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회의장 첫 러시아 상원 연설
러시아를 공식방문 중인 문희상 국회의장은 현지시간 29일 오후 대한민국 국회의장으로는 처음으로 모스크바 러시아 상원 본 회의장에서 연설을 했습니다.
문희상 의장은 먼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는 러시아 작가 푸시킨의 시구를 띄우면서 “푸시킨은 한국인이 사랑하는 대문호로 한국 국민이라면 사는 동안 한번쯤 읊조리는 시구”라며 “‘죄와 벌’‘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전쟁과 평화’등 러시아의 문학은 제 어린 시절 정신적 자양분이 되었다. 설레고 들뜬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러시아 방문의 소회를 밝혔습니다.
문희상 의장은 “유라시아 시대를 열어가는 러시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염원하는 대한민국이 만났다”면서“대한민국 국회의장 최초로 러시아 상원에서 연설하게 돼 크나큰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문희상 의장은 또 “다가오는 2020년 대한민국과 러시아는 수교 30주년이 되는 가슴 벅찬 순간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양국관계가 진일보해 교역량 300억 달러, 인적교류 100만명 시대가 열리길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문희상 의장은 “대한민국 국회는 최근 러시아를 포함한 주요 국가를 전담하는 의회외교포럼을 새롭게 발족했다”면서 “한-러 양국관계를 한 단계 도약시키기 위해 의회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에 나설 계획이며, 러시아 의회의 적극적인 호응을 기대한다”고 당부했습니다.
문희상 의장은“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여전히 유효한 현재 진행형이며, 말 그대로 과정이기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할 필요가 없다. 북미 모두 3차 정상회담의 개최 의지를 보이고 있고 외교적 해법이라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면서 “긴 안목으로 북미간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해야 한다. 희망을 놓지 않되 호시우행(虎視牛行)의 자세로 전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문희상 의장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곧 동북아와 세계 평화 프로세스”라며“러시아가 미국과 중국, 일본 등 한반도 주변국들과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여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긍정적 외교환경 조성에 건설적인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문희상 의장은 “한반도 평화가 정착되고 북한이 문호를 열면 대륙과 해양이 만나는 길목이 열린다”면서“러시아의 新동방정책과 대한민국의 新북방정책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가져와 가스, 전력, 철도, 조선, 항만, 북극항로 등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아홉개 다리’분야에서 구체적인 성과가 가시화 될 것”이라고 기대를 표시했습니다.
문희상 의장은 또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한반도 종단철도가 유라시아 특급으로 이어지는 시대를 그려 본다”면서“아시아에서 유라시아와 유럽으로 이어지는 이 길은 ‘세계 평화와 번영의 레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문희상 의장은 “친구가 없으면 찾고, 찾게 되면 소중히 아껴라”라는 러시아 속담과 “언제나 그러했듯, 언제나 그러하듯, 언제까지나 그러하리라!”는 러시아 국가(國歌)를 인용하면서 “한반도 평화가 기로에 서있다. 한․러 양국이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함께하며 평화와 번영의 길로 함께 나아가자”고 호소했습니다.
문희상 의장의 이번 순방에는 한-러의원친선협회장 겸 한러의회외교포럼 회장인 추미애 의원, 김정훈 의원, 송영길 의원, 김관영 의원, 박재호 의원, 한충희 외교특임대사, 권순민 부대변인, 조중희 정무기획비서관, 박재유 국제국장 등이 함께하고 있다.
