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지사가 항소심에서 실형 3년 6월의 중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었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는데 2심에서는 3년 6월의 중형이 선고되자 일부에서는 법원의 오락가락 판결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과연 법원은 성범죄 선고에 대해 개인적인 판사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고무줄 기준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통상 성범죄는 ‘외부에 알리기 어려운 상태에서 이뤄지고, 피해자 외엔 증거나 목격자를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기’ 때문에 당사자의 진술의 신빙성이 유죄와 무죄를 가르는 결정적인 기준이 된다.

유명한 곰탕집 사건에서도 결국 피해자의 진술을 믿은 법원이 실형을 선고하고 구속을 시켰다. 이것은 법원의 일관된 태도이다.

▲ 사진=안희정 트위터

안희정 지사의 1심 법원은 안희정 전 지사를 믿었고, 항소심은 피해자 김지은씨의 진술을 믿었다. 이것이 유죄와 무죄를 가르는 핵심적인 기준이 되었다.

결국 어느 법원의 사실인정이 통상적인 법원의 기존의 기준에 따르는 것이고 상식에 부합하고 있을까?

항소심의 홍동기 부장판사는 안 전 지사가 지난해 3월 피해자 김지은씨가 생방송에 나와 피해를 폭로한 안 전 지사의 발언 번복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안 전 지사는 당시 ‘모든 분들께 정말 죄송하다, 합의된 관계라는 비서실의 입장은 잘못’이라는 글을 게시했는데 검찰 조사에서 항소심에 이르기까지 직접 작성한 글의 문헌상 의미를 부정했다”며 입장 번복을 짚었다.

안 전 지사가 재판 과정에서 펼친 ‘합의된 성관계’ 설명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첫 출장 당시 간음 사건을 두고 “안 전 지사가 △피해자가 업무를 시작한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미혼인 여성 비서를 자기 객실로 부른 상태에서 △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는 것은 그 자체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안 전 지사 자신의 발언도 혐의를 입증한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김씨가 ‘괜찮다’고 할 때까지 계속 ‘미안하다, 안 그러겠다, 잊으라’ 등 이야기를 반복한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안 전 지사의 이런 행위가 김씨의 의사에 반했음을 뒷받침하는 사실관계라고 봤다.

그리고 사건 뒤 안 전 지사가 김씨를 하급자로 대하는 태도도 바뀌지 않았고, 연인으로 취급하는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다며 둘 사이 업무상 위력관계가 공고했다고 판시했다.

제1심 법원은 간음 후 순두부를 하는 식당을 찾으려 애쓴 점이나 피해사실 저녁 피고인과 와인바에 간 점, 귀국 후 피고인이 머리를 한 미용실 찾아가 같은 미용사에게 머리손질을 받은 점 등을 들어서 위력에 의한 간음을 부인했다.

제1심 법원은 피해자가 나서서 자신의 피해에 대하여 알리고, 이에 대하여 저항하는 등의 태도를 보이지 않고 비서로서의 업무를 수행하고, 가해자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피하지 않음 점 등을 들어서 피해자로서 태도를 보이지 않아서 김지은의 진술을 믿지 않고 안희정 지사의 진술을 믿고 무죄를 선고했다.

우리 법원은 두 가지 태도 중에서 어느 쪽에 더 가까울까?

피고인의 진술이 번복될 경우 법원의 입장은 99% 피고인의 진술을 믿지 않는다. 심지어는 자신이 없이 진술한 경우에도 피고인의 진술을 믿지 않는다.

피해자가 진술의 일부가 바뀌거나 성범죄 이후에 심지어 페이스북에 하트를 표시하며 친밀함을 나타내는 글을 게재한 경우에도 피고인들에게 강간죄와 강제 추행을 인정하여 5년 이상의 중형을 선고한 판결이 다수 보이고 있다.

이런 법원의 태도가 정당하냐는가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우리 법원이 성범죄에서 보여주는 기준은 안희정 지사의 1심 법원보다 항소심 법원이 보다 부합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판단을 해보자.

합의된 관계라는 비서실의 입장은 잘못 이라고 말했다가 다시 합의된 성관계라고 법정에서 주장하고, 비서실에 들어 온지 1개월도 안된 비서와 성관계를 하고, 이후에도 계속 비서로서 대한 경우 연인 관계에 의한 합의된 성관계로 보는 것이 상식적일까?

간음 이후에 비서로서 직무를 계속 수행하였다는 점이 합의된 성관계를 인정하는 근거가 될까?

개인적인 판단에 따라 다르겠지만 성범죄 전문변호사의 입장에서 보면 법원은 항소심의 판단이 더 상식적이라고 볼 가능성이 높다.

이런 면에서 보면 안희정 지사의 변호인들은 그렇게 적절한 변론을 했다고 보기 힘들다.

피해자에 대한 공격과 2차 가해는 양형에 있어 결정적으로 불리한 부분이다.

“대법원은 누구 손을 들어 줄 까요”라고 묻는다면 “아마도 항소심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법원이 오락가락한 것이 아니다. 안희정 지사의 제1심 법원이 통상적인 법원의 판결에서 좀 벗어난 판결이었던 것이다.

 

[기고]

 

김현준 변호사

서울대학교 공법학과 졸업

40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수료(제30기)

현) 법무법인 정론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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