?

=.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인터뷰에서 "여건들이 올바르다는 것을 분명히 하기 위해, 그리고 두 정상이 실질적 진전이 이뤄질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는 걸 분명히 하기 위해선 여전히 할 일이 조금 남아있다"고 말해 정상회담의 전제로 '올바른 여건'을 꺼내 들었습니다.

올바른 여건이 구체적으로 어떤 조건들인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으나, 북미 정상의 대좌가 북핵 문제 해결에서 실질적인 진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북측의 구체적인 행동 약속이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즉석 결정'으로 이뤄진 1차 북미정상회담의 '실패'를 미 정부가 되풀이하진 않겠다는 의지로도 보인다면서요?

=. 회담 결과물에 대한 사전 세부조율 없이 성급히 성사된 탓에 6·12 싱가포르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의 업적 과시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전문가와 언론으로부터 "뚜렷한 성과가 없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여기에는 자칫 '사진 찍기용' 회담이 됐다가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정치적 분석도 깔린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다시 만나기 위한 '올바른 여건'과 관련해선 미국이 요구하는 핵 신고와 북한이 원하는 종전선언의 교집합이 완성되는 수준이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로 꼽힙니다. 평양 공동선언에서 김 위원장은 동창리 엔진 시험장 및 미사일 발사대 영구 폐쇄와 미국의 '상응 조치'를 전제로 영변 핵시설의 조건부 영구 폐쇄를 밝혔지만, 미국은 좀 더 구체적이고 더 나아간 비핵화 이행 조치를 원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 특히 북한이 원하는 종전선언과 관련해서 미국은 핵 리스트 제출 등을 포함해 비핵화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고요?

=. 네, 대화 재개를 목전에 뒀지만 미 정부는 '선(先)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하며 '통 큰 양보' 가능성에 선을 그었습니다.

미국 국무부 헤더 나워트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도 북한이 추가 비핵화 조치 이행을 위해 미국에 '상응 조치'를 요구한 것과 관련, "어떤 것도 비핵화 없이 일어날 수 없다"며 "비핵화가 가장 먼저"라고 '비핵화 우선' 원칙을 거듭 밝혔습니다.

-. 이런 점에서 북미 정상이 만난 후 석 달 넘게 이어진 양측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번에 쉽게 해소될지는 여전히 의문 부호라죠?

=. 또한 '디테일(세부사항)의 악마'가 어디에서 불거질지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영변 핵시설 폐기 문제 같은 경우도 평양공동선언에서 북한은 영변 핵시설에 대해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다고 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핵 사찰을 허용하기로 합의했다"고 했고, 폼페이오 장관은 "영변의 모든 시설을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참관하에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했다"고 하는 등 사찰까지 언급하고 있습니다.

다만,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이 북미 대화 재개와 2차 북미정상회담을 신속하게 들고 나온 것으로 볼 때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북측의 구체적인 비핵화 진전을 위한 '플러스알파(+α)' 메시지가 있을 것으로 가늠되고 있고, 결국은 이 메시지의 이행의지를 미국이 확인하는게 관건일 것으로 보입니다.

-. 더욱이, 남북 정상의 '9월 평양공동선언'이 나오자마자 폼페이오 장관이 뉴욕과 오스트리아 빈을 협상 채널로 동시에 제시한 것은 미국의 대화 의지의 크기를 가늠케 한다면서요?

=. 그렇습니다. 내주 뉴욕에서 유엔총회를 계기로 한 폼페이오 장관과 리수용 외무상의 고위급 회담, 오스트리아 빈에서의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북측 대표의 실무회담 등 '쌍끌이' 회담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일련의 북측과의 접촉에서 미국이 '올바른 여건'의 조성을 확인할 수 있는 결과물이 나오느냐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 개최와 시점이 결정될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 미국과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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