| 문희상 국회의장, 러시아 상원 연설문 전문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유라시아 시대를 열어갑시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청소년에서 청년으로, 청년에서 가장으로, 가장에서 노년으로 삶의 의미를 깨달아가는 인생의 단계 단계마다 저의 가슴을 울렸던 푸시킨의 시구입니다. 한국의 국민이라면 사는 동안 한번쯤은 읊조리게 되는 시구입니다. 푸시킨은 러시아 국민이 사랑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인이 사랑하는 대문호입니다. 그가 노래한 사랑, 우정, 자유, 자연, 인생은 러시아와 너무도 잘 어울리는 테마입니다. 가깝고도 가까운 이웃, 우리 대한민국과도 정서를 같이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스크바에서는 푸시킨 박물관, 도스토예프스키 박물관, 톨스토이 박물관, 막심 고리키 박물관, 고골 박물관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이 많은 러시아의 대문호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죄와 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어머니」, 「외투」 등 러시아의 문학은 제 어린 시절 정신적인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설레고 들뜬 마음으로 모스크바의 이틀 밤을 보내고 3일차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오늘, 유라시아 시대를 열어가는 러시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염원하는 대한민국이 만났습니다. 대한민국 국회의장 최초로 러시아 상원의회에서 연설할 기회를 갖게 되어 크나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소중한 자리를 마련해 주신 마트비엔코 의장님과 의원님 한분 한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존경하는 러시아 국민 여러분, 의원 여러분! 다가오는 2020년에는 대한민국과 러시아가 수교 30주년이 되는 가슴 벅찬 순간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그동안 양국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양국간 협력관계를 심화시켰습니다. 2008년 양국 정상이 합의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서 눈부신 성과와 긍정적 발전을 이루어왔습니다. 한국과 러시아의 교역 규모는 1992년 1억 9천만 달러에서 2018년 248억 달러로 130배 이상 성장했습니다. 인적교류 역시 90년대 초반 3만 명 수준에서 2018년 사상 최대인 69만 명을 기록했습니다. 비즈니스와 관광 등 다양한 통로를 통해 양국간 인적교류가 풍부해지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교류하는 것은 공감대를 넓히는 일이며, 인간관계가 곧 국가관계라고 생각합니다. 한러 수교 30년인 2020년에는 지금의 양국관계가 진일보하여, 교역량 300억 달러, 인적교류 100만 명의 시대가 열리기를 기대합니다. 이미 양국은 한국의 현정부 출범이후 G20에서의 정상회담, 제3차 동방경제포럼과 지난해 6월 모스크바 국빈방문, 싱가포르 아세안정상회의 등 네 차례의 정상회담을 개최했습니다. 특히 한국 대통령의 러시아 국빈 방문은 19년 만의 일이었으며, 역사상 최초로 러시아 하원, 두마에서 연설하셨습니다. 러시아 정부와 의회의 환대 속에 큰 성과를 이룬 것을 우리 국민은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대한민국 국회를 대표해 러시아 의회와 정당 관계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조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 한러 정상간 합의 원활한 이행위해 의회협력 강화해야 여러분, 저의 방문 목적 중의 하나인 양국 의회간 교류 확대와 심화는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한러 양국관계를 더욱 강화시키는데 있어서 양국 정부뿐만 아니라 의회간 협력은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2017년 러시아 하원의장과 한국의 국회의장이 상호 교차방문을 실시하였습니다. 제가 취임한 이후인 2018년 10월에는 이 자리에 계신 발렌티나 마트비엔코 상원의장님이 방한해 주셨습니다. 1년여 사이에 러시아의 상·하원 의장님이 모두 방한한 것입니다. 더욱이 6년 만에 이루어진 상원 의장님의 방한은 더욱 뜻 깊었습니다. 양국관계 발전과 협력 강화에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합니다. 특히 저는 2018년 10월에 며칠 간격을 두고 러시아의 상원, 하원 의장님을 한국과 터키에서 모두 만나 긴밀한 대화를 나누는 행운을 얻기도 했습니다. 지난 6월 한러 정상회담에서는 양국간 실질 협력방안을 합의한 바 있습니다. 미래 성장 동력 확충, 러시아 극동지역 개발협력, 국민 복지 증진 등 3대 분야입니다. 현재 뿐만 아니라 양국은 지난 역사 속에서도 다양한 경협 프로젝트에 관해 여러 차례의 합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반도 주변을 비롯한 동북아 정세의 복잡다단한 상관관계 속에서 합의가 신속히 이행되지 못하고 있는 측면도 있습니다. 이 같은 합의의 원활한 이행을 위해서도 의회 차원의 협력은 확대되고 강화되어야만 합니다. 이를 위해서 대한민국 국회는 최근 러시아를 포함한 주요 국가를 전담하는 의회외교포럼을 새롭게 발족했습니다. 이번 러시아 방문부터 한·러시아의회외교포럼 의원들이 함께 동행 했습니다. 한국과 러시아 양국관계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데 의회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에 나설 계획입니다. 러시아 의회의 적극적인 호응을 기대합니다. □ 평화 프로세스는 진행중, 북미 외교적 해법 원칙 견지 존경하는 러시아 국민 여러분, 의원 여러분! 어제 저는 러시아 대조국전쟁에서 희생된 러시아 국민들을 기리는 ‘무명용사의 묘’를 참배했습니다. 「1941년 부터 1945년에 숨진 무명용사에게 바침. 비록 그대들의 이름은 알지 못하지만, 그대들의 숭고한 희생은 영원하리라」 비석에 새겨진 글귀를 보며 ‘그 어떤 평화도 전쟁보다는 낫다’는 말을 떠올렸습니다. 세계사는 전쟁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인류는 1,2차 세계대전을 통해 전쟁의 야만성을 충분히 경험했습니다. 특히 러시아의 대조국전쟁에서 러시아 국민이 겪은 엄청난 희생을 역사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야말로 세계평화를 지켜내는데 가장 큰 역할과 기여를 한 위대한 민족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한국 국민은 2018년 1월까지만 해도 전쟁의 위기를 떠올리는 불안한 시간을 보낸바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반도에서는 실로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전쟁 위기’ 분위기는 급반전하여 ‘한반도 평화’ 분위기로 전환되었습니다. 