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회 ㈔한국다문화센터 대표

인류 역사를 돌아보면, 역사의 흐름을 바꾼 영웅들이 존재한다. 초라한 유목민족의 후예로 전세계 패권을 차지한 징키스칸이 있었고, 프랑스령 조그만 섬 출신인 코르시카의 나폴레옹이 그랬다. 

또한 그리스 북쪽의 조그만 마케도니아 왕국의 알렉산드로스가 있었고, 별 볼일 없는 시골 이장노릇하던 한나라 고조 유방이 그렇다. 또한 지금의 위대한 미국의 초석을 놓은 에이브라함 링컨도 시골 촌뜨기에 선거에는 나가면 떨어지는 초라한 법률가에 불과했다. 

이렇게 별 볼일 없이 태어나서 성장했지만, 인류역사에서는 그 이름들을 빼놓고 역사를 이야기할 수 없는 위대한 영웅들이 존재했다. 그 영웅들에 대해 수많은 역사가들이 평가를 하고, 글을 쓰고, 책을 냈다. 

하지만, 기존의 역사적 관점에서는 볼 수 없는 새로운 관점으로 그 영웅들을 다시 조명하는 것도 괜찮을 듯 싶어 "다문화적 관점에서 본 영웅들의 이면"을 몇차례에 걸쳐 연재하려고 한다. 
그 중 제일 먼저 언급하려는 사람이 바로 페르시아 제국의 건설자인 "키루스 2세(기원전 580년~기원전 529년)"이다. 

키루스 2세에 대해 동양에서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서양과 중동(특히 이란)에서는 최고의 영웅으로 칭송받는 사람으로 유명하다. 심지어 역사학자들이 모여 인류 역사 최고의 영웅을 선정하는 작업에서 몽골의 징키스칸을 누르고 인류역사 최고의 영웅으로 선정된 인물이다. 
구약 성경에서는 "고레스"라고 지칭되고 있고, 유대민족이 아닌 사람 중에서 유일하게 추앙받고 칭송되는 사람이 바로 키루스 2세이다. 

구약성경은 키루스 2세에 대해 이렇게 언급하고 있다. (나 야훼/여호아가)고레스에 대하여는 이르기를 "그는 나의 목자라, 모든 기쁨을 성취하리라. 나 여호아는 나의 기름받는 고레스의 오른손을 잡고..."라고 언급하고 있다. 그래서 그를 유대인들은 "왕중의 왕"으로 칭송하고 있다. 

실제, 키루스 2세는 힘과 덕성을 겸비한 인류 최고의 영웅이었다. 우리의 역사에서 보면 태종의 강력함과 세종의 인자한 덕성을 함께 갖춘 사람쯤 될 것 같다.

키루스 2세가 태어난 곳은 인류 역사가 시작된 중동지역의 4대 왕국의 하나인 메디아(당시 중동지역에서는 이란지역의 메디아, 터키지역의 리디아, 이라크 시라아 요르단 지역의 신바빌로니아, 이집트 등의 4대 왕국이 쟁패를 겨루는 상황이었다)의 속국인 아케메네스 왕국에서 태어났다.

 그리스 역사학자 헤로도투스에 의하면, "메디아의 왕인 아스티게스의 꿈에서 그의 딸인 만다네가 오줌을 누었는데, 그 오줌이 황금색 강물이 되어 제국을 뒤덮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아스티게스가 사제들에게 해몽을 묻자 "만다네의 아들, 즉 손자들이 왕국을 위협할 것"이라고 대답해, 그의 딸을 시골의 조그만 왕국인 아케메네스로 시집을 보내버렸다고 한다.
 
이후 태어난 키루스 2세를 죽이려고 군사를 보냈는데, 목동과 함께 달아나서 목숨을 건지고 왕이 된 후 반란을 일으켜 메디아를 멸망시켰다고 한다(예수 탄생과 헤롯왕이 죽이려 했다는 기록한 것과 아주 유사하다). 

그는 메디아를 멸망시키고 장악한 뒤, 지금의 터키지역을 장악하고 있던 리디아를 정복하였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탄탈로스가 리디아의 왕이었으며, 트로이전쟁으로 유명한 트로이가 바로 리디아 왕국에 있었다. 

그 후 흑해와 카스피해, 아랄해 등의 중앙아시아쪽으로 군사를 움직여 그 지역유목민인 샤카족(청동기를 처음 만든 스키타이족, 인도 부처의 왕국을 건설한 샤카족, 석가모니는 샤카족의 승려라는 뜻이다)을 지배하고 그들을 복속시킨다. 샤카족은 키루스 2세에 감복해서 그의 가장 든든한 군대 역할을 하게 된다. 

그렇게 이란과 아프간지역, 터키지역과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지역까지 영역을 확장한 키루스 2세는 중동 최강의 신바빌로니아를 점령해 들어간다. 신바빌로니아는 공중 정원으로 유명한 네부카드네자르 2세 때 전성기를 구가하며 예루살렘을 정복하여 유대인을 바빌로니아로 끌고가서 노예생활을 하게 만든 제국이었다.
 
키루스 2세때 신바빌로니아의 왕은 나보니두스 였는데, 그의 아들 벨샤자르(구약성경의 벨사살)는 신바빌로니아의 신인 마르두크를 믿지 않았고, 마루두크를 믿는 사람들을 탄압하였다. 

이에 마루두크의 사제들과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었는데, 키루스 2세는 이를 적극 활용하여 내분을 조장했다. 또한 유프라테스 하류지역의 강물을 늪지대로 끌어들여 강 수위를 낮춘 뒤 난공불락이었던 바빌론 성곽을 무혈 입성하였다. 

그 뒤 바빌론에 끌려와 노예살이를 하던 유대인들을 가나안으로 돌아가 살도록 해주고, 그들의 종교를 믿고 생활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어 칭송을 받았다. 

이후 그는 점령한 지역을 다스리며, 중동의 마지막 왕국인 이집트를 점령하는 준비를 착실히 진행하다, 숨을 거두었다. 결국 그의 아들인 캄비세스 2세가 이집트를 점령하여, 변방인 그리스 로마 지역을 제외한 세계 최초의 통일제국을 완성하게 된다. 

캄비세스 2세가 죽고 등장한 다리우스대왕이 마지막 변방인 그리스를 점령하려고 무진 애를 썼지만, 아테네와 스파르타에게 패배(마라톤 전쟁)함으로써 완전한 통일 정복의 꿈은 알렉산드로 대왕에게 넘어간다. 

그동안 역사학자들은 키루스 2세의 관용정책, 다문화 정책에 대해 여러가지 의구심을 가졌다. 그것은 아무리 성군이고 관용정책을 펼쳤다하더라도, 결국 정복군주인데 한계가 있었을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었다. 

하지만, 19세기 이라크 바빌론 신전 벽에서 쐐기문자로 된 원통이 발견된 후, 이러한 의구심은 깨끗이 해소되었다. 
키루스 원통이라고 명명된 원통의 쐐기문자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쓰여져 있었다. 

"정복활동 때문에 생긴 노예를 해방하고 제국내 국가들의 전통, 관습, 종교를 존중하고 어떤 신하도 이를 무시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신전 등 공공건물을 지을 때는 노동자에게 무임금 강제노동을 금지하고  임금을 지불한다."
"나의 군인이 점령지 백성을 약탈하는 것을 엄금한다."

"다른 사람의 권리를 해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어떤 종교나 직업을 선택해도 좋다."
"연좌제는 없다. 노예를 금지할 것이며, 모든 신하는 짐의 영토 안에서 남자와 여자를 노예로 거래하지 못할 것이다. 노예제는 폐지되어야 한다."

이렇듯 키루스 2세의 원통에는 세계 최초의 인권선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다문화 관용정신과 정치철학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리스의 헤로도투스는 "페르시아 사람들은 키루스 2세를 아버지라고 하고, 다리우스를 상인이라고 한다, 그것은 다리우스는 이익을 중시하고, 키루스는 자상했기 때문이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키루스 2세의 관용정신은 로마로 계승되어 다문화 문명의 꽃을 피우게 된 것이다. 
후에 페르시아를 점령한 알렉산더 대왕이 키로스 2세의 무덤에 쓰여진 비석의 내용을 보고, 이에 감복해 절대 훼손하지 말라고 명령했다고 한다. 

"나는 한 때 세계를 지배했노라. 하지만, 언젠가는 다른 왕이 이땅을 점령할 것이다. 점령자여! 그대도 언제가는 누군가에게 점령당할 것이다. 그러니 내 무덤을 덮고 있는 약간의 흙먼지를 시샘하지 말게나."

<계속...>  

PS : 재미있는 문화 이야기 
키루스 2세는 조르아스터교를 믿었다. 조르아스터교는 독일어로 짜라스투라인데, 니체의 "짜라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책은 조르아스터교를 의미하는 것이다. 

조르아스터교의 미래의 신은 미트라 신인데, 이는 태양신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것이 로마의 주신이 된 미트라가 되었고, 미트라의 생일이 바로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동지이다. 이것이 12월 25일이고, 이 태양신의 생일이 지금의 크리스마스가 된 것이다. 

그리고 이 미트라 신이 인도 쪽으로 넘어와서는 인도 발음인 메티아가 된 것이고, 이 메티아를 한자 발음으로 표기하니 미륵으로 표기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예언서에 자주 등장하는 미래 구세주 미륵신은 바로 여기에서 유래가 된 것이다.

김성회 칼럼니스트는 레인보우합창단을 이끌고 있는 ㈔한국다문화센터 대표입니다. 김성회 대표는 연세대 민족자주수호투쟁위원장, 제2건국위원회 전문위원과 이인제 국회의원 보좌관, 반기문 팬클럽 '반딧불이' 회장, 한국다문화청소년센터 이사장, 한중경제문화교류센터 이사장 등을 지냈습니다. 김성회 대표는 일찍이 다문화 시민운동을  시작해 국내 최초로 다문화 어린이 레인보우 합창단을 설립하여 운영했으며 각종 다문화관련 행사와 방송출연, 전문패널 등의 활동을 통해 올바른 다문화 정책수립 및 문화 형성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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