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에 참석 중인 북한 리용호 외무상이 활발한 외교 행보를 하는 가운데 남북 외교수장 간 회동 여부가 막판까지 주요 관심사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 지난 25일(현지시간) 유엔본부가 있는 미국 뉴욕에 입성한 리 외무상은 이튿날인 26일 전통적 우방인 중국 러시아는 물론 미국 일본 등 한반도 주변 4강 외교수장과 모두 만나며 유엔 무대를 활보하고 있다고요?

=. 그러나 28일 현재 리 외무상은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총회 참석을 수행하려고 뉴욕을 방문해 체류 중인 강경화 외교장관의 회동 제안에는 답을 주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우리가 면담을 제안했는데 아직 (북측으로부터) 답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강 장관은 최근 평양에서 열린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제3차 남북정상회담 수행 당시 리 외무상과 조우해 유엔총회 기간 뉴욕에서 만나자는 제안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 8월 초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개막 당시에도 우리측은 남북 외교장관 회동을 타진했지만 북측의 거부로 불발됐다.

-. 당시 외교부 당국자는 만찬장에서 강 장관과 리 외무상이 조우, 대화를 나눈 사실을 전하면서 "대화 중에 우리 측이 별도 외교장관간 회담 필요성을 타진했는데, 그에 대해 북측은 동 외교장관 회담(남북외교장관회담)에 응할 입장이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설명했다죠?

=. 네, 이날 오전 리 외무상이 숙소인 맨해튼 44번가의 유엔본부 앞 밀레니엄 힐튼 유엔플라자 호텔을 나선 후 바로 옆 45번가로 향하면서 취재진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습니다. 45번가에는 주유엔 대한민국 대표부가 있습니다.

리 외무상은 그러나 45번가에 들어선 후 작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한국대표부 바로 앞에 있는 우간다 대표부 건물로 들어갔습니다. 이 건물에는 우간다 대표부를 비롯해 아프리카 국가의 유엔주재 대표부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리 외무상은 우간다 등 아프리카 우방국들과 회담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요?

=. 리 외무상은 이 건물에서 약 30분간 머물다 숙소로 돌아갔고, 약 1분 뒤 강경화 외교장관을 태운 차량이 한국대표부에 도착했습니다. 남북 외교수장 회동이 주목되는 상황에서 우연히 조우할 뻔한 상황이 연출된 것입니다.

리 외무상은 29일 오전 유엔총회 일반토의 기조연설을 하고, 다음 주 초께 출국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강 장관은 29일 낮 출국할 예정이어서 회동에 필요한 물리적 시간은 아직 남아 있습니다.

-. 정부 고위당국자는 강 장관의 출국에 앞서 회동 가능성에 대해 "현재로서는 아니라고(회동 가능성이 없다) 생각한다"고 전망했다죠?

=. 이번 회동에 결국 불발되면 남북 외교채널을 통한 핵 문제 논의에 대한 북한의 거부감이 재차 확인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세 차례에 걸친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문제를 논의했지만 외교 당국 간 회담을 통한 논의에는 북한이 여전히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입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북한은) 남북이 외국이 아니기 때문에 외국 대표들처럼 만나서 하는 것에 대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 지속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리 외무상은 27일에는 숙소 앞에 있는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건물에서 나오는 모습이 목격됐습니다. 유니세프 관계자를 만나 아동 관련 대북 인도적 지원을 요청했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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