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자치의 이념과 기본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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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의 이념과 기본철학
  • (정리)김미연 기자
  • 승인 2019.05.31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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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의 이념과 기본철학

                               김순은(서울대 교수, 자치분권위원장권한대항)


1. 주민자치의 이념

우리나라의 헌법이나 지방자치법에서는 지방자치의 본질에 관한 정의를 두고 있지 않지만 지방자치는 단체자치와 주민자치의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 일반적 해석이다. 단체자치는 중앙정부로와 분리된 단체가 스스로의 의사와 책임을 가지고 행하는 자유주의적‧지방분권적 요소를 의미한다. 단체자치는 국가통치형 정치체제로서 프랑스, 프로이센, 스페인, 이탈리아 등에서 채택하였다. 주민자치는 주민의 의사에 기초하여 이루어지는 민주주의적 요소를 의미하며 시민사회의 자기통치형 정치체제를 의미한다. 지역주민의 의사에 따라 운영되는 지방정부의 형태를 주민자치라 하며 미국과 영국을 통하여 발전되었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단체자치의 요소가 두드러진 가운데 주민자치의 요소를 발전시키고 있다. 지방의 정치‧행정주체를 지방정부라고 명명하지 않고 지방자치단체라고 부르는 데에는 단체자치의 전통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치를 의미하는 경향이 강했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의 권한을 둘러싼 권한의 재배분이 중요한 지방분권과 관련된 이슈였다. 압축적 경제성장을 위하여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강조하였던 시대적 상황이 단체자치의 강화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었다. 반면 지역주민의 지방자치에 대한 관심과 참여의 수준이 저조한 것이 지방자치의 중요한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김순은, 2012).
그러나 점차 중앙 및 지방의 대의 민주주의의 폐단을 경험하면서 직접 민주주의의 대한 관심과 주민자치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학계를 중심으로 주민자치의 중요성이 강조되었고 정부도 1999년 읍‧면‧동의 기능을 전환하면서 기존의 읍‧면‧동에 주민자체센터와 주민자치위원회를 설치하고 이를 토대로 주민자치의 발전을 기획하였다. 이명박 정부 하에서 지방행정체제의 개편 차원에서 주민자치의 활성화가 강조되어 2013년 박근혜 정부 하의 지방자치발전위원회는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을 개시하여 추진 중에 있다. 21세기 지역주민의 의사를 강조하는 주민자치의 철학적 기초로서 주민주권론을 거론할 수 있다.

2. 주민주권론

주권론은 군주주권론과 국민주권론으로 대분되어 논의되었다. 국민주권론에 기초하여 민주주의라는 정치체제가 발전되었으며 우리나라의 헌법도 주권재민에 기초한 자유 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하고 있다.
국민주권론에 따를 경우 국가의 구성체를 보는 관점에 따라 단체자치와 주민자치의 이념이 상이하다. 중앙정부를 국가로 보는 경우 지방정부의 자치권은 국민주권에 기초한 중앙정부의 통치권을 수탁받은 것이다. 단체자치의 이념은 중앙정부 규정 범위에서 주민복리와 행복을 증진하는 것이다.
국가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통합체로 볼 경우 국민주권에 기초한 통치권은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정부에 직접 위탁할 수 있기 때문에 지방정부의 자치권은 국민주권의 수임체가 된다. 주민자치가 여기에 해당하면 주로 주민의 참여와 지역의 민주주의가 중요한 이념이 된다.
21세기에 들어 저출산‧고령화 및 인구감소사회를 맞이하면서 주민자치의 전통이 강했던 영국은 물론 단체자치의 전통이 두터운 일본에서조차 주민자치의 중요성이 재차 강조되고 있다.
국민주권이 자유 민주주의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국민주권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 이를 보완하는 철학으로서 일본에서는 지역주권, 영국에서는 지방주의가 논의되었다. 지역주권과 지방주의는 표제는 상이하지만 추구하는 내용은 크게 유사하다.
지역주권은 2009년 출범한 일본의 민주당 정부가 지방분권의 필요성과 철학적 기초를 더욱 강조하기 위하여 도입한 개념이다. 1995년 이후 진행된 일본의 지방분권이 단체자치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비판하면서 지방분권의 새로운 대안으로서 지역주권을 제안하였다. 민주당 정부가 주장하는 지역주권은 “지역의 사안은 지역 주민이 책임을 갖고 결정할 수 있는 권한”으로 정의하였다. 보다 구체적으로 주민들이 지방정치에 참여하는 기회를 증진하여 주민자치를 강화하자는 내용이 지역주권의 중요한 내용이었다.

영국의 캐머런 정부는 2011년 일본의 지역주권과 유사한 “지방주의(localism)”를 제창하였다. 영국의 지방주의는 일본의 지역주권보다 강력하고 포괄적인 것으로 지방에 대한 통제와 지도를 폐지하고 지방의 자율성을 최대한 확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권한이양의 대상이 지역주민에게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공동체가 되었다는 데에 커다란 의의가 있었다. 지역공동체는 주택계획을 포함하여 지역공동체발전계획을 수립할 권한과 공동체가 직접 예산을 배정받아 집행주체가 될 수 있게 되었다.
지역주권과 지방주의의 이념을 뒷받침하는 철학적 기초로 주민주권론을 논의할 수 있다. 주민주권론의 대두된 배경은 크게 지방분권 개혁의 내용에 대한 실망, 지속가능발전의 필요성, 주민참여에 의한 거버넌스의 필요성이었다. 일본과 한국 등에서 추진된 지방분권의 내용이 지방의 적극적인 참여와 책임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비판 하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되었다.
오히려 지방의 책임성을 제고한다는 명분하에 지방에 대한 통제가 오히려 강해졌다는 비판 하에 캐머런 정부는 지방정부에 대한 감사를 전격적으로 폐지하게 되었다.
이제까지 대부분의 국가는 경제발전을 위하여 무한경쟁을 벌여왔고 사회발전 및 환경보호는 뒷전이었다. 중앙정부 중심의 경제발전 전략은 세대 내에서는 격차사회의 문제점을 낳았고 세대간에도 적지 않은 문제점을 낳아 지속가능발전에 의구심이 제기되었다. 주민의 참여가 부족한 로컬 어젠다 21의 추진도 성과가 미진하였다. 지속가능발전의 모형을 정립함에 있어서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강조되고 있다.
로컬 거버넌스의 중요성은 지방정부의 정책과정에 주민의 역할을 더욱 중요시하게 되었다.
지방의회, 지방행정, 이익단체 및 시민단체간의 상호네트워크에 기초한 상호협력은 지방정책의 성패를 가늠하는 중요한 구조와 절차가 되었다.
이를 종합하면 주민주권론은 주민참여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주민참여를 활성화시키는 도구적 성격을 띠고 있다. 주민주권은 주민스스로 삶의 질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며 지방정부의 통치권을 정당화하는 주민의 고유한 권한이다. 단체자치의 논리에 따라 제한되었던 지방정부의 권한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 주권주권론에 따라 지방정부의 통치권은 상위법령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상위법에서 규정하지 않은 분야,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하여 때로는 상위법 규정한 범위를 강화하거나 초과하는 범위까지 미칠 수 있다.
주민주권론은 절차와 내용면에서 지방정부의 정치과정에 함의하는 바가 매우 크다. 절차 면에서 보면 지방정부는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정부를 지향하여야 한다. 지방정부가 제정한 자치기본조례, 지방의회 기본조례 등은 이러한 이념을 반영한 대표적인 규범이다. 주민주권론에 따른 주민들의 참여는 실효성이 담보된 참여가 되어야 한다. 지방정부와 구체적인 파트너 십 형성, 권한수임형 또는 주민통제형 참여가 여기에 해당된다. 지방정부가 보유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하여야 하는 것도 주민주권론의 중요한 절차적 사항이다. 지방정부가 보유한 정보가 적극적이고 실질적으로 주민에게 공개되지 않으면 주민들의 실질적인 참여를 유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홋카이도 니세코마치의 혁신적인 주민자치의 사례는 정보의 공개에서 부터 시작되었다.
주민주권론은 내용적인 측면에서 주민들의 삶의 질과 행복 등 주민의 기본적 권리를 내포하고 있다. 일본의 지방정부가 제정한 자치기본조례에서 규정하는 생활권, 시민의 기본권 등과 대동소이하다. 지방자치조례는 중앙정부의 헌법과 같이 주민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고 있으며 주민의 사회권 또는 생활권이 주요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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