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캔

[최명길의 SNS칼럼] "지금까지 이런 대변인은 없었다"

(정리) 김미연 기자l승인2019.04.24 14:03l수정2019.04.26 14:38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 최명길 칼럼니스트/전 국회의원

代辯人은 本변인이 아닌 代변인이기에 고용자를 위해 정보 ‘마사지’를 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어쩌면 바로 그 ‘마사지’의 정교함과 적절함이 대변인의 역량이자 수준일 것이다. 

정보를 각색하는 것이 양심이 허락하는 범위를 벗어나 직을 던지는 대변인이 나오기도 하지만 대체로 대변인직의 속성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다 보니 허위를 동원하지 않고 최대한 자신이 대변하는 주체를 아름답게 묘사하는 역량이야말로 대변인 능력의 요체가 된다. 거짓말을 해서 상황을 모면하는 것은 하책 중의 하책이다.

미국 언론은 ‘마사지’를 「spinning」이라고 부른다. 잔머리 굴리는 것을 ‘head spinning’이라 하니, 좋은 어감은 아니지만 최소한 거짓말은 아니란 함의가 있다.

백악관 대변인 새라 샌더스(Sarah Sanders)의 거짓말에 미국 언론이 할 말을 잊었다. 뮬러 특검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그 여인이 특검에 불려가 자신이 기자들에게 수도 없이 반복적으로 거짓말했음을 인정한 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정치인의 딸이자 트럼프 선거캠프 출신으로 벼락출세한 젊은 여인의 엽기적 거짓말이 워싱턴 정가의 화제가 되고 있다.

2017년 5월. 트럼프는 자신의 러시아 연계 혐의를 수사하던 FBI 제임스 코미 국장을 해임했다. 언론의 문의가 빗발치는 가운데 샌더스 副대변인은 놀라운 논평을 내놓는다. 

● 2년 만에 확인된 대변인의 거짓말

「셀 수 없이 많은(countless) FBI 직원들이 대통령의 해임 결정에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코미 국장은 트럼프뿐 아니라 ‘남아있는 모든 FBI 직원’(the rest of the FBI)의 신뢰를 상실했다.」

언론의 집요한 질문에도 그녀는 근거를 제시하길 거부했다. 대부분 언론은 샌더스의 발언은 ‘마사지가 아니라 만들어낸 이야기’(not a spinning but a doctoring)이라 평가했지만 증거는 없었다. 

부대변인 샌더스의 과감하고 공세적 거짓말에 감동한 때문인지, 2017년 7월 트럼프는 36살의 샌더스를 대변인으로 승진시켰고 그녀는 보답하듯 입만 열면 ‘fake news’를 외치면서 언론과 싸웠다.

지난 주말 뮬러 특검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샌더스의 노골적 거짓말이 드러났다. 보고서는 ‘샌더스가 특검 소환조사에서 거짓말을 했음을 인정했다’고 적었다. 

위증하면 처벌받는 대배심 증언이기에 어쩔 수 없이 실토했을 것이다.

샌더스는 특검 조사에서 ‘말이 헛나옴’(a slip of tongue) ‘순간적으로 열 받아서’(in the heat of the moment)라고 또 한 번 헛소리를 했다. 

보고서의 결론은 샌더스가 말한 ‘셀 수 없이 많은 직원’은 존재하지 않으며, ‘코미 국장이 직원들의 신뢰를 잃었다’는 그 어떤 근거도 없었다는 것이었다.

● 출입기자들의 분노

백악관 출입기자들은 샌더스의 해임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기 시작했다. 기자가 대변인을 자르라고 요구하면 그 기관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CNN 백악관 출입기자인 에이프럴 라이언은 대변인의 즉각 해임을 공개요구하면서, ‘목을 쳐야 한다’(lopping the heads off)고 흥분한다.

전직 아카소州 주지사의 딸. 어려서부터 2명의 오빠보다 훨씬 터프했다는 새라 샌더스. 이미 미국 언론은 닉슨의 대변인으로 워터게이트 사건에 대해 수많은 거짓말을 한 전설의 최악 대변인 론 지글러※(Ron Ziegler)와 비견할만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론 지글러는 그래도 브리핑은 계속했는데, 샌더스는 브리핑도 안 하고 전화도 안 받는다. 

백악관 프레스룸의 정례브리핑이 43일째 없어, 다시 신기록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쓰고 있다. 42일 無브리핑도 샌더스의 기록이었다. 출입기자들의 전화를 안 받는 건 물론이고, 이메일 문의도 답하는 적이 없다.

● 120년 브리핑 전통의 실종

1898년 美西전쟁 상황을 알리기 위해 시작했다는 백악관 브리핑. 1933년 FDR이 유명 언론인 스테판 얼리(Stephen Early)를 백악관 대변인으로 임명한 이래 유지된 대변인 제도. 이 모든 역사와 전통을 허물고 있는 게 트럼프와 새라 샌더스이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트럼프는 샌더스를 계속 기용하는 것이며, 왜 그녀는 그 자리에 남아있는 것일까. 이게 요즘 워싱턴 언론인들이 풀지 못하는 미스터리라고 한다. 

20세기 최악은 론 지글러, 21세기 최악은 새라 샌더스. 요런 기록을 남기려는 것인가. 

트럼프는 더 과감하게 거짓말을 할 수 있는 후임을 아직 찾지 못한 듯하다.

※Ron Ziegler : 
 1972년 워싱턴 워터게이트 호텔 내 민주당 전국위원회 사무실 침입사건을 최초 보도한 워싱턴포스트 기사를 두고 ‘삼류 잡범들의 주거침입 기도’라고 논평한 인물. 
온갖 교언을 일삼던 론 지글러의 후임으로 백악관 대변인에 임명된 제롤드 터호어스트(J terHorst)가 ‘닉슨 사면을 설명할 길이 없다’며 1개월 만에 사임한 것은 우연치고는 기묘.

<>최명길 칼럼니스트/전 국회의원

최명길 전 국회의원은 서울대학교 국제정치학과를 졸업하고 MBC 기자로 입사, 국제부와 정치부, 워싱턴특파원, MBC 유럽지사장 등으로 활약했으며 MBC 대표 뉴스앵커로 활동하다가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공보특별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 정책위 부의장을 거쳐 2016년 서울 송파구에서 20대 국회의원에 당선되었으며 현재 한반도 및 국제현안에 대한 국제정세분석가로 활동하고 있다.

 


(정리) 김미연 기자  easypol1@gmail.com
<저작권자 © 뉴스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리) 김미연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뉴스캔

주소: 04167 서울시 마포구 마포대로25 (마포동, 신한디엠빌딩 778호)  |  대표전화 : 070-7724-0363  |  팩스 : 0303-0363-3922  |  email : easypol1@gmail.com
등록번호 : 서울아00170  |  등록일 : 2006년2월13일  |  대표·발행·편집인 : 장덕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장덕수 Copyright © 2008 - 2019 뉴스캔. All rights reserved.
뉴스캔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엔디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