2018년 4월 27일 첫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었습니다. 이를 포함해 불과 5개월 사이에 남북 정상회담이 세 차례나 열렸습니다. 2018년 6월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었고,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또 다른 새로운 출발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process)는 말 그대로 과정이기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할 필요가 없으며, 여전히 유효하고 현재 진행형입니다. 오히려 북미 서로가 상대방의 생각과 입장을 보다 분명히 알게 된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봅니다. 이는 앞으로의 협상에서 상호간 예측가능성을 높인 측면이 있습니다. 특히, 현재까지도 북미 모두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외교적 해법이라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긴 안목으로 북미간 대화의 모멘텀이 계속 유지되어야 할 것입니다. 현재의 교착국면에서 희망을 놓지 않되 호시우행(虎視牛行)의 자세로 예리하게 살피고 꾸준히 전진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 평화실현의 동반자, 협력자로서 러시아 역할 기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곧 동북아와 세계 평화 프로세스입니다. 북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 실현을 위해서는 당사자인 남북, 북미는 물론이고 러시아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협조와 지혜가 필요합니다. 특히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실현하는데 러시아의 역할은 중대하다고 생각합니다. 러시아는 그동안 한반도 주변국과의 양자 차원 또는 6자회담, 그리고 유엔 안보리 논의에 적극 참여하는 등 책임을 다해왔습니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실현하는데 매우 중요한 동반자이자 협력자로서 러시아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최근 푸틴 대통령께서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만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회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외교적 해법을 지지하고 북한에 대해 완전한 비핵화를 강조한 데 대해 깊이 공감하며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러시아는 북한과 전통적인 친선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북한의 정책과 상황을 가장 잘 이해하고, 깊이 있는 대화가 가능한 국가입니다. 러시아가 허심탄회한 조언을 통해 북한이 정상국가의 길, 밝은 미래로 나서도록 설득해주기를 기대합니다. 또한 군축과 비핵화 분야에서 오랜 경험이 있는 러시아가 미국과 중국, 일본 등 한반도 주변국들과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여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긍정적 외교환경 조성에 건설적인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합니다. 궁극적으로는 동북아지역 국가 간에 냉전시대에 있었던 진영 논리를 벗어던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번영이라는 공동의 목표와 이익을 보다 더 확대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한반도 비핵화를 시작으로 한반도에서의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거치며 동북아 지역에서의 평화안보체제에 관한 논의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한반도 평화, 유라시아 시대 앞당길 역사적 계기될 것 존경하는 러시아 국민 여러분, 의원 여러분!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고 북한이 문호를 열면 이는 대륙과 해양이 만나는 길목이 열린다는 것을 뜻합니다. 한반도와 동북아에 다양한 교역과 투자가 이루어지고, 상품, 에너지, 금융, 서비스 등의 물류와 인적교류가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활발해질 것입니다. 한·러 양자 협력은 물론 남·북·러 3각 협력의 본격적인 신호탄이 될 것입니다. 러시아의 新동방정책과 대한민국의 新북방정책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극동지역 개발을 위한 가스, 전력, 철도, 조선, 항만, 북극항로 등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아홉개 다리’ 분야에서 구체적인 성과가 가시화 될 것입니다.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한반도 종단철도가 유라시아 특급으로 이어지는 시대를 그려봅니다. 모스크바, 노보시비리스크, 크라스노야르스크, 이르쿠츠크, 울란우데, 하바로브스크, 블라디보스톡 등 아름다운 러시아의 도시들에 더해 대한민국의 동해안과 남해안의 도시들이 연결될 것입니다. 해양에서 대륙으로, 아시아에서 유라시아와 유럽으로 이어지는 이 길은 단순한 교통이 아닙니다. ‘세계 평화와 번영의 레일’이 될 것입니다. 의원 여러분, 한반도의 평화를 실현시키고,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나오도록 한다는 것은, 러시아의 국익에 부합한 일입니다. 유라시아 시대를 앞당기는 역사적 계기가 될 것입니다. 존경하는 러시아 국민 여러분, 러시아 속담에 “친구가 없으면 찾고, 찾게 되면 소중히 아껴라”라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대한민국은 나라를 빼앗긴 상태에서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만들어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웠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올해가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로 지난 100년을 매듭짓고, 새로운 100년을 시작하는 중대 분수령입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새로운 100년의 출발점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한반도 평화가 기로에 서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소중한 친구, 러시아와 마음을 모아 어려움을 헤쳐 나갈 것입니다. “언제나 그러했듯, 언제나 그러하듯, 언제까지나 그러하리라!”는 러시아 국가(國歌)의 가사처럼, 한·러 양국이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함께 하며 평화와 번영의 길로 나아갑시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