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절차 머뭇거리면 北韓·중국 美대선 개입한다"

▲ 최명길 칼럼니스트/전 국회의원

며칠 전 TV 인터뷰에서 ‘2020년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 대신 이제부터 내 생각을 말하겠다’고 선언한 힐러리 클린턴. 오늘(25일자) Washington Post에 입장을 밝혔다.

뮬러 특검이 2년간 조사한 ‘러시아게이트’란 것이 알고 보면 결국 「위키리크스와 트럼프를 통원한 푸틴의 힐러리 낙선 프로젝트」였기에 그녀의 의견표출은 힐러리를 싫어하는 미국인들에게도 관심이다.

미국 언론사 사이트에선 보기 드물게 게재 몇 시간 만에 5천개가 넘는 댓글이 올라오고 있다. 불출마 선언했지만 대부분의 댓글은 ‘진짜 대통령이 말한다’ 같은 내용이다.(사진)

● “특검보고서는 탄핵 로드맵”

「특검은 美국민 전체에 대한 심각한 범죄 증거를 제시했다(Mueller documented a serious crime against all Americans)」는 제하의 기고문(사진)

힐러리는 우선 ‘우리의 선거는 타락했고, 우리의 민주주의는 공격받았으며 우리의 주권과 안보는 훼손됐다’는 말로 시작. 국무장관으로서 미국의 힘을 빼려는 푸틴과 대좌해온 사람으로서 2016년 선거공작은 ‘러시아의 체계적 전면 공격’(Russia’s “sweeping and systemic” attack)이 분명하다고 규정했다.

27살 때인 1978년, 하원 법사위 소속 변호사로 「워터게이트 탄핵 조사위」에서 활동한 경험과 1998년 빌 클린턴 탄핵청문회를 First Lady로 겪은 자신의 과거를 ‘묘한 운명의 장난’(a strange twist of fate)이라면서, 뮬러 보고서가 제시한 로드맵에 따라 탄핵 절차를 차근차근 밟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바로 탄핵안을 내기보다는 의회 청문회와 조사위원회를 통해 특검이 제시한 증거를 탄탄하게 보강한 뒤, ‘눈 부릅뜬 애국심’으로 반드시 탄핵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썼다.

● 2020년 대선, 北韓·中國 개입 우려

힐러리 기고문은 트럼프가 2016년 대선과정에서 한 행위는 단순 「사법방해」가 아니라 「국가안보 危害」여서, 이를 제어하지 못하면 내년 미국 대선에 다시 러시아나 중국, 북한 같은 적들이 개입하게 될 것이며 이는 ‘긴박한 위험’이라고 것이라고 했다.

힐러리의 돌연한 북한 언급에 주목하게 된다. 2014년 북한의 소니사 해킹 사건을 국무장관, 상원의원으로서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기에. 

북한이 하노이 회담 이후 얼어붙은 관계를 멍때리며 관망할 턱이 없고 힐러리의 말은 허언이 아닐 거란 예감이다. 

● 다시 불붙은 탄핵논란

많은 대목을 암영처리(redaction) 했지만, 뮬러특검 보고서는 결국 전문 공개됐다. 검게 칠해진 이름들을 빼고 봐도, 트럼프가 얼마나 지저분하고 치사한 사람인지 보고서 448쪽에 가득하다. 사법방해(Obstruction of Justice)로 소추될 행위들이 수도 없이 등장한다.

법무장관의 4쪽 요약보고서가 공개됐을 때, ‘결국 공모는 없었다. 모든 짐을 벗었다’던 트럼프는 다시 코너에 몰리고 있다. 

의회는 각종 자료제출을 요구하는 소환장을 발부했고, 다시 싸움에 불이 붙는 순간에 힐러리가 가세한 것이다. 그것도 ‘당신 탄핵 되어도 난 출마하지 않아!’라면서.

미국 법체계에서 사법방해는 중범죄(Felony)로 분류된다. 분류표에도 ‘.. 반역, 강간, 유괴, 사법방해, 위증..’ 순으로 나온다. 

트럼프의 혐의는 구체적이다. 「범죄 혐의가 뚜렷한데, 권력자이고 결국 쫓아낼 수 없으니 덮어두자」는 건 미국사회에서 통하지 않는다.

공화당원이든 민주당원이든 미국인들이 신뢰하는 글귀가 있다. 중학교 역사시간에 외우게 하는 구절, 그것은 미국 독립전쟁을 자극한 토마스 페인(Thomas Paine)의 팜플렛 [Common Sense] 속 한 문장.

『미국의 王은 法이다.』(In America, the law is King!)

● 트럼프 탄핵과 대한민국

푸틴이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한 짓은 2017년 한국 대선에서 드루킹을 조종한 사람들이 한 행위와 닮았다. 주변에 트럼프 탄핵이 남의 일처럼만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많은 이유이다.

트럼프 탄핵 이슈 놓고 대한민국 좌파들이 찜찜해 하고, 우파들이 관심을 보이는 첫 번째 고리가 여기에 있다.

한때 우리나라에서 트럼프는 좌파와 우파가 모두 지지하는 묘한 인기를 누렸다.

‘좋아하지 않지만 김정은과 타협할 것 같아 기대한다’는 게 좌파의 입장이고, ‘문재인 정부를 몰아세우니 어쨌든 믿을 만하다’는 게 우파의 시각이었다.

하노이 파국 이후 트럼프는 보는 한국인들의 시선은 여전히 복잡하다. 좌파는 ‘역시 트럼프는 문제가 있어. 보다 유연한 사람으로 바뀌어야 해’라고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고, 우파는 ‘그나마 트럼프가 한국을 살리고 있다’고 걱정해주고 있다. 

모두 공허한 생각. 부질없는 몸짓일 뿐이다. 그가 탄핵의 벼랑에 서느냐는 백퍼 미국인들이 결정하는 것이고, 우리는 그 결과에 엄청난 영향을 받을 따름이다.

저작권자 © 뉴